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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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寺刹) 내지 절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면 속에 자리잡은 청정하고 평안한 감각으로 가득차게 된다.태어나서 종교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던 할머니,어머니의 정성스러운 공양과 부처님의 자애로운 모습,그리고 산자락 깊은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절은 자연과 함께 살아 있기에 그러한 마음의 평안과 청정,정숙,경건함을 느끼게 한다.개인적으론 근자에는 절을 자주 찾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중턱에 절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찾아 가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텐데 게으름과 무관심이 절을 멀리하게 되었다고 자조하고 되뇌인다.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사찰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려시대에는 국교가 불교일 만큼 사찰의 건립이 성행했고 팔관회 등의 연례행사도 있었기에 국리민복의 역할도 했으리라 생각한다.물론 절의 역사가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찰의 숫자나 사찰에 대한 기록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고려시대의 사찰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요새에 자리를 틀고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탁발 등이 상징적으로 다가온다.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국난을 극복하고 대중들에겐 자비를 베풀기도 하는 사찰은 인도에서 시작된 소승불교가 중국,한국,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대승불교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서기 640년에 건립되었다는 통도사는 유구한 역사 만큼 신비스러운 신화와 수난,영욕이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통도사는 삼국유사에 실린 실제에 가까운 기록물보다는 전해져 오는 신화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통도사는 신조(神鳥)숭배사상이 강해서인지 독수리를 신조숭배 신화로 여기고 있다.영축산(榮鷲山)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독수리는 인간이 피안의 세계로 넘어 가게 되면 육신은 독수리의 밥이 되고 혼령은 하늘로 날아 다시 윤회를 한다는 사상이다.그리고 자장율사가 있는 곳엔 독수리 지명이 따라붙는데 전국에만해도 5군데나 된다.독수리를 신령스러운 신조로 삼았다니 놀랄만도 하다.나라마다 독수리에 얽힌 전설과 신화가 제각각이지만 그 옛날에는 백성들이 죽으면 장작으로 화장을 해야 하는데 형편이 되지 않으니 사체를 길바닥에 놓으면 독수리가 날아와 육신을 쪼아 먹고 혼령은 하늘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국교였던 불교는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략에 의해 소실을 입는 수난을 당하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불교는 찬밥신세가 되면서 갖은 탄압과 모욕을 당해야만 했다.그래서 스님이라는 직업도 조선시대에선 팔천(八賤)에 속할 만큼 천한 직업에 속했던 것이다.다행히 통도사 만큼은 불교에 대한 민중들의 신심과,천년이 넘는 역사에서 오는 무게감,그리고 용이 누워 있는 '영험의 터'라는 풍수신화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훼손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그 가운데 김만이라는 인물은 통도사의 기세를 와우혈(臥牛穴)로 정착시켜 놓았다고 한다.특히 지령(地靈)에 대한 민간인들의 두터운 풍수사상도 한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대표적인 불교스님은 자장율사와 진표율사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율사라는 점,신이력(神異力)의 소유자,계(戒)를 주는 방식을 통해 중생들을 교화했다는 점이고,통도사와 금산사에 각각 계단(戒壇(이 남아 있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지향점에 관해서는 자장은 문수화엄이었고 진표는 지장미륵이었던 점인데 문수는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고,화엄은 대승불교 사상의 종합 결집판이라는 점이다.화엄의 핵심은 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와 '일즉다 다즉일'인데 '부분이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부분이다'라는 사상체계이다.인상적인 부분은 도를 닦아 경지에 오른 고승은 여섯 가지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인데 천안통,천이통,신족통,숙명통,타심통,누진통이 그것이다.천안통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고 하는데 요즘말로 하면 천리안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그외 팔천계급이었던 조선시대의 스님인 혜경스님과 영의정 권돈인과의 우정으로 통도사는 기사회생되었다는 점이다.구하라는 구한말 스님은 부패한 조선사회를 개혁해야겠다는 의지를 불사르면서 통도사를 개혁했다고 한다.잉어가 용이 되는 시기로서 후천개벽이라고도 하는데 이를 두고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고 한다.구하스님은 일제강점기시 한용운선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기도 했다.나아가 한국 간화선의 대표적인 선(禪)지식 가운데 한 분인 경봉선사 등은 통도사에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웠다면 월하스님에 의해 열매를 맺었다고 한다.일제강점기 말 통도사의 소나무들을 모두 베어가려고 하던 참에 해방이 되면서 통도사입구의 소나무 숲 경내는 온전히 살아 남았다고도 한다.

 

 조용헌저자에 의해 통도사의 역사,지세 및 한국불교의 역사 및 신화,시대와 스님들이 불교사상과 이념을 한결같이 지켜 내려온 점을 어느 종교를 떠나 한국의 보물이다.불교에 관련한 신화는 아시아국가를 비롯하여 근자 불교를 연구하는 서양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되고 대중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오랜 역사와 신화,에피소드가 가득찬 통도사를 통해 한국 불교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삶의 지혜마저 얻을 수가 있어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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