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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가는 것들에 대하여 -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뜻밖의 행운
윌리엄 이안 밀러 지음, 신예용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길을 한 번씩 걷게 마련이다.이것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 자연의 섭리 앞에 모두가 평등하고 자연스럽기만 하다.풀 한 포기,벌레 한 마리까지 태어날 때에는 고귀한 생명을 지녔지만 생물이 갖고 있는 정해진 수명과 특성에 따라 언젠가는 사멸하고 마는 것이다.이러한 자연법칙을 충분히 이해하고 담담하게 받아 들인다면 삶과 죽음은 동일선상에서 생각하고 수용할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또한 삶의 길이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불행하게 오래 사느니보다는 의미있고 소중한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뜨거운 여름날과 같이 지리하게만 느껴지던 나날들이 언제부터인가 마라톤과 같이 급류의 물살과 같이 빠르고 덧없게만 흘러 가고 있다.그렇다고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나간 시절의 행위에 대해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돈,명예,권력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나만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여 살아가는 생존법을 더욱 궁구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라는 각성을 해 본다.언제 죽음의 사신이 나를 데리고 갈지는 모르는 일이나 후회없는 값진 삶을 살아감으로써 남은 가족,친척,친구들에게 누(累)를 끼치는 불명예스러운 행동은 하지 않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젊음,외모,체력,면역력,기억력 모두가 예전 같지 않다.다만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되 내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여 얼마간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은 식지 않은 열정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를 불살라 본다.특히 내 부모 세대가(1930년대생) 하루가 멀다 하고 갖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듣기로는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뇌 신경세포가 수축되면서 기억,의지,지능이 저하된다.육신은 멀쩡한데 변별력과 의지력이 약해 뭐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기억이 맑지 못하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면서 기억은 오랜 옛날의 일들을 어슴푸레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그래서 치매환자를 둔 자식들은 차라리 암에 걸렸다면 얼마나 좋을까.치매에 걸려 사람도 알아 보지 못하고 소.대변을 모두 거둬야 하니 정작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의 수고가 이만 저만이 아니고 자식 입장에서는 정정할 때 잘 해 드리지 못한 후회도 섞여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봤다.
의학과 과학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인간의 수명이 100세를 육박하는 시기로 접어 들고 있다.경제적인 여력이 충분한 계층은 질병이 찾아와도 경제적인 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노후대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자식들마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늘어난 수명을 놓고 즐거워할 사항이 아닐 것이다.차라리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면서 지난 시절과 과오를 성찰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과 정신적 유산 등을 유족들에게 증여 내지 유언 상속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이렇게 늘어난 수명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노년기에 접어 들면 대부분 육체와 정신,기력,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이 소극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짙다.가까운 사이,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되면 상실감과 정신쇠약,우울증 등이 생기고 세상은 온통 자신을 경멸하고 무시한다는 자멸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노인이 홀로 되어 말동무,챙겨 주는 사람,대화와 소통의 상대가 없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적인 갈등과 고독에 의해 그나마 남은 삶마저 나락(奈落)으로 곤두박칠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년이 되어 부정적인 경우를 봤는데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남은 삶을 멋지고 아름답고 후회없이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흔히 청년들에게 없는 삶의 지혜와 관용,배려와 나눔,공존과 평화라는 의식이다.학력과 의식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이러한 노인들만의 특유의 정신적 요소를 무기로 주위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 간다면 정신적 유산의 되물림은 후대들에게 인습과 교훈으로 식수되어 사회의 문화를 한층 더 고양시켜 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이러한 마음의 여유와 자세를 갖으려면 부단한 자기수련과 내면과의 대화,실천작용이 뒤따라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문제는 아프지 않고 경제적으로 쪼달리지 않으면서 가족을 비롯한 타인들과의 소통과 만남,교류가 뒤따라야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며,노년에 들어가게 되면 뇌신경 및 뇌세포가 점점 수축되기 마련이다.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이로운 식사법과 가벼운 운동,집중력을 길러 주는 책읽기,바둑두기 그리고 사교춤과 같은 것도 좋을 것이다.
윌리엄 이안 밀러저자는 법학교수이면서 노년에 접어 들면서 역사학적인 면에 심취하고 있는 분이다.이 글이 노년에 접어 들면서 간악하고 성마르며 짜증스럽고 심술궂음과 같은 불평,분노,복수라는 내면세계에서 멋진 노후를 살아가기를 조언하고 있다.밥 잘 먹고 잠에서 깨기 전에 죽는 것이 가장 좋은 죽음일 수도 있다.불명예스럽지는 않지만 용기,미덕이 없는 평온한 죽음이다.예기치 않은 질병과 사고로 인해 죽음이 눈 앞에 다가오는 것을 각성하면서도 죽음을 편하게 맞이하는(안심입명) 도덕적인 죽음을 놓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는 없다.이안 밀러저자는 종교,성서에 비친 노년의 태도 및 자세,죽음을 맞이하는 법을 비롯하여 다윗,솔로몬,리어왕,햄릿과 같은 작품들의 인상적인 부분을 차용하면서 노년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할 것인가를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다.누구나 노년을 맞이하고 죽음의 순간이 어떤 식으로든 찾아 오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맞이하고 살려 나가야 후회없는 삶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마음 든든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