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1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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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가 이성과 논리를 중시한다해도 인간의 정념 속에는 비과학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지만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 것이다.우환이 끊이지를 않고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무속인을 찾아가 뒤풀이를 한다든지 액땜을 위한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또한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풍화 작용에 의하여 사라지지만 영혼은 남는다는 믿음은 아직도 갖고 있다.생전 원한을 안고 간 사람은 죽어서도 후손들을 해꼬지 한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기에 죽은 조상에 대해 제사와 명복,한풀이 등을 하여 후손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고 안녕과 행운을 기구하기도 한다.

 

 흔히 꿈 속에서 죽은 조상이 소복을 입고 나타난다든지 어떠한 일로 가위눌림을 당한다든지 하면 다음 날 몸과 마음이 찌뿌듯하면서 일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이것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상태를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판단이 들지만 예기치 않은 흉몽 속에는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다.그러하기에 생전 잘 대하지 못한 조상에게는 마음으로나마 정성을 다해 제례를 지내고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면서 조상의 원혼이 후손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읽기 전에 상기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일본인에 의해 일본인의 인습과 정념을(인위적이지만) 배경,사건,인물들을 교차식으로 잘 배열하여 흡인력과 긴장감을 한껏 부풀게 하는 마력이 이 글 속에는 잘 담겨져 있다.일본은 지신과 곡식,물신 등을 아직도 숭배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은데 이번 작품 속에는 기우제와 관련한 수신(水神)인 미즈치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물의 재앙의 여부를 알 수가 있는 매우 흥미롭고 감칠맛 나게 명탐정과 조수를 등장시켜 스토리를 원활하게 이끌어 가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쓰다신조(三津田信三)의 작품은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을 읽으면서 일본의 무속신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향토문화적인 차원에서 잘 엮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무속신앙이 일본인의 뇌리에 아직도 견고하게 심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했는데,이번 작품과 견주어 볼 때 공통점이라고 하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산골마을인 점과 재해 및 재앙과 관련하여 정념상의 신(神)적인 존재에게 잘 대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미쓰다 신조작가는 일본민속신앙에 대해 많은 조사와 연구,통찰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 강하게 일었다.

 

 일본의 나라현의 작은 마을(네 곳)과 신사,그리고 배례 등을 관장하는 신관,하인과 같은 다양한 인물,미즈치와 같은 정령의 신(神) 등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어느 나라에서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게 되는데 이것은 수리(水利)조합에서 담당을 하고 사요촌,사호촌,모노다네촌,아오타촌에는 각각 미즈시 신사,스이바 신사,미즈치 신사,미쿠마리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재해를 예방하려면 신사에서 감의 및 증의의식을 거행을 한다.신을 모시는 의례인 만큼 정성을 다하고 소홀함이 없어야 신으로부터 노여움과 재앙을 받지 않는 것이다.

 

 명탐정 도조겐야는 작가이면서 민속탐방이 전문이고 출판사 편집인 시노가 바늘과 실처럼 신사의 의례,신관 연쇄살인사건을 추리하고 말끔하게 정리하여 연쇄살인범이 누구인가를 가려낼 수 있는 단초를 만든다.등장인물이 참 많다.일본이 만주에서 패배하여 도망쳐 온 쇼이치 일가가 신사(神事) 및 신관들과 얽히게 되고 외눈 광에 갇히기도 하며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떠오르기도 한다.온통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네 곳의 마을과 신사 그리고 산정에 자리잡은 진신호수가 있다.진신호수 밑바닥에는 미즈치신이 가라앉아 있는데 그의 비위를 못맞추게 되면 가뭄과 재앙을 안겨 주는 공포와 경원의 대상이기도 하다.신사에서 의식이 일어나던 때에 신관들이 연쇄적으로 죽어 나가는데 과연 연쇄살인범은 누구일까.

 

 머리가 잘려지고 전율감이 일도록 빨간 띠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등 을씨년스럽고 공포스럽기만 하다.오랜만에 기우제가 열린 나라현의 산골 오지마을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명탐정 도조겐야의 추리력과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제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인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은 일본 민속신앙을 이해하기에 충분하고 스토리의 전개도 흡인력 있게 빨려 들어가는 묘한 마력이 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정념의 신을 소홀히 하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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