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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 2013년 제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구소은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지난 한국 역사 가운데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의 산하는 온통 숨소리마저 고르지 못한 세월을 이어가야만 했다.흔히 을사오적과 일본에 빌붙어 살아갔던 친일세력들은 인간의 본능상 자자손손 부와 명예를 거머쥐려 했다.반면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일반 백성들의 삶은 초근목피로 연명을 해야 하는 절박하게 살아야만 했다.죽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쓰면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간난신고에 가까운 보리고개를 몇 십년이나 이어가야만 했는지 가련하기 그지 없고 동정심마저 든다.개인은 어떤 부모를 만나고 사회는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안정에 따라 건강하고 밝게 온누리를 비출텐데 일제강점기는 마라도에서 함경북도 온성에 이르기까지 일본총독부와 일본군의 군화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으니 백성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힘들었는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대한강역 중의 제주는 예로부터 탐라로 불리워지고 역사적으론 몽고군의 침입과 유배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제주를 상징하는 말 중에는 삼다삼무삼보(三多三無三寶)가 있다.그것은 돌 바람 여자가 많고,도둑 거지 대문이 없으며,자원 민속 사투리를 가리키고 있다.그리 넓지 않은 한반도 안에 제주도는 마치 이역과도 같은 느낌과 정서를 안고 있는데 해방후 제주에서 일어난 4.3항쟁은 무고한 제주도민을 도가니로 몰아 넣으며 그들을 빨갱이로 낙인시켰던 것이다.이로 인해 이승만정권의 지시에 의해 국군과 경찰이 제주도민을 처참하게 짓밟고 살해했던가.다행히 노무현대통령 시절 4.3항쟁이 명예회복이 되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먹고 사는 수단과 방법,직업이 달라지게 되는데 제주에는 '비바리 하소연이 물결 속에 꺼져 가네'라는 가사말과 같이 해녀(잠녀)들의 억척스럽고 험난한 바다생활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검은모래>는 일제강점기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제주의 잠녀들이 일본 연락선에 몸을 싣고 오사카,도쿄,소보반도의 우라지마 등으로 떠나게 된다.잠녀들에겐 배운 것이 도둑질 밖에 없듯 그녀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이 바다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일터이기도 하다.잠녀들이 차가운 바다 깊은 곳을 유영하면서 걷어 올린 해초 및 갑각류(소라,전복)는 호구지책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목돈이 될 수도 있다.잠녀 중에는 바닷일을 척척 잘하는 상군이 있는데 이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남들이 알아주고 여기 저기에서 일감을 부탁하여 신임과 수입이 보장된다고 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잠녀로 살아가는 해녀들의 신산한 삶이 서슬퍼런 일제강점기와 함께 잘 그려낸 이 작품은 잠녀 가족 4대의 얘기를 교차식으로 잘 들려 주고 있다.일제강점기 후반기에 제주항을 떠난다든지 아니면 4.3항쟁 무렵 제주로 귀환하려던 차에 자신들도 빨갱이로 몰릴까봐 또 다시 일본으로 몸을 실어야 했던 사람들의 무언의 저항과 절규,원망과 체념 등이 머리 속을 헤집는다.그 시절을 살아 보지 못하고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인간이 어떠한 시대,어떠한 환경에 놓여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도 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제주 4.3항쟁 평화상을 수상한 구소은저자는 잠녀들의 간난신고의 삶을 기본으로 하되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줄기들도 차용하여 시대적 상황까지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다만 저자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임을 떠나 불필요한 사항을 스크랩하여 그대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나열하고 있다는 인식마저 들게 한다.이것을 나는 '옥의 티'라고 부르고 싶다.
잠녀 1세대 구월과 그녀의 딸인 해금 그리고 외손자 켄과 외증손자 미유가 한가족의 일대기를 잘 들려주고 있다.일본으로 가게 되면 먹고 살기가 지금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출가물질을 결심하고 해금과 함께 일본 연락선 기미가요마루에 승선하여 오사카,도쿄,소보반도의 우라지마를 거쳐 도쿄 동남쪽 180키로 남쪽섬 미야케지마에서 잠녀 생활을 이어 나간다.약간의 밭뙤기가 있어 푸성귀로 가꾸면서 어느 정도 그 곳의 생활에 적응해 가지만 서 너차례의 화산분출로 일반인들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구월 가족은 도쿄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게 된다.그런데 일제강점기 일본정부는 조선인에게 창씨개명과 함께 차별과 멸시의 도가 지나칠 정도로 조선인에 대한 냉혹한 처우 및 멸시는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이렇게 일본의 차별과 멸시가 심했지만 구월과 해금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려 한 반면 해금의 아들 켄은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피나는 학업을 쉬지 않고 미국으로 유학까지 간다.이 일로 해금과 캔은 국적의 정체성과 현실적인 면을 놓고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는데 해금이 암에 걸려 입원하고 캔이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잘못된 고집과 생각,감정을 어머니 해금과 화해를 하게 되면서 긴장감은 누그러들게 된다.반면 증손녀 미유 역시 일본인으로서 살아가려고 하지만 할머니 해금의 가족사 및 과거의 신산했던 얘기를 들으면서 과거,현재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미래를 향해 삶을 다져가려는 전향적인 모습에서 생각이 바르고 괜찮은 사람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은 아직도 지난 역사의 오류와 실수를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주지하다시피 일본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위안부 문제,독도 영유권 문제,재일교포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궁상스럽게 이리 저리 핑계와 변명,왜곡된 주장을 일삼느니보다는 경제선진국답게 정치선진국의 면모를 이제라도 보여 주었으면 한다.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인 만큼 일본이 과거 이웃나라에 심대한 피해와 악영향을 준 것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진실된 태도로 나와야 비로소 일본의 위상도 높아지고 동북아의 시대에 아시아인의 우월성과 자존감을 만방에 널리 알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지금까지는 미국 등의 자본주의의 영향과 혜택으로 인해 일본의 위상이 커져 왔지만 현재는 한국,중국 등의 눈치를 봐야 하는 단계이기에 속시원하게 잘못된 과거청산,역사인식 등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