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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소송에 관계된 일을 겪어 보지는 않았다.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삶을 살아 가려고 한다.다만 금전문제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여동생이 뜻하지 않게 죽게 되고 여동생과 내연관계를 갖었던 사람이 죽은 여동생에게 돈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죽게 되자 당사자가 어머니 앞으로 '차용각서'까지 쓰고 금전문제를 몇 년 몇 월 며칠까지 이행하겠다는 것을 지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약속기한을 어기자 우리측에서는 민사와 형사고발을 하려고 했다.다만 당사자는 자신이 민사건으로 소송 계류 중에 있으니 승소가 되면 금전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여 기다리는 것 승소가 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작년 여름 고등법원에서 당사자가 승소를 해서 바로 금전문제가 해결되겠지라고 기대를 했건만 피고인측에서 '고법 판결이 억울해서 대법원에 항고하겠다'라고 하여 또 다시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차용각서 속의 금전문제는 나와도 직접 관련이 있기에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닌 만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자니 가끔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기만 한다.
소송은 억울한 원고에 의해 민사,형사 등의 소송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잘은 모르겠지만 소송을 걸게 되면 변호사,검사,판사 등을 거치는 소송에 관련한 서류 및 심문,재판,판결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경비,기회비용은 어마어마하다.왠만하면 당사자간의 합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 내고 상처와 고통을 받은 만큼 피의자에게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시키겠다는 복수와 한이 많을 것이다.여동생과 관련하여 나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인데 블로그에 필설로 남기기에는 복잡한 심경과 그간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시간이 말도 못할 정도이다.금전문제로 여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사람,직접 마주치면 '면상에 똥물이라고 뿌려 놓고 수치심을 안기고 싶은 마음'이다.억울하게 당하고 상처와 고통으로 점철된 지난 시간이 빨리 가라앉고 내 삶에 빛이 나는 시간이 찾아 오기를 진정 마음으로 기원할 뿐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박사까지 획득한 율리 체작가의 <어떤 소송>은 21세기 중반의 독일 사회의 모습을 가상으로 그려 내고 있다.법은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체제가 바뀌어 간다고 생각하는데,어떤 소송은 참으로 환타지적이어 현실과는 약간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미래사회는 지금보다는 더욱 인간의 삶이 선진화된 기계문명에 의해 조종,감시,통제 당하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해 본다.건강과 청결을 한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2050년 경의 독일 사회는 건강과 청결이 하나의 주류 이데올로기이다.건강과 청결을 주류 이데올로기로 삼으면서 이를 게을리하고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는 사법의 잣대를 드리우고 심판을 한다는 다소 날카로운 사회의 단면을 그려 내고 있다.
주인공 미아 홀과 그녀의 남동생 모리츠,이상적 애인 크라머 그리고 배심재판과 관련한 변호사,검사,재판장 등이 등장하고 있다.개인의 복리,국가의 복리를 취지로 삼은 건강,청결의 문제가 테러 전쟁 준비를 획책하는 자로 비화되면서 보편적 복리에 부담을 안기며 필수적 조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있다며 재판장은 미아 홀에게 무기 동결형에 처한다 하고 언도한다.과연 미아 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무기 동결형에 처했던 것일까.
미아 홀은 수면 보고서와 영양 섭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죄목과 남동생 모리츠의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싸우는 것인데 검사는 국가를 향한 테러 활동으로 단정 짓기도 하고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마녀로 생각한다.일명 마녀 사냥이다.미아 홀은 이상적 애인이면서 언론인인 크라머의 가슴에 와닿고 마음을 녹여 주는 얘기를 나누면서 재판에서 있을 예상 심문에 적절한 대답을 찾게 된다.즉 미아는 사회체제에 대한 충성심 뒤에 감추려 했다면,모리츠는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했을 뿐이라는 점이다.자연과학자인 미아 홀은 유전과 관련한 부분에 해박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확고한 편이다.한편 모리츠는 사랑하는 애인을 잃게 되는데 그가 사랑하는 애인을 죽였다는 누명을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남동생의 죽음에 커다란 비애를 느낀 미아 홀은 당연 슬픔과 상처로 운동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국 국가는 그녀를 형언할 수 없는 죄목을 뒤집어 씌우면서 무기 동결형에 처하고 만다.
21세기는 계몽 시대가 끝나면서 돈과 물질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중되면서 국민,종교,가족이란 개념이 의미를 잃어가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감을 잃고,가치의 몰락을 애기하고,두려움까지 갖게 된다.이러한 불안감이 개인의 삶과 거시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삶이 불안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출산율 저하,스트레스성 질병 증가,묻지 마 살인,테러리즘이 사회와 국가간에 만연되고 있다.이를 뛰어 넘어 앞으로의 국가는 불안하고 사회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건강,청결 문제를 이슈화하여 그럴듯하게 법리의 잣대로 이야기를 그려낸 율리 체작가의 '어떤 소송'은 현실성과는 좀 동떨어져 있지만 사회,국가가 개인의 삶을 극도로 지배하고 거시 정치까지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