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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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는 그럴싸한 나만의 서재 공간이 있는데,결혼후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 차고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마음의 공간,나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작심하고 가능한 좋은 책들과 벗하면서 지난간 삶을 되씹어 보기도 하고,부족한 역량을 채워 보기도 하고,거장이랄 수 있는 작가들과 간접 소통도 하면서 몇 년 사이에 국내외 소설및 자기계발서,역사서등이 빼곡히 서가에 정렬되고 자리잡고 있음을 보노라면 흐믓하기도 하고,후일 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갖어 보던 중,중고교시절 절친하게 지냈던 친우가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 했다는 비보를 들으며 한편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 버린듯 ’멍’하니 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최인호선생님의 ’머저리 클럽’을 꺼내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학생이 된듯한 기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새로 전학 온 급우 영민이와 친해지면서 이 이야기는 전개되는데,흔히 말하는 끼가 있는 몇 명의 남학생과 톡톡 튀며 말상대가 될 법한 여학생이 어울려 청순하고 철없으며 재기발랄한 한때를 보여준다.

내 마음에서 속박을 벗겨주세요.
그래서 나를 자유롭게 해주세요. - 본문 -


그랬을 것이다.삐딱하게 교모를 눌러 쓰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가방은 허리 춤에 대고 휙 어디론가 날아가고팠던 학창시절이 아니었다 싶다.그러던 게 메밀국수집 사건으로 머저리네들은 정학을 당하고 어디론가 베낭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자신만의 여학생을 보면서 사랑의 밀알을 가슴 속에 심는다.심장이 두근두근,누구나 품을 수 있는 타오르는 연정을 어떻게 해 볼까 하다가도 현실로 돌아가 자신을 제어하고 냉가슴 앓는 경우가 있다.자신도 가끔 연애편지도 써 보고,용기내어(제3자를 통해) 말도 걸어 보고 1년 정도 서로 식사도 하고 영화도 같이 보러간 그녀가 생각이 난다.70년대의 학창시절이니까 요즘처럼 무슨무슨데이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크리스마스나 새해무렵이 되면 무슨명목을 만들어서라도 용돈을 받아내어,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고민고민 적어서,다음 날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그 여학생반 문틈에 카드를 끼워 넣고 어떻게 반응이 나오는지 살펴보기도 했던 기억도 있었다.반응은 불꽃처럼 확 번지지는 않았지만 며칠 지나 길가다 마추치면서 수줍게 웃으며 "고마워""급우들이 누구한테서 보낸 카드냐 묻길래,좀 당황했다"면서 약간 홍조를 띤 여학생의(그때 남녀공학이었음) 모습이 빛바랜 흑백사진 마냥 함초롬하게 새록새록 여울져 간다.

세월이 많이 흐른 이 시점에서 보니 손에 잡힐 듯 말듯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그 시절,그 또래끼리만의 울타리 안에서 사고 안 치고 이성에 대한 그리움,연정같은게 쌓이면서 인생을 배우고 지난 시절을 회고할 수 있는 거 같다.작가는 정말 스토리를 친구 대하듯이,또한 사계(四季)로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머저리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멋지게 들려주고 있다.끝부분에 나오는 ’승혜’라는 여학생은 작가님과 어떤 관계로 남았을까?궁금해진다,승혜에게 정성을 쏟고 자신의 내면을 알린 거라 그런가 싶다.이내 날씨가 우중충하지만 내일이면 봄 내음이 물씬 대지를 적셔 줄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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