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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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한국사회는 겉으론 물질적 풍요로움이 가득차 있다.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자랑하기에 충분하지만 한국사회 구조의 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쯧쯧'소리가 절로 날 것이다.속칭 '속 빈 강정 내지 빛 좋은 개살구'에 다름없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왜냐하면 주지하다시피 1990대 IMF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건이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망망대해의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국민 1인당 부채도 1,000만(5,000만 인구기준)이 넘어서고 자살율 세계 1위,국민 행복지수 밑바닥,사회구성원간의 불화 역시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어느 시대에서든 소득과 계층의 격차는 있게 마련이지만 요근래와 같은 살얼음판 걷기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위태롭기만 하다.

 

 이렇게 경제위기의 한파 속에서 현정권은 지역차 해소,보편 타당한 복지국가건설 등을 외치고 있다.제발 공약(空約)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정규직과의 급여격차는 좀 과장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에 가깝다.들려오는 얘기로는 요즘 시대에 부러운 직업군은 공무원을 비롯한 월급쟁이이고 회사원,자영업차는 앞날이 밝지를 못해 우거지상을 띠고 있는 게 실상이다.신자유주의가 뭐가 좋다고 받아 들여 농민들을 비롯하여 서민들을 못살게 구는지 야속하고 원망스럽기만 하다.자의든 타의든 놀고 먹는 무위도식자들이 길거리에는 우글우글하다.특히 20대의 청년실업자가 많다는 것은 한 사회의 현재 및 미래가 밝지 않다는 반증이다.정치인들이 아무리 청년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그것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세월을 기다리고 인내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조공원정대>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멜랑코니하면서도 시니컬하게 그리고 있다.배상민작가는 자신이 겪은 실직,이별,아픔 등의 어려웠던 시절을 순차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총 여덟 편의 소설들이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도 하며 때로는 카인과 아벨과 같은 선과 악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작가가 20대 초반에 겪었으리라 생각하는 IMF 경제위기는 아마 작가에게 냉혹한 사회를 그대로 투영했으리라 생각한다.돈 몇 푼 벌자고 그런 직장에 다니느냐고 핀잔을 주는 얘기를 듣는 사람은 그 몇 푼도 당사자에게 생계를 위해서는 절박한 돈일 수도 있다.한국사회의 따스한 공동체가 무너져 버리면서 사회구조 및 인습은 차가운 날 번뜩이는 날 선 칼날과 같이 냉랭하기만 하다.대학원 박사를 취득해도,일류대학을 나와도 자신이 원하는 직장은 갈 수가 없어 몇 천대 일의 하급 공무원이 되려고 머리 싸매며 분투하는 청춘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자식 하나를 온전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2억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이만큼 자식을 위해 투자하고 지원했으면 왠만한 일자리라도 찾을 수가 있으련만...피고용인의 눈이 높은 건지 아니면 고용인이 들이대는 잣대가 까탈스런지는 모르겠지만 고학력취업난은 한국사회 계층간,구성원간의 부조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상민작가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힘이 담겨져 있다.바로 내 곁에서 내 주위에서 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녹여 내고 공감을 절로 느끼게 한다.젊은 남.녀간의 사랑과 섹스,예비부부로서 시부모에게 인사 드릴 때 시부모가 예비 며느리에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당연하듯 요구하는 취업문제,좋아하는 여성 보컬그룹 소녀시대를 만나 선물을 전해 주고자 시골에서 상경한 삼총사의 해프닝(루왁커피10T 100g에 15만원),그외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리 저리 휩쓸리며 갈팡질팡하는 청춘 남.녀의 소리없이 울컥하는 모습이 뇌리에 임팩트하게 전해져 온다.돈이 있는 사람은 몇 푼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돈 몇 푼이 없다면 당장의 생계를 이어갈 절박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도처에 깔려 있다.은수저를 물고 나온 부자들이여,개인의 이윤추구도 좋지만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와 같이 소신껏 사회의 소외층과 약자들에게 베풀 생각은 없는가를 주문하고 싶다.물론 자본의 기부,사회환원은 자발적이어야 본인도 당당하고 기분 좋으며 받는 쪽도 뒤탈이 없어 좋겠지만 있는 자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상생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 주면 어디 덧나나요?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아니다.돈이 차곡차곡 쌓인 집안의 자식들이 떡고물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는 물질만능의 시대이다.돈이 최고는 아니다.돈이 행복을 오래도록 가져다 주지는 못하지만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스스로 포기하고 좌절을 할 수밖에 없다.포기하고 좌절한 이들에게 진정으로 위로하고 그 결핍이 희망의 미래로 가 주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소박한 염력을 불어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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