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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운명은 이동이라고 생각한다.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태어나서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 정착하지 아니하고 이리 저리 유랑자와 같이 떠돌며 사는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삶의 운명이 아닐까 한다.부모의 직장이 인사에 의해 이동이 잦으면 그에 따라 색다른 환경을 맞고 적응해 나간다.한국과 같이 학군과 프리미엄을 예상하고 이사 이동도 잦다.이것은 운명이라고 보다는 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먼저 선점하려는 기민성과 도전정신이 가득차 있다는 생각도 든다.어찌되었든 인간의 운명은 수학공식과 같이 룰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돌발상황은 삶을 좌초시키고 절망의 늪에 빠지게도 한다.이것이 심각할 경우에는 누군가에 의해 극도의 위협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져 가기도 한다.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의 주인공 모니카 마시아스는 특별한 운명의 인물이다.세상 물정 모르던 가녀린 어린(일곱살) 나이에 모국 적도기니를 벗어나 북한의 평양에서 16년 간을 북한식으로 생각하고 생활했던 사람으로서 모국보다도 한국과 북한을 무척 사랑하고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다.스페인 식민통치에서 막 벗어나 초대대통령이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조카이면서 정적에게 암살당하면서 어머니를 제외한 형제자매가 아버지와 김일성과의 돈독한 관계에 의해 북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북한에 온 만큼 그들에게는 특별한 대우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게 된다.'만경대혁명학원'를 졸업하고 피복공학과에 진학하게 된다.북한에서 학창시절 사귀었던 몇 명의 북한여학생 중에는 마음씨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학생도 있었다.개성출신의 선화라는 여학생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모니카는 선화를 둘도 없는 사이로서 각별하기만 하다.폐쇄적인 사회에서 성장하다 북한을 떠나 중국,모국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모니카는 두려움반 호기심반으로 가득차 있지만 절대 자신의 아버지,자신의 가정을 파괴시킨 모국 적도기니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이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귀국길에 선화가 건네 준 송편과 편지 한 장에는 각별하고 애틋한 우정이 순수 그 자체이다.
"모니카야,늘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줘.가다 멈추지 말고,멀리 둘러가거나 헤매고 방황하더라도 반드시 너의 여행을 끝내야 해".
그러면서 모니카는 여행의 목적을 '나를 찾는 것','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것','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모토로 북한의 온실 속에서 은혜를 입었지만 지금부터는 자신의 삶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친다.그녀는 당차고 야무지다는 생각이 든다.스페인 시라고사,마드리드,뉴욕,서울 등의 대항해를 펼쳐 가는데 그녀는 보모생활,직장생활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육체적으로는 힘은 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즐거움과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한국인보다도 더 한국말을 잘하는 그녀,그리고 영어,스페인어까지 터득하면서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생존의 법칙을 익혀 나간다.그런데 모니카의 행방이 적도기니의 대통령의 귀에 들어가면서 내키지 않는 만남이 잠깐 이루어지는데 '돈다발'로 모니카의 트라우마를 잠재우려 하지만 모니카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과연 정치가들의 합종연횡,정파,이해관계,이념,사상에 따라 정적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비정하기 짝이 없다.비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딛고 바르게 성장하여 자신의 모국으로 회귀하여 아버지 묘를 찾아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수많은 생각으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독재자 말 그대로 혼자서 설계하고 재단하는 사람이라는 1차적인 의미로서 정치적으로는 독단적으로 모의하고 결단을 내리는 비민주적인 존재이다.
모니카의 북한 생활 16년 속에는 자신의 모국보다는 북한에 대한 기억과 추억,향수,그리움이 잔뜩 배어 나오고 있다.기회가 닿으면 또 다시 북한과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모니카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그녀는 질기도록 끊어지지 않는 낚시줄과 같은 강인한 정신력을 갖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북한에 대한 생활상,북한의 정치상황(1990년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어 다행이다.잘살지는 못하지만 북한사람들이 갖고 있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어느 나라이든 정치적 성향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삶의 질과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모니카의 경우에는 자칫 전가족이 몰살의 위기를 당할 수도 있었지만 천우신조로 김일성과 그녀의 아버지와의 정치적으로 돈독한 관계로 새로운 삶을 펼칠 수가 있었고 그녀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몇 조각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