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세 번째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 지 기대를 품고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 갔다.흔히 고서점이라고 하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중고서적과 칸칸이 정돈되어 책손님을 기다리는 서점안과 문 칸 쪽에 자리잡은 카운트대에는 한 대의 컴퓨터가 통신판매와 직접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책은 말그대로 지식과 교양을 쌓아 가며 글 속에 인물,사건 등 다양한 소재들을 조우하면서 그들과 암묵적으로 대화,소통을 하고 독자는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자신의 삶에 벤치마킹을 하면서 더 나은 삶을 구가하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하루만에도 몇 만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세상인데 지금보다는 몇 백년 전,몇 십년 전의 글들은 덜 문명화되었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지금보다는 살아있는 글들,그리고 순수한 맛과 예스러움 속에서 따뜻한 삶의 공동체를 느낄 수가 있어서 근래의 속도전과 같은 작품과 견주어 볼 때 고서가 자아내는 매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리즈물을 읽으면서 한국에도 고서점에 얽힌 작품이 탄생했으면 좋겠다,탄생할 법도 한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책을 좋아하고 탐독하는 일본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문고판 내지 잡지,신문 등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이와 견주어 고서점과 관련한 에피소드,행사,소소한 사건 등이 당연 일어날 것이다.이에 작가는 고서점의 모든 면모를 취합하고 통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고서와 더욱 가깝게 하고 독서라는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전해 주는 전령사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공 시오가와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 그리고 시오리코의 여동생이 고서당을 지키며 통신판매,내점판매를 하게 되는데 시리즈 3권에서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내세워 독자들을 그 곳으로 깊숙이 안내해 주고 있다.에도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서점 조합의 절판본 등 희귀본을 대상으로 입찰을 하는 날 희귀본 <민들레 소녀>라는 도서가 도난당하면서 시오리코가 의심을 받게 되는데 돌연 그녀의 어머니 지에코가 등장한다.그녀의 어머니는 장서만 보아도 그 주인의 특징을 알아맞혔을 정도로 장서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귀신인 것 같다.도난을 의심받게 되면 비블리아 고서당에 대한 소문과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사건은 유야무야되었지만 도난을 의심받을 당시의 시오리코는 식은 땀이 흐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시노부는 조만간 태어날 2세에게 들려 줄 동화책을 찾으러 비블리아 고서당에 내점하는데 찾고 있는 도서가 '너구리와 악어와 개가 나오는 그림책 같은 것'이다.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가 엄마의 구연동화를 들으면서 눈망울이 커지고 귀가 쫑긋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또한 고사리와 같은 부드러운 손가락이 책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잃어버린 희귀본 미야자와겐지(일본의 동화작가)의 <봄과 아수라>이다.미야자와겐지는 요절했지만 매우 청렴하고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학창시절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를 배운 적이 있는데 미니수첩에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손님을 만난 기분이었고 흐믓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아무 욕심 없이
결코 성내지 않고
언제난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
된장과 채소 조금을 먹으며
(중.후략)
그 어머니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시오리코 모녀를 통해 들었다.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고서에 대한 애정과 신념으로 오랜 세월 고서당을 지키는 마님역의 시오리코와 우연한 계기로 고서당에 발을 붙이게 된 고우라 다이스케간의 로맨틱한 얘기는 4부에서 기대해야 할 것 같다.축소지향의 일본인답게 공간적 배경은 협소하지만 이야기꽃은 다갈래로 만발해 있어 읽는 재미가 각별했다.삶은 각박하지만 1권의 특별한 고서를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 살아가는 보람이 멀리 있지는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