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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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연애를 멋지게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가 싶다.성의 개방이 되고 여성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연애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경향을 많이 본다.잘 차려 입은 입성과 호감 가는 인상,세련된 말씨와 언제까지나 사랑과 애정으로 감싸줄 것 같은 남성을 만난다면 여성은 호감을 사고도 남을 것이다.학벌,경제력,외모,집안 배경 모두 연애 시절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게 마련이다.요즘 연애 풍속도가 남성,여성 모두가 경제적인 면에 치중하다 보니 이에 못미치는 경우에는 결혼 연령을 늦추어 때가 왔다 싶을 때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보기 드물게 사회적 지위,경제적 능력를 겸비하고 있는 돈 틸먼과 대학원생인 로지와의 연애 프로젝트가 소재도 기발하고 스토리의 전개도 색다르기만 하다.유전학과 부교수인 돈 틸먼,그에게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학자적인 면모는 나무랄데 없고 손색 없지만 이성을 대하는 법,자신을 알리는 법 그리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에는 속칭 '맹충이'이다.반면 로지는 젊은 여성이면서 로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쉬하면서 머리 속에는 돈 틸먼과의 낭만적인 사랑의 시나리오를 그려 나간다.몇 차례의 '프로젝트'를 로지와 이어가면서 진한 사랑의 신(Scene)이 연출될 법도 한데 돈 틸먼은 '소 닭 보듯' 사랑의 감정 표현이 서툴기만 하다.

 

 '아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발견한 것이 '아내 프로젝트'였다.돈 틸먼을 잘 본 유전학과 학장 진과 부인 클로디아는 돈 틸먼에게 아내 문제 해법을 풀어 주기 위해 여성에게 다가가는 법부터 차근차근 코치해 준다.여성에게 호감을 보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가 등을 가르쳐 준다.심지어 의복,신발까지도 꼼꼼히 챙겨주는 진의 아내 클로디아의 정성스런 배려는 돈 틸먼이 독서와 자기관리는 잘 했어도 이성에 대한 감각과 경험,교제는 쑥맥이 아닐 수가 없다.돈 틸먼이 로지와 대화를 나누기는 하는데 때론 분위기 및 상황과는 거리가 먼 자기식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고수한다.게다가 유전학과 교수이다 보니 꼼꼼하게 세심한 성격이 로지와의 만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만다.그는 로지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클로디아에게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은 세상에서 가장 호환 불가능한 여성을 내게 보냈어요.바메이드(Barmade)요.약속 시간에 늦고,채식주의자에,계획성 없고,비합리적이고,건강하지 않고,흡연자에 ― 흡연자라고요! ― 심리학적 문제가 있고,요리도 못 하고,수학적 능력이 없고,머리 색은 타고난 것도 아니에요.진이 장난을 친 것 같아요." - 본문 -

 

 

아내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이제는 DNA 샘플을 채취하는 문제로 돈 틸먼은 로지와 '아버지 프로젝트'에 매달린다.로지의 생부가 과연 누구인가를 놓고 DNA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불법이니 아니니 라는 문제로 살짝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그 틈을 타서 기분 전환차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과학 학부 졸업생인 로지가 심리학 쪽에 관심을 두고 대학원 재학생 신분으로 노총각 돈 틸먼을 만나 그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하지만 돈 틸먼은 차가운 얼음 덩어리와 같이 냉냉한 감정만 드러낸다.얼마나 직업의식이 강했으면 데이트 하는 와중에서도 로지와 만난 날짜,오전.오후(AM,PM)의 시간까지 철저하게 기록하는 사람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돈 틸먼이 밝혔듯이 그가 가장 행복했던 날은 학회 참석차 뉴욕을 여행하면서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낸 날들이라고 한다.정말 그에게는 여자를 사랑하는 감정이 없을까.그렇다면 성정체성은 무엇일까 라는 의혹마저 들게 했다.사랑도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는 법이다.진이나 클로디아로부터 조언을 들으면서 스스로 사전 연습을 해 볼 만한데 돈 틸먼에게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부족할 뿐이다.연애 경험도 거의 없지만 여성과의 만남이 1회를 초과하지 못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는 여성과의 성적 접촉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갖고 있다.멀게는 대학 시절 전교 1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갖었지만 친구 관계는 좋지 않았고 '왕따'까지 당햇던 것으로 보인다.돈 틸먼은 정신의학계에서 말하는 우울증,양극성 장애,강박 장애,정신 분열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여성과의 성행위시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콘돔이 없다,감정적 결과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돈 틸먼이 여성과의 성관계를 못하는 점이고 자신의 직업세계에서는 최고의 자신감과 희열이 넘치지만 여성과의 연애 경험,성격,정신상태 등에서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이러한 돈 틸먼의 심경과 의식상태에서도 로지와의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아내 프로젝트,아버지 프로젝트,돈 틸먼 프로젝트,로지 프로젝트까지 내내 로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동행했다.그는 이제 여성과의 우정과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가 있게 되었다.그리고 로지가 돈 틸먼에게 키스 세례를 할 때 그는 예전보단 담담하게 그녀의 입술과 포갤 수가 있었던 것이다.사랑도 오래 경험하다 보면 발전이 있다.노총각 돈 틸먼에게 사랑이 이제 싹트는가 보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돈 틸먼의 사회성,연애 DNA 제로와 같은 막힌 성격을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재미와 흥미는 별로였지만 로지와의 만남과 접촉,소통에 있어서 돈 틸먼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 준 점이 오히려 신선하기만 하다.비록 돈 틸먼이 시간,분,초와 같이 빡빡하게 빈틈없는 자신의 일상과 사회생활을 보여 주었을지라도 로지가 돈 틸먼에게 마음 속으로 다가서려 했었기에 돈 틸먼은 로지의 바램인 로맨스를 수용했다고 본다.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이성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매력적이고 호감가는 인상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에 대한 사랑법에 대한 코치도 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좋아하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노력없는 무임승차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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