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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평점 :
내가 살아 오면서 행복했던 풍경들은 고향의 마을에서,학교에서,직장생활하면서 한 조각 한 조각들의 필름들이 뇌리에 남아 있다.그 행복한 풍경들은 꾸밈없고 넉넉하며 진실된 마음의 표시와 표정에서 우러나왔다.누군가 억지로 강요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 아닌 몸과 마음에 배여 있던 인의예지가 자연스레 표출되는 넉넉하고 살가운 모습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보는 사람 모두가 흐믓하기만 하다.그러한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 사는 것이 어찌 마음대로 되겠는가.
어린시절 할머니의 회갑잔치는 집안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풍성하기만 했다.철이 없던 나는 동네 어른들,친척들이 하나 둘 찾아 오면서 마당에는 멍석(덕석)을 깔고 흰광목으로 된 휘장을 치면 마당은 어느새 인산인해가 된듯 북적북적하기만 했다.당시 어른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듯 얼싸안고 술과 고기,적반 등을 드시면서 회갑의 하루는 그렇게도 짧게 지나갔다.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작은 아버지,고모께서 차려주신 회갑상을 앞에 놓고 신혼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 호강을 받으셨다.자식들이 차려주신 회갑상 앞에서 흐믓해 하시던 할아버지,할머니의 행복했던 표정이 어제와 같이 생생하기만 하다.행복이라는 것이 계획을 세우고 하나 하나 뭔가를 실천해서 성취하는 보람과 뿌듯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을 할머니의 회갑날을 통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 본문 -
행복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는 마음의 그릇이라고 생각한다.행복은 돈과 물질이 많아서 채워지는 것도 아닌 만큼 계량,수치화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현대인이 돈과 물질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도하게 추구하고 목숨을 거는데에 있다.설령 원하는 돈과 물질이 자신에게 찾아 온다고 한들 어느 정도,얼마 동안 그 행복감과 만족감이 지속될 수가 있을 것인가.행복은 물질로부터 얻는 것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비움,초월 이라는 대승적인 자세와 태도의 견지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건강한 몸과 신체,명상,나눔,상생이라는 것들로부터도 찾을 수가 있다고 본다.늘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이 아닌 신의 경지에 이른 존재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꾸뻬 씨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찾아 오는 환자들과의 면담과 처방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 정신과 진료실 문을 닫고 중국,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면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체득하고 그것을 목록화하여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무엇인가를 체득하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환자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환자의 상처와 고통마저 완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23가지의 행복의 메시지는 누구나 수긍하는 것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먼저 타인에게 다가가고 타인의 아픔과 고통,행복의 메시지를 몸과 마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꾸뻬 씨가 여행길에서 배우고 실감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자신이 사회에서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등이다.또한 누구나 죽음의 문턱에 이를 것인데 죽음에 대한 명상,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서도 죽음 자체가 공포이고 두려움이 아닌 자신의 본향인 자연으로 되돌아 간다는 감사함과 안심에서 행복한 죽음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뻬 씨는 행복을 위한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정신과 진료실로 되돌아 와서 행복이라고 느꼈던 것들을 되새기면서 환자들 편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휴머니즘을 실천하게 되었다.춤추고,사랑하고,노래하고,삶답게 살라는 메시지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현실의 삶이 묵직하고 각박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처분하면서 단조롭게 살고 내 자신이 추레하고 삶의 질이 낮아 자격지심으로 만남을 회피했던 옛친구,친척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면서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가까운 국내 여기 저기를 떠나려 한다.행복은 받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 마음 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을 아무 대가없이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삶의 이치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