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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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먹고 들으려고 했던 노래는 아니었지만 애잔한 목소리로 고(故)김광석가수의 '이등병의 편지'를 길을 가다 듣게 되었다.많은 인파,지나는 차량의 소음으로 가사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불현듯 내가 군입대 하기 위해 전 날 외할머니께 인사하고 입대하는 날엔 부모님과 함께 논산 연무대 앞까지 시외버스 타고 황토길 함열,강경을 넘어 연무대로 가던 날이 상기되었다.대한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고 그래야 남자로 거듭난다고 했기에 태만과 안일한 무제한의 자유를 규칙적이고 성실하며 절제된 생활로 바꾸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4주 훈련을 받고 나는 비교적 육체적 훈련이 덜 한 후방으로 자대 배치 받아 타자를 치는 행정병으로 2년 3개월을 근무했다.부대가 후방이었지만 군대는 어느 곳이나 똑 같은 법이어서인지 같은 날 만기제대하던 동기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사회로 나가게 되면 절대 부대를 향하여 소변도 보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군대는 두 번 다시 갈 곳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속으로 슬픔을 삼키고 밖으로 눈물이 없던 나는 부모님께서 첫 면회를 오시고 부모님을 뵈었을 때 부모님 모두 몇 년이나 늙어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해 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토요일 면회라서 부대장이 1박2일로 외박권을 끊어 주셔서 부모님과 대구의 여관에서 일박을 하고 이튿 날엔 앞산공원의 케이블카를 타고 모처럼 유유자적했던 봄날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채 새롭기만 하다.확실히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은 절도 있는 생활과 신념 등이 확실하게 몸에 배이게 된다.그리고 군을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줄곧 이어오다 요근래 부침이 많은 나에게 심적인 시련이 오래 가고 있다.직장생활도 동아줄마냥 '툭' 끊어지면서 경제적 수입,가정에서의 위상이 온전한 것이 없다.게다가 몇 년간 금전과 관련하여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골머리가 지끈지끈하다.곧 해결될 듯 하면서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아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가정이 있고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기에 몸과 마음에 상처가 숭숭 뚫려도 속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광석가수의 육필 원고를 읽어 가노라니 이 세상은 갖은 자들 위주로 제도와 시스템,인식구조까지 지배할 정도이니 그들의 조야(粗野)스런 행위가 내내 못마땅하기만 하다.

 

 사람,사람,참 어리석은 동물이다.

 스스로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서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민하

 는 답답한 생물    -함정 후반부 -

 

 노래가 좋아서 무대 위에 올라 청중들의 박수 소리를 얻어내기까지 몇 번의 수고가 있고 난 뒤 김광석가수는 마치 소년과 같이 야아 좋다,그래서 매일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렀는데 하루 30분씩 불러 한 달 삼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그 돈으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맥주 값이 사만오천 원이나 나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었다.그길로 그는 '험한' 노래판에 뛰어들게 되고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노래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기에 바깥에서 뱅뱅 돌다 보니 아내와의 관계는 그리 달콤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그래도 그가 남긴 시 구절에는 아내에 대해 못다 한 미안함과 아쉬움들이 솔직한 어체로 잘 들려 주고 있다.무대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가수 김민기씨를 만나고 그와 함께 <개똥이>라는 뮤지컬을 작업했다고 한다.예나 지금이나 크게 공감하는 부분인데 서민은 아무리 개미처럼 일해도 그자리를 맴돌뿐 상승하는 효과는 없다.그는 가수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과 설움을 이렇게 달래고 있다.

 

 가난에서 부유로 가려 애써보지만

 밤새워 일해도 살찌는 이들만 더욱 살찌는 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존심 상해.

 애써 웃으며 말하지.

 난 알아요,사람이 떠나는 걸.

 난 알아요.꿈들이 떠나는 걸.

 

 뭐 그런 걸 가지고 시시콜콜 얘기하느냐고 하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거야.

 

 환경,사는 땅,숨 쉬는 공기

 그들이 살 수 있도록

 깊게 호흡하기 위하여. 

                                                                               - 꿈이 꿈들에게,후반부 -

 

 김광석가수는 차가운 겨울날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났다.그의 마음 속을 헤집고 다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유고 육필을 읽어 가노라니 인간이 태어나고 죽을 때는 모두 평등하건만 일상에서 온갖 비리,술수,편법,광란은 갖은 자들이 저지르면서 그들만 잘 먹고 잘 산다는 모순적이고 비위가 상하는 일이 많았으리라.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고결한 노래 인생을 온전하게 가꿔 나가지 못하고 작열하는 태양빛에 짓눌리고 시들어 버린 김광석가수의 젊은 날의 좌절과 고뇌,갈등,비애 등이 잘 서려 있다.누구든 자신에게 주어진 천부(天賦)적이고 고유한 재능과 능력이 있기에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재미,사랑,행복을 찾아 영혼이 시들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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