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의 제목이 특별하게 다가온다.생리현상인 하품을 맛있다고 표현하다니 잠결에 무슨 길몽이라도 꾸었던 걸까.자고 나면 늘어지게 하품과 동시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어떤 때는 그 촌각도 아까워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달게 자면서 꿈 속에서 사람과 사물,사건 등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생생한 느낌이 강렬했던 것일까.아니면 단지 일반인들과 동일한 단순한 생리현상일까.참 야릇하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게다가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웹상에 연재를 하면서 제법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짧은 소개글을 접하면서 맛있는 하품 이면에는 독자를 끌어 당기는 뭔가가 있으리라 예측을 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인간은 어떤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훈육을 받고 자라느냐가 성장과정과 성인이 된 후에도 인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경제적으로 아무리 부유할지라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대개 부모의 의존도가 크고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려는 경향이 짙기도 하다.돈과 물질이 가정의 구성원들에게도 크게 미치고 있어 부유하지 못하고 행실이 좋지 못한 가정이라면 아이에게는 갈등과 고민의 시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경제 위기가 계속 되면서 학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마저 알바를 통해서 알량한 돈이나마 생활비에 충당하려고 한다.어찌되었든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가난하든 집안환경,인성,사회적 관계에 따라 개인이 나아갈 향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인생은 부모의 탓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여 한우물을 파고 드는 것이 삶의 이치이고 지혜가 아닐까 한다.

 

 이 글의 주인공 이경은 20대 초반의 아가씨이다.복권을 통해 요행을 바라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엄마는 치료비,생활비를 벌기 위해 간병인 교육을 받고 병원 근무를 하는데 이경 역시 아버지가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던 것을 물려 받은 듯 죽은 사람이 있었던 집안 및 실내를 용역을 받든 의뢰를 받든 특수청소를 하면서 제법 괜찮은 일당을 받으며 살아간다.형사출신인 남사장을 비롯하여 남사장의 친구의 형인 곽아저씨,엠제로피 오디션을 이끌던 남대리 그리고 이경이 특수청소를 하면서 맡겨진 청소를 해나간다.시신을 수습하고 거실,화장실,싱크대 등을 청소하다 보면 구역질 나는 일도 많지만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선수이다.시신의 신원이 밝혀지면 거의가 부유한 집안의 자식이고 학벌,외모 모두 받쳐 주는 자들이다.이경이는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골프공만한 스노볼을 갖게 되는데 꿈속에 나타난 스노볼의 주인은 다운으로 나타나고 현실에서는 가을이가 된다.왜 그렇게 나타났을까.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경이는 같이 특수청소를 하는 남대리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가 좋아하는 대상은 가을이다.가을이에 대해 약간의 시샘과 질투를 갖었던 것일까.이것이 부지불식간에 꿈에 현현하고 남대리와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로 이어져 나간다.

 

 특수청소에 관한 일은 맛보기 정도이고 다운이의 꿈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이경은 아리송하기만 하다.어린 시절 굿판에 갔다 엉겹결에 산채로 관 속에 들어갔다 나왔던 이경이는 학창시절 알고 지내던 유나는 무당이 되는데 다운의 꿈 얘기를 들으면서 이경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가르쳐 준다.그리고 스토리는 점입가경 속으로 빠지게 된다.꿈속에서 다운이와의 관계가 생생하게 재현되고 다운이를 인질로 삼아 거금을 뜯어 내려는 상황과 신분위조까지 하는 다운이,그리고 이경이는 유나가 시키는데로 48시간을 꿈속을 해매는데 이경은 다운이의 영혼과 맞바꾸면서 이승을 떠난다.그리고 남사장과 임대리는 각각 변태라고 고백하기도 하고 다운이를 살해 유기하고 그녀의 부모까지 보복하려 했던 남대리는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이렇게 정리를 하면서도 스토리의 전후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는 묘한 상황이다.이경이가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을 선망하다 보니 스노볼이 탐이 났던 것은 아닐까,그리고 남대리와의 거리를 좁혀 보려 했는데 그가 좋아했던 여자는 가을이였다.다운과 가을의 관계는 진짜 절친이었을까 등을 추리케 하는 글이다.긴 몽운골에서 숨막히는 인물과 사건의 스토리 속에서 이경은 깨어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는 일장춘몽은 아니었을까.삶은 개척해 나가는 것이지 무당의 말이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는 법이다.다소 생소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렬하고 살해사건,돈을 뜯어 내려 인질을 볼모로 삼고 후환이 두려워 보복까지 하려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진부하기도 하다.특수청소에서 기나긴 몽운골에 이르는 여정이 이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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