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1 - 게와 아이들과 황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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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시대적 배경,사회적 환경을 잘 타고 나야 한다는 것을 이중섭화백의 생을 통해 절감케 하고 개인의 기질과 성격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인간관계,사회적 영향도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이중섭화백은 그러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유복한 가정에서 오냐오냐 하면서 자랐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형 중석 아래에서 성장한 이중섭은 천성이 활달하지를 못하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식물과 동물들을 마음으로 품으면서 소중하게 여기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이다.

 

 그러한 이중섭에게는 한국의 토종소인 황소를 어린시절부터 눈여겨 보면서 소가 상징하는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면을 그의 마음 속에 담았던 것이다.풀밭에서 풀을 뜯는 황소를 응시하면서 소의 생김새,특성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화폭에 담아 냈던 이중섭화백의 작품에는 소와 관련한 화제(畵題)가 대부분일 정도이다.유복한 가정이어서인지 그는 청년기에 일본 문화학원으로 유학을 가고 일본 동경 지유텐에서 주최한 작품전에서 태양상을 수상하게 된다.그곳에서 부인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만덕)를 만나게 되면서 둘은 깊은 연애를 하게 되지만 사랑의 리드는 이중섭이 아닌 이만덕이 적극적으로 대시하게 된다.특히 이만덕은 이중섭의 순수하고 민족적인 면모에 반하게 되지만 이만덕의 친정 엄마와 언니 둘은 이중섭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대화가도 아니고 생활기반도 없는 조선인에게 자신의 딸,자신의 여동생을 줄 수 없다는 마음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여졌을 것이다.

 

 일본강점기가 끝나갈 무렵 이중섭은 애인인 이만덕을 떼어 놓고 고향 원산으로 돌아와 그림 그리기를 계속하게 되지만 해방이 되면서 남과 북은 이념과 사상의 벽으로 이중섭의 그림에 대한 평가에도 날이 서게 된다.스탈린의 초상화에 수염이 없다든지 김일성의 초상화가 엄숙함이 결여되어 있다든지 등에 대한 이념적인 잣대에 의한 평가이고 부농이라는 반동분자로 낙인 찍혀 그의 형 중석은 처형된다.말주변과 적극성이 부족한 이중섭은 일본에 남겨진 이만덕이 그를 찾으러 원산에 올줄 누가 알았겠는가.그와 그녀는 극적으로 만나게 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원산에서의 삶은 풍전등화와 같이 아슬아슬한 하여 한민걸의 도움을 받아 화물선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피난민들로 들끓고 아수라장이 되었던 부산 초량진,범일동에서의 구질구질한 짧은 삶을 뒤로 하고 제주 서귀포의 현씨 집의 허름한 곳에서 1년 정도를 살게 되지만 그림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 형편이다.그에게는 친동생과 같은 구상시인 등이 정신적,물질적으로 지원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노력에 의한 대가가 아닌 만큼 그의 속내는 괴롭기만 하다.하물며 젊기에 낭만이 있어야 할 신혼생활이 가렴주구와 진창과 같은 수용소 생활이 자녀들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했던 아내 이만덕은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아들 둘과 함께 송환선을 타고 니이가타로 간다음 도쿄 친정으로 간다.

 

 <난설헌/다산책방출간>을 쓴 최문희작가의 이중섭 1,2는 한국의 굴절된 현대사와 예술인에 대한 푸대접과 경시현상이 빚어낸 안타까운 시대였다는 것을 가슴 먹먹하게 느끼게 되었다.최문희작가는 정치(精致)하게 시대적 상황과 인물의 내면심리를 잘 직조하고 있다.박진감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문체에 현재 및 과거의 에피소드를 잘 융합해 주고 있다.1권은 이중섭이 아내 이만덕을 남겨 놓고 홀로 귀국하여 막노동과 그림 그리기로 생계를 꾸려 가는 애달픈 삶의 이력이 잘 서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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