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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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절의 역사를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힘은 작가의 통찰력과 섬세한 감성,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이 합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요근래에는 사용하지 않은 예스러운 용어를 비롯하여 신분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 등이 시대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한국 역사는 고대 중국의 인의예지사상을 수용하면서 왕의 권한이 하늘과 같았고 천민은 땅과 같은 존재였다.왕의 한마디가 법과 질서가 되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거역이나 항명을 할 수가 없었던 암울한 봉건사회였다.그러한 사회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왕과 그 인척 등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면서 사회는 더디게 발전하고 숱한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 굴절된 한국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이 글은 역사소설이면서 매우 특이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16세기 말엽(1589년 기축년) 정여립이 대동계의 수장으로서 신분철폐를 위시로 천하공물(天下公物)를 내세우는데 나라에 대한 모반(謀叛)을 했다는 이유로 그는 옥사를 겪고 희생된다.정여립이 활동하였던 전북 진안의 천반산과 구룡천에 있는 죽도를 공간배경으로 하면서 그는 죽도 할아버지로 불리워지고 주인공 홍도(洪度)에게는 진외종조부 즉 홍도의 아버지의 외숙부가 된다는 것이다.'홍도'라는 이름은 정여립이 조카인 리진길에게 중국의 시인이자 도인인 설도(薛濤)처럼 세상을 두루 살피면서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개명했다고 한다.

 

 핀란드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단편영화 감독인 동현과 홍도는 우연찮게 기내에서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헬싱키에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8시간 30분가량 동현과 홍도가 지난 역사를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듯 들려 주고 있으니 김대현작가는 스토리의 발상부터 기이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아니들 수가 없다.그것도 홍도라는 현재의 인물이 1580년생으로 뒤바뀌면서 현재 나이는 433세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다.그저 흥미를 북돋워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야기의 전개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홍도는 1589년 기축옥사에 관한 것을 아버지 리진길에게 들었을 테이고 리진길은 예문관 검열로서 역적의 피붙이라는 연좌제를 적용하여 척살 당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홍도가 1580년생이기에 임진왜란,정유재란,병자호란,신유박해,구한말과 일제강점기,진주만사건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대단한 기억력과 기치를 발휘하여 옆자리에 있는 동현에게 들려 준다.그리고 홍도 옆에는 자치기라는 오라버니가 있다.자치기와는 오래된 친구이면서 연모하는 관계이기도 하다.홍도가 임진왜란시 왕자 등과 함께 인질로 일본으로 끌려 가게 되는 등 파란만장한 생을 보여주는데 그녀는 남장으로 분(扮)해 오카야마,후쿠오카,쓰시마를 거쳐 조선으로 들어오게 된다.특히 자치기를 찾아 다니며 그녀의 그리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바닷물이 깊다고들 하지만 내 그리움에는 반도 미치지 못하리라.

 

 바닷물은 물가에 끝이라도 있건마는 내 그리움은 까마득하니 끝도 없구나. - 본문 -

 

 

 

 홍도는 그리워하던 자치기를 만나 심연의 사랑을 나누면서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고 언약을 한다.그러한 긴긴 얘기가 어느덧 종지부를 찍을 때 쯤이 되니 인천공항에 당도하게 되고 동현과 홍도는 어느덧 헤어지기가 싫었는지 공항 한복판에 두 발을 딛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고 자연의 섭리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법칙이고 순리이다.홍도라는 여성이 433년 간의 역사와 사연을 인간의 정념 및 멸하지 않는 혼을 빌려와 '홍도'의 얘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특히 최명희 혼불문학상이어서인지 후보작들에 대한 경쟁과 평가가 무척 고민스러웠다는 심사위원들의 후일담도 글을 쓰려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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