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의 안식처, 에르미타를 찾아서 - 스페인에서 만난 순결한 고독과 위로
지은경 지음, 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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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은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노동 즉 육체노동 대신 정신 노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사람을 상대하고 비위를 맞추어야 하고 싫은 소리를 속으로 삼켜야 하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적당한 스트레스는 일에 대한 동기와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긴장감과 공포감이 가중되어 업무 소홀 및 기억상실,대인관계 악화 등으로 이어진다.스트레스 가중으로 힘들어 하는 현대인은 자칫 잘못되면 과로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그래서 꼭 지나친 스트레스를 툴툴 털어 버리려는 의지와 용기,담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각박하게 흘러 가는 생활 속이지만 빵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병든 육체,병든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고 내일을 위한 안식을 즐겨 본다면 어떨까 한다.나 역시 아직은 경제적,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어 제대로 마음을 놓고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 오지를 못했다.솔직하게 고백하면 여러 모로 환란이 겹쳐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어디론가 몇 달이라도 나의 정체성을 되찾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꿀떡 같다.그 중에 산업화가 덜 침투되어 있는 오지 마을과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 되어 있는 곳,나아가 종교적 성지로 불리는 곳들이라면 내 몸과 마음을 그 곳에 맡겨 보고 싶다.

 

 스페인에 대한 선입견은 다양하다.투우,토마토 축제,스페인 햄 하몬,카톨릭국가,피카소,바르셀로나 등이 떠오르는 곳이다.그 중에 여행작가들이 많이 소개해 주어 널리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우 인상적이서인지 오래 기억에 남는다.정진홍작가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를 읽은 적이 있는데 길고도 먼 순례길을 묵묵히 인내심으로 한계상황이라는 극한점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일기 쓰듯 담백하고도 현장감 있게 전해 주었던 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불순한 기후 및 체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정에서 마추쳤던 순례 동료,순례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방인에 대한 명복기원과 따뜻한 글귀들,그리고 순례길의 마지막 포인트는 자신의 발로 테이프를 끊는 장엄한 순간들이 참 인상에 남는다.

 

 스페인 북부 카탈루니아 지방에 산재되어 있는 순례자들을 위한 안식처가 에르미타라고 한다.'은둔지','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세상과 뚝 떨어진 집','사막과 같이 황량함'이라는 외롭고도 쓸쓸한 인상의 의미를 간직한 곳의 대명사이기도 하다.특히 종교 세력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신자들,세상을 등지고자 했던 사람들 혹은 여행자들이 바람과 추위를 피해 잠시 머물며 다음 여정을 마음에 새기던 곳이기도 하다.산악지방,오지에 깊숙이 자리 잡은 에르미타는 움막집과 같기도 하고 조그마한 예배당 같기도 하다.먼옛날 이슬람 세력들의 침입을 받으면서 수도자들은 은거지를 찾아야만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카톨릭 교인들의 은거지이면서 그 곳을 순례하는 또는 여행하는 자들의 안식을 안겨 주었던 성지이기도 하며 포근한 휴식을 안겨 주는 곳이기도 하다.카탈루니아 지방은 산세로 뒤덮인 천혜의 고장이고 인적이 드문 곳이어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기도 하다.카탈루니아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바로 프랑스로 진입할 것 같이 그 곳은 양국의 경계선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리포터 지은경 저자와 사진작가 세바스티안이 콤비를 멋지게 보여 주고 있다.험난하고 변덕스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에르미타의 정경과 멋진 자연의 모습을 연출해 준 두 분이야말로 진정한 순례자가 아닐까 한다.고원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과 설산이 안겨 주는 자연의 위대함,그리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에르미타를 지어 놓았다.누가 언제 에르미타를 지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가 되지 않아 알 길이 없지만 뒤를 살아가는 종교인,순례자,여행하는 나그네들을 위해 575채 남짓한 에르미타가 스페인 북부 카탈루니아 지방에는 보란듯이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보는 이에 따라서는 퇴색한 명성을 떠올리게 하고 슬픈 애수를 느끼게도 한다.순례자의 안식처 에르미타를 생생하게 알게 되어 마음의 위로와 안식이 되어 주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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