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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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화의 작품은 <형제>를 통해 알게 되었다.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의 의형제와 같은 주인공들의 굴곡진 삶의 여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그외 <허삼관 매혈기>,<인생> 등을 읽어 가면서 중국 백성들의 고단한 삶의 조각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그의 작품은 한국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가 되면서 친숙하고 그 또한 한국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중 문화의 이해도를 넓혀 가기도 하는 작가이다.그가 이번에 내놓은 <제7일>은 색다른 감각의 이야기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들의 신체장기 밀거래를 통해 중국사회를 한겹 벗겨 주기도 하여 사회부조리의 면을 고발하는 면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화장터 중국어로는 빈이꽌(殯儀館)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양페이가 죽어 화장을 하기도 되어 있던 참에 그는 화장터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그의 차례를 기다리지만 그는 자신의 순번을 놓치고 만다.건물이 무너지면서 시신으로 변하고 그가 사랑하던 리칭과도 영이별을 하게 된다.그런데 중국에서는 화장장의 가마가 계층에 따라 수입산과 국산이 따로 있나 보다.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수의,빈의관,유골함마저 살 수가 없는 처지이다.그들이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든 남은 유족들은 망자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하게 영면하기'를 기원할텐데 양페이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양페이가 죽어 화장터로 향하던 첫째날부터 일곱째날까지 그 스토리가 가슴 뭉클하면서도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하는데 위화작가는 중국사회의 이면에 깔려 있는 소외계층의 목소리,신음을 예리하게 끄집어 내어 그 환부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양페이는 마흔이 넘은 나이이건만 그를 낳은 모친과는 생이별을 하고 양부(養父)인 양진뱌오로부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가르친다.철도 공무원의 신분으로 그의 뒷바라지와 보살핌은 친아버지 이상으로 관심과 애정을 쏟았고,양부는 매사 근면성실하며 절약하는 정신이 몸에 배인 분이다.그렇게 정성을 쏟으면서 양페이를 길러주신 양부는 진정 '기른 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양페이의 친모는 그를 기차간 화장실에서 낳는 순간 변기통 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기차길에 너부러지고 이를 양부가 발견하고 애지중지 키워 온 것이다.그의 부모는 양페이가 죽지만 않았다면 살아 있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매체 등을 통해 그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되지만 양페이는 친부모 댁에서 며칠을 지내지 못하고 그만 양부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양부가 림프암에 걸리면서 양페이는 작은 점포를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돌연 양부가 행방불명이 된다.양부의 고향을 물어 물어 찾아갔건만 그를 찾을 길이 없었고 상심을 하고 되돌아 오고 만다.그리고 그는 다시 죽음의 세상으로 돌아오는데 여기 저기 나뒹그는 해골들의 무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죽었어도 매장되지 못한 이들의 장소를 보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는 가련한 생각이 밀려 온다.이야기 속의 샤오칭이 자신의 신장을 밀거래를 해서라도 연인 슈메이의 유골함을 챙겨 주려는 갸륵한 정성 속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 왔다.양페이 또한 양부의 생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극적으로 해골 무리 속에서 양부와 재회를 하게 된다.아버지의 슬픔 음성이 양페이의 귓전을 울리면서 그들은 소리나지 않는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렇게 빨리 오다니."

 "아버지,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여기서 매일 너를 그리워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정말 몰랐구나."

 " 아버지,이제 또 함께해요."

 

 

핵가족,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서 가족의 소중함,기른 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휴먼드라마와 같은 글이었다.친부모에 대한 아무런 기억도 없었던 양페이는 오로지 양부 양진뱌오가 전부이고 세상의 버팀목이었으며 의지처가 되었던 것이다.림프암에 걸린 양부가 죽음의 순간까지도 양페이에게 부담을 덜어 주고자 스스로 집을 떠나 어딘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였겠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양아들 양페이를 잊지 않고 죽음의 세계에서나마 만나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영원히 함께 하자는 대목은 가슴 찡한 울림이 아닐 수가 없었다.진정한 사랑은 사후세계에서도 만날 수가 있고 그 사랑은 불후의 존재와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본다.그리고 부모와 자식사이의 애정은 천륜이고 함께가는 삶의 동반자와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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