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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구소련의 붕괴 및 독일통일로 인해 제3세계라는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농업에 치중하고 높은 인구밀도,저개발과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는 제3세계의 나라들은 주로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 치중해 왔다.그중에 서남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인도,파키스탄 등을 떠올릴 수가 있다.개인적으로는 그간 극동권,북미권,유럽권의 문학을 주로 읽어 왔기에 내 머리 속에 있는 제3세계의 나라의 문학은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모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고통,사랑과 배신,기억과 추억을 깊게 간직하고 이를 서사적으로 드러내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할레드 호세이니이다.그가 남긴 작품은 <연을 쫓는 아이>,<천 개의 찬란한 태양> 등이 있다.그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안겨 주었던 만큼 이번 작품인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시간과 사건,(등장인물들의)기억과 고통을 아름다운 인간미로 승화시키고 있기에 제법 두터운 도서였지만 '끝까지 잘 읽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믿음에 의해 살아가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인습에 의해 흘러가고 마는 것이 태반이라고 생각한다.가난이 짐이 되어 자식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마음이고 육체적으로 힘이 들더라도 자식들을 위해 책임과 희생을 다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흙먼지와 황량함 그리고 외세의 침략과 종교적 갈등 등으로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회자되었던 아프가니스탄은 친소경향을 띠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거점을 잡으려는 미국 사이에서 무자히딘 세력에 의해 구소련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실패가 돌아가면서 텔레반과 알카에다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21세기 초까지 미국을 악마의 축으로 삼으면서 종교적인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악마와 신령과 거인들이 사는 마이단 사브즈 마을은 못먹고 굶주리는 가난한 아프가니스탄의 마을을 초두에 내놓고 주인공 압둘라와 파리 오누의의 파란만장한 삶이 기나긴 시간과 세월을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우면서 인간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압둘라와 파리가 태어나고 자란 샤드바그를 어린 시절 떠나게 되는데 압둘라는 고향을 떠나던 기억이 어느 정도 있지만 세 살 정도의 파리는 그 기억이 희미하기만 할 뿐이다.오누이가 60여 년의 시간과 세월 속에서 혈육에 대한 기억은 천지차이였을 것이다.시간이 흐를수록 압둘라는 살아 생전 여동생 파리를 만나는 것이고 파리는 과거에 대한 기억,정체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와다티 집안으로 통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기사이면서 요리사였던 나비,프랑스인의 피가 흐르는 시인 닐라,성형외과이면서 모국을 끔직하게 염려하는 마르코스,전범의 아들인 아델의 이야기 등이 피륙의 날실과 씨줄의 교합가 같이 전개되어 간다.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군과 종교세력이 포진하면서 총탄과 살육,희생자들의 아우성이 전해지는 거 같이 다가온다.
나비가 죽음을 앞두고 마르코스씨 앞으로 보낸 편지가 잃어버린 조카 파리를 찾아 달라고 하면서 파리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어 가고, 파리의 오빠 압둘라도 늙어 치매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지만 여동생 파리를 만나기만을 마음으로 학수고대한다.파리의 기억에는 없겠지만 파리는 깃털을 무척이나 좋아했나 보다.파리에게 전해진 꾸러미에는 다양한 깃털이 담겨져 있다.다양한 색상의 새털이다.파리는 깃털 하나를 팔목에 가볍게 대고 그것이 살아나서 날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바라본다.영원한 생명력으로 비상하여 행복을 찾아 나서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또한 의붓삼촌 나비가 파리에게 전해준 물질적 재산도 그렇지만 평화와 은총,사랑과 행복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압둘라와 파리가 이산가족이 되어 각자의 길을 살아 오면서 한쪽은 생생한 기억으로 한쪽을 찾으려 갈망하고 한쪽은 희미한 혈육과 긴가민가하는 정체성이 오고 가지만 오빠 압둘라가 여동생 파리에게 전하는 깃털을 보면서 따뜻함과 진한 우애가 스며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특히 할레드 호세이니작가는 누구보다도 조국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기억과 애정,사랑이 충만되어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아프가니스탄,그리스,프랑스,미국 등의 공간적인 배경과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같은 시대적 배경,사건을 통해 고통과 아픔,가난과 굶주림,사랑과 배신 등을 느끼게 한다.그중의 백미는 압둘라가 파리에게 전하려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우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