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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ㅣ 시공아트 59
오광수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6월
평점 :
한 시대를 살다간 명인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내 삶에 대입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지금까지는 주로 정치,경제,사회에 관련한 인물들의 평전 내지 일대기를 읽었지만 현대조각의 선구자였던 김종영의 삶에 대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라 그 관심과 기대가 컸다.나무와 돌을 깎고 세심하게 다듬어 완성한 조각품은 가히 걸작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한국조각의 역사가 길고 깊지 않은 탓인지 김종영 조각가로서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한국 조각의 역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획을 그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김종영조각가는 로댕의 영향을 받고 일본에서 조각수업을 마치게 되고 그의 본격적인 조각품은 1949년 <여인좌상>으로부터 시작된다.한국 근대조각가로서 김복진의 조각의 삶은 그 뿌리와 원형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현대적 조각의 이정표를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김종영을 비롯한 윤효중,김경승 등이 대학과 조소과를 열게 되는데 서울대의 김종영,홍익대의 윤효중으로 조각의 학풍을 열어간다.서울대가 관학의 풍조라면 홍익대는 사학으로서 자유분방함을 보여 준다.김종영이 조용하고 학구적인 선비의 이미지라면,윤효중은 활달하면서 사교적인 모던풍이라고 할 수가 있다.
조각은 종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된 예술분야라고 생각하는데,한국은 배불숭유정책으로 인해 조선시대에는 조각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유학파였던 이들에 의해 서양의 조각과 일본의 조각이 융합되어 한국에 이식되어 온 것은 아닌가 싶다.그러면서도 김종영과 같은 조각가는 왜색을 탈피하여 그만의 독특한 조각법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1950년대 초에는 카톨릭에 귀의하여 카톨릭 성향의 조각 전시를 하기도 한다.그는 서울대교수로서 1948년부터 1980년 정년 때까지 조각가로서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김종영조각가는 조용한 선비의 풍모의 소유자로서 학교와 집을 시계추와 같이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고 할 정도였기에 비사교적이고 혼자 사색하고 창작하는 모티브를 얻어 갔던 것으로 보여진다.
'가정을 경영하면서도 가정으로부터의 자유,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사회로부터의 자유,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으로부터의 자유'를 그의 삶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이러한 자기로부터의 해방에서 참다운 예술가의 삶을 터득하고 궁구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그리고 그가 흠모했던 인물은 완당 김정희이다.속세와 비타협적인 성격은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비타협적인 예술이념은 세잔의 성격과 흡사하다고 한다.
그가 초기 여인상을 비롯한 인체조각에 예술혼을 불살랐다면 후기로 넘어갈 수록 자연친화적인 작품들을 잉태하고 있다.그는 나무,돌,브론즈,철,석고,시멘트 등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양적으로 보아서는 목조와 석조가 단연 중심을 이루고 있다.그의 작품의 세계는 인물,식물,산으로 이어지고 있다.즉 그는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미를 경험하고 조형의 기술적 방법을 탐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예술가로서 그는 무엇을 그리느냐보다는 어떻게 그리느냐를 중요시했다.기술의 전통보다는 자연현상을 관찰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합치가 되는 것을 늘 상상하고 작품화하지 않았을까 한다.작품을 구상하고 창작에 몰입할 때그는 늘 작가와 매재(媒材)가 호흡의 일치를 이루어야 제대로 된 제작의 공정이 나온다고 하는 대목은 무척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나아가 그가 남긴 추상화의 과정을 보면 상형성에서 출발하여 요약의 단계를 거치고 다시 상형성을 극복해 가는 것을 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체,식물,자연,산으로 이어지는 그의 조각작품 세계는 인간이 자연에서와서 자연으로 가는 귀결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그는 내면을 채우기 위해 홀로 있는 연습을 부단히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그의 내면의 세계는 '무위자연'의 도에 순응하여 작위함도,드러내는 일도 없이 저절로 감화하게 하기 때문이다라는 <노자 도덕경>의 경지를 염원하고 자연의 법칙에 충실하려던 생활 신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조각외에도 서예,드로잉,유화 등 다수의 작품이 실려져 있다.그의 삶은 조각의 길이었지만 때론 이를 벗어나 불각의 경지를 추구했던 점도 그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