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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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는 누가 살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큰 섬이든 작은 섬이든 거대한 뭍과는 분명 다르게 살아가리라 생각한다.바다가 사방으로 접해 있어 해풍과 오랜 세월 풍화되어 퇴적된 각종 현무암,사시사철 풍성하고 싱싱한 해산물,그리고 바다를 끼고 억척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섬사람들의 말못할 애환들이 생각이 난다.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뼈를 묻는 섬토박이들도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 오는 생활풍습과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삶의 과정이 면면히 이어져 가리라 생각한다.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여섯 편의 연작을 통해서 다가오는 점은 이제 섬도 외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돈이 된다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투기인들과 개발업자들에 의해 섬들이 갖고 있는 본래의 모습과 풍광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특히 제주의 외딴 섬(가공의 섬)을 배경으로 하는 이 곳에는 마음을 다스리러 찾아오는 길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행위가 태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서 토박이와 외지인간의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나미작가는 땅끝섬을 배경으로 어부들,외지인,관광객들을 골고루 등장시켜 섬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대조적으로 잘 들려 주고 있다.회사일로 10여 년 전에 단체로 제주를 한 번 유람하고 그 이후로는 가본 적이 없는 외딴섬 사람들의 삶이 비록 단조롭고 강팍하기는 하지만 자연과 바다에서 재배하고 채취한 먹을거리로 수분지족하는 순박함과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반면 외지인이 들어와 회집,중국집 등을 경영하는데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가 연속된다.토박이이지만 먹고 살 방도가 딱히 일정하지 않고,외지인은 갖은 돈으로 승부를 겨루려고 하니 돈과 물질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그들 사이에는 앙금과 불만,갈등 등이 잦기만 하다.마을 자치회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모아 단결과 상생을 도모하고 이어 벌어진 술잔치는 내.외지인들간의 유대관계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훈훈한 분위기도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강사 10년 세월에 교수직을 못얻고 아이까지 없어 남편과의 불화를 삭히려 외딴섬까지 내려온 자애,아내가 암에 걸려 병수발을 하러 가는 사이 애지중지하던 강아지 '깍지'는 장군바위에서 망부석이 되다시피하고,우연히 섬에 내려와 회집을 경영하는 인규,머리는 그리 좋지 않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종태,조폭과 같이 이리 저리 휘젖고 다니는 삼봉이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이렇게 시끌벅적하면서도 사람 살아가는 방식이 섬도 뭍과 다를 바가 없다.먹구름과 같은 분위기가 다시 맑게 개인 하늘로 변해가는 자연의 섭리와 같이 섬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거친 파도 소리에 묻히고 세월에 묻혀 고요하고 아늑한 산사의 정적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또한 제주 방언을 적절하게 잘 구사해 주고 있어 읽는 재미,제주에 대한 미묘한 동경심,그리고 피튀기게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섬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이야기가 현실적인 생생함을 전해주는 점도 간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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