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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ㅣ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역사에서 임진왜란은 혜안이 약했던 당시의 무능력한 국왕과 국론분열의 상징인 사색 당파로 인해 민심은 흉흉하고 자연재해 등으로 기근과 아사가 끊이지를 않았다.나라의 살림은 뒷전으로 놓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약삭빠른 관료들과 사대부들 그리고 국난을 대비하여 병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뜻있는 자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다 왜군이 물밀듯이 난입하고 국왕은 의주로 몽진을 가는 등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뭍에서는 곽재우장군을 비롯하여 권율장군,수상에서는 이순신장군이 일본과 맞서 치열하고 지리멸렬한 전투에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전쟁이 길어지고 패색이 짙어가던 일본은 화의를 내세우지만 결렬되면 재차 전쟁을 일으키게 되면서(정유재란) 조선의 산하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버리고 백성들은 삶의 방향을 잃은 채 간난신고의 세월을 살아야만 했다.게다가 왜군에 의해 무고한 백성들이 무참히 강간,도륙,살해를 당하는 등 그 수모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특히 한반도 삼남지방(경상,전라,충청권)의 왜군에 의한 피해는 삶의 기반을 모조리 빼앗아 갔으니 한치의 앞길도 보이지 않는 도탄에 빠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쳐 정묘호란,병자호란 등에 걸친 조선사회의 단면을 연쇄살인사건으로 명명하여 보여 주고 있는 <망령들의 귀환>은 난리가 지나고 미처 일본으로 귀화하지 못한 일본병사와 무사들이 조선인으로 둔갑하면서 조선의 한 마을을 죽음의 공포,도가니로 빠지게 하는 희귀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면서 등장인물간의 소소한 얘기와 일본색깔이 물씬 풍기는 신관과 성황당(일본식 신사 즉 도리이인데 신사 윗부분에는 까마귀 형상이 있음)이 공간배경을 띠고 있으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과 사건의 배후 등을 탐문하는 탐정 등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글이 팩션성격을 띠고 있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가공되었다고 하며 첫부분부터 을씨년스럽고 처연함을 맴돌게 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팔공산 마을 입구 석조여래좌상 부근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육신은 새들에 의해 쪼아 먹은 탓인지 상당히 부패하여 민심이 흉흉하기만 하다.
이 베일에 짙게 드리운 연쇄살인사건을 총지휘하는 감영소속의 김경덕을 비롯하여 조선의 탐정인 박명준과 오카다가 등장하게 된다.야음을 타면서 산길을 걷다 승냥이떼에게 죽을 뻔하다 낭떨어지로 넘어져 윤성호라는 사람에 의해 구조가 된다.연쇄살인사건이 터진 산골의 외딴 마을에는 촌장도 있고 자치규약도 있지만 마을의 자치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본의 신관이 안향조(安享組)를 설치하는 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읽어 가는데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길조가 아니어서인지 까마귀마저 산속 촌동네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우짖곤 한다.망령,혐오스러운 과거의 잔재인 귀신이라도 출몰했다는 말인가? 이러한 가운데 연못에서 이기성이라는 사람이 살해가 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촌장의 아들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감영에서 온 김경덕나리도 피살되는 등 촌동네가 완전 뒤집히고 만다.탐정 명준은 관수인 장수봉을 찾아 연쇄살인사건 등에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사건의 배후를 조종하고 파악하고 있는 자는 장수봉일 것이라고 강한 추측을 내비친다.그리고 창고지기인 촌장의 아들이 두부(頭部)가 잘린 채 처참하게 살해가 되고 신출귀몰하는 망령들을 쫓기 위해 허겁지겁 걸음을 옮기지만 망령들의 행방은 묘연한 채 살인사건의 실체는 묘연하고 만다.
사건의 진범은 도요도미히데요시의 하수인인 양씨에 의해 자백을 받게 되고 부산 동래 왜관에 있던 교토야의 아베는 명준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간의 사정을 모두 털어 놓게 되면서 산골 마을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일명 마약이고 환각제인 오석산(五石山)을 채취하여 일본에 반출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그의 상행위 그리고 무고하게 죽어나간 촌민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사정을 읽다 보니 가슴이 먹먹하고 충격적이기만 하다.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는 슬프고 기막힌 일이다.탐정 명준이 교토야를 나오니 하늘은 맑고 세 마리의 까마귀가 비상하는 것을 눈으로 마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지혜롭고 현명하고 냉철한 명준 덕분에 망령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산골마을의 연쇄살인사건도 다시는 생기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 한 켠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지난 시절 외세의 침략에 의해 무고하게 죽어갔던 무명초들의 가련한 삶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