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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혼기에 이른 처녀를 과년(瓜年)이라고 한다.옛날 진(晉)의 정인옥벽가에 파과라는 말이 나온다.과(瓜)자를 파자(破字)하면 팔팔(八八)이 된다. 여자는 이 숫자를 더하여 16세가 되고 남자는 이 숫자를 곱하여 64세가 된다는 뜻이다.월경을 기준으로 16세에 이른 여자는 혼인을 하는 시기로 정했으리라 생각을 한다.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16세는 커녕 30이 넘어도 결혼할 의사가 없다든지 눈이 높아 상대를 찾지 못해 훌쩍 나이를 먹어 버린 사람도 있다.또한 경제적 여력이 있어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싱글로 남아 살아가는 싱글족도 많다.과연 혼자 살아도 될만큼 단단한 경제력과 강인한 정신,혼자라는 고독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도 해 본다.원치 않은 혼인으로 인해 몸고생,마음고생하며 살바에는 아예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나름대로 인생의 항해를 즐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남자는 첫 눈에 반한 사람에게 몰입하는데 반해,여성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경향이 짙다.여성의 입장에서는 기대고 사랑받으며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 줄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과년에 이른 올드미스들 모두가 솔로로 남는 법은 없다.아직 자신의 눈과 마음에 차지 않기에 이리 재고 저리 재보면서 남자를 탐색해 가리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경험으로 봐서는 남자든 여자든 완벽한 이상형은 없다고 본다.어느 정도의 시간과 회차의 연애를 통해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살아가면서 커다란 파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두 개의 성이 결합하여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연애는 핑크빛이고 베일에 가려진 신비성이 남아 있지만 결혼은 지극히 현실의 삶을 꾸려가기에 아무리 궁합이 맞는 한 쌍의 부부라도 살면서 다툼과 언쟁,헤어지겠다는 마음의 동요마저 일어나는 법이다.부부의 참된 길은 사랑과 배려,존중,인내라는 밑바탕이 깔려 있어야 이러한 잔잔한 풍파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
일본의 한 올드미스인 와다아키라(31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글은 읽어가면서 여성의 생각과 남성의 생각을 교차적으로 그려 내고 있어 남.녀 심리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흥미가 있었다.나 역시 30대 초반에 결혼을 했지만 완전히 서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바쁘게 만나고 바쁘게 혼인식을 올렸다는 생각도 한다.살면서 차츰 드러나는 부정적인 것들이 나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상황과 겹치면서 짜증과 반감도 일어난다.결혼후 시간이 꽤 흐르면서 생활습관,성격 등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예를 들어 자고난 자리를 정리를 하지 않는다든지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물이 몇 년 동안 묵혀 있다든지 식사후 설겆이를 바로 하지 않는다든지 등이 내 눈과 마음을 짜증나게 만든다.못 이긴 척하고 몇 번 정리.정돈을 해주면 계속 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안일하고 나태한 습관이 들기에 아예 안보고 못 본 척 해버리는 때도 있다.자꾸 잔소리하고 언쟁을 일삼게 되면 사는 재미도 없고 부부간에 거리만 생기기 때문이다.남.녀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대사(大事)일 뿐만 아니라 신중하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현실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직장을 다니는 와다씨는 원룸에 살고 코 닿을 곳에는 학원 강의실이 훤하게 내다 보이는 곳에 있다.그녀의 마음이 어찌된 일인지 세미더블 침대를 마련하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하나 둘씩 탐색해 나가게 된다.학창시절 알고 지낸 후미오,직장의 상사인 우메모토,거래처 관계로 알게된 중년의 스미타니,그리고 학원강사인 요시자키가 와다씨가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만나고 술을 마시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읽어 간다.그녀의 마음 속에는 누가 그녀의 가장 적합한 대상일지 무척 궁금하기만 했다.역시 와다씨는 섹스도 원하고 궂은 일도 알아서 척척 도맡아 해 줄 사람이 이상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여색을 밝히면서 아직 철이 덜 든 느낌의 후미오,여성에 대한 배려와 행동 및 요리센스가 있지만 미혼여성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오리무중의 우메모토,수다와 능청스러움으로 직장 여성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목적지는 러브호텔을 원하는 스미타니 그리고 학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몰고 가지만 집안 일에 대한 책임감과 여성을 감싸주려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요시자키의 성정을 알 수가 있었다.
침대는 신혼에 있어 육체적 관계를 즐기고 밀월을 엮어 가는 은밀한 공간이다.와다씨가 찾는 남자는 사랑에 목말라 있다.언제라도 그녀의 마음에 꽂히는 남자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꼭 붙잡고 말겠다고 몇 명의 남자를 탐색해 갔는데 농밀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그러한 질척거리는 표현을 삼가면서도 언젠가는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하고 싶은 올드미스 와다는 아마 학원강사인 요시자키를 점찍어 놓고 있다.자신의 일에 충실하지만 여자에게 만큼은 다정하면서도 세밀하게 대해 주려는 배려심과 자상함이 와다씨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침대는 그들에게 즐겁고 행복함의 농도를 살려 주리라 기대한다.이러고 보니 신혼시절 회사일이 끝나면 만사를 제쳐 놓고 귀가에만 신경 쓰던 시절이 새록새록 상기가 되고 내 입술은 배시시 미소로 번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