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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평점 :
구비(口碑)문학 즉 말로 전해져 오는 글이라는 문학의 갈래로서 흔히 구전문학 내지 설화라고도 부른다.신화,전설,민담 등이 이에 포함된다.이것은 기록에 의한 글이 아니기에 사실성과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는 재미와 흥미를 안겨 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가기도 하기에 구비문학은 그 속에 담긴 허구적인 내용에 따라 재미와 흥미,교훈,삶의 방식까지 정해주기도 한다.
이 글이 구비문학의 성격과 약간의 환타지적 요소가 담겨 있다.글의 제목이 다소 으시시한 공포감과 처연함을 안겨 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3대째 내려오는 마술사의 집안인 공윤후라는 인물과 주변인물 그리고 사물을 의인화한 대목이 읽는 묘미를 안겨 주기에 족했다.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마술사사 대중들을 눈속임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인생에 있어 고민과 갈등으로 얽혀 있는 이들을 달래주고 해결해 주는 해결사와 같은 역할까지 하고 있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가 아닐 수가 없었다.
유전공학이 발달하여 무엇이든 새롭게 탄생시키는 시대에 파란장미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꽃말로 바뀌면서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여자는 가장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여동생의 학비 등을 뒷바라지하다 병이 악화되면서 삶을 마감하려 고층 빌딩 옥상의 난간에서 장미 꽃다발을 안고 곤두박질치려 하는 순간 김씨라는 낯설지만 매력만점인 남자에 의해 죽음에서 삶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민혜를 좋아하는 작은 병구는 큰 병구와 함께 간담상조와 같은 사이로 지냈지만 큰 병구의 가정생활에 더 이상 지장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스스로 자립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작은 병구는 민혜에게 마음은 있지만 작은 체격에 볼품없는 외양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데,블로그 필명 룸룸을 통해 만능해결사 공윤후의 존재와 거주리를 알게 된다.마침 공윤후라는 마술사로부터 마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백방으로 그의 주소지를 알아내게 된다.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오지산골의 404번지 파란무덤에 공윤후가 나타나면서 작은 병구와 민혜 사이에서 사랑의 조정역할을 하게 된다.특히 신기한 점은 교통사고를 당한 민혜가 작고한 작은 병구 어머니의 금반지로 화신할 줄이야...
그외 활과 공윤후와 얽힌 이야기가 네 편이 나온다.착한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들의 얘기를 연상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활의 역할과 마술사 공윤후 관계가 명콤비와 같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느끼게 한다.포장마차의 주인으로 변하는 활,길가에서 꿈만 꾸는 소년을 공윤후에게 삶의 문제해결을 부탁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주목나무,회화나무,단풍나무,자명괴 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마술과 과학의 경계선을 넘나 들면서 신비함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해동잡록>,<삼국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듯 현실과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섬세하고도 촘촘하게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 작가의 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100여 년에 걸쳐 면면히 내려오는 도깨비의 정기가 조각 조각 나뉘어져 전해주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신비스럽기만 한 공윤후의 담대하고 기괴한 행동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