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페르노 2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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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의 고색창연하지만 육중하고 도도하게 오랜 세월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건축물들이 눈앞에 전개되는 것만 같다.두오모,조토 종탑,쿠폴라,세례당,베키오 궁전 등이 그림과 같이 아름답기만 하다.나즈막한 산세가 동서남북으로 배경을 이루고 탈색된 오렌지 빛깔의 건축물들이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감싸고 있다.일생에 한 번쯤 아니 가고는 한이 서릴 것만 같은 생각마저 든다.이렇게 예술,건축,문화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는 인페르노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인간의 육신은 썩어 없어지겠지만 영혼만큼은 구천을 떠돌고 살아서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지옥과 천국의 문이 판가름 난다고 하니 인간은 죄악을 짓지 않고 인과 덕과 같은 선을 많이 쌓아 내세에서도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1권이 기호학자 랭던과 의사인 시에나가 삶의 파트너가 되어 감싸고 보호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했다면 2부에서는 랭던 옆에는 시에나 대신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신스키 박사가 주로 등장하고 그녀와 호흡을 함께 한다.아직도 랭던을 추격하는 이탈리아 정부군과 민간조직으로 인해 신체의 위험을 느낀다.랭던은 피렌체를 벗어나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한다.베네치아는 천 년에 가까운 총독의 지배와 통치를 받은 곳이다.산타 루치아,리알토 다리,산마르코 광장,수상 배타기(곤돌라) 등이 떠오른다.랭던은 무미건조한 <천국의 문>을 맛보기도 한다.단테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변절을 가장 악질적인 죄로 규정했다는 대목도 새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인간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저지르는 죄악은 참으로 많다.

 

 한 편 시에나는 알고 보니 유전공학자 조브리스트를 마음의 스승으로 삼으면서 내연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인류 멸망 방정식,흑사병의 혜택에 대한 논란 등은 현대사회에서 핵탄두,생화학 무기 등으로 연결된다.조브리스트는 그의 발명품이 국지적 효력만 발휘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 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일 것이다.돈과 물질을 앞세운 그가 돌연 자살로 끝나고 그의 내연녀 시에나도 랭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한 트랜스휴머니즘은 현대판 흑사병의 논리를 안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획기적인 행동을 취하려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돈과 물질,권력을 앞세우고 있는 일부 계층들의 결여된 윤리의식이 내면에 깔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눈앞에 펼쳐질 미래는 암울하고 복잡하기만 하다.증가하는 인구수와 인류의 멸종(?)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를 모두가 생각해야만 할 문제이다.

 

 변절한 베네치아 총독 엔리코 단돌로가 묻힌 성소를 만나기 위해 터키 이스탐불로 향한다.동.서문화의 교차로인 이스탐불은 비잔틴과 로마,오스만에 이르는 세 제국의 진원지였고 전쟁,영광,패배에 대한 전설과 에피소드가 넘쳐 나는 곳이다.톱카프 궁전,블루 모스크,칠탑성 등 이스탐불의 건축물의 보고이기도 하다.단돌로 성소를 배알하면서 랭던과 신스키박사는 오염된 저수조에 빠져 바이러스에 감염될 처지에 이를 뻔한데 이곳을 빠져 나와 천만다행이다.랭던과 신스키박사가 이스탐불에 와 있는 사이 시에나가 갑작스레 출현하면서 랭던은 시에나가 인류 멸종을 획책했던 조브리스트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추격하여 그녀로부터 진실을 듣게 된다."데스마스크에 쓰여진 날짜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날짜이고 자신의 바이러스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날짜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거예요"라고 한다.조브리스트가 구상하는 것은 이보다 더 위험하고 위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인페르노 작품을 읽으면서 댄브라운작가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글에 잘 전개하고 있어 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해주고도 남는다.지옥(인페르노)이라는 의미에 실린 인간의 선과 악의 문제가 오늘날 과잉 인구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인구,생태,환경오염,기후온난화,오존층파괴 등에 대해 독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현명하게 지구의 미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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