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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 - 왕을 만든 사람들 그들을 읽는 열한 가지 코드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돈과 명예,권력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그것은 일반인부터 권력이 최정점에 있는 권력가에 이르기까지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오늘날에는 정치와 재벌,법조계,언론인들이 권력을 분배식으로 야합을 하는 양태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일반인의 시선으로 볼 때에는 권력의 본질이 무엇이고 권력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다.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갖음으로써 입신출세는 기본이고 부와 명예까지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지나간 한국 역사 속에서 최고권력에 있던 왕,그들은 천신(天神)과 같은 존재였고 그 측근에는 그를 보좌하고 정사의 향방을 논의하던 신하들이 있었다.정치관료였던 신하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때로는 임금의 부인 왕비,친인척들도 국사에 영향을 줄 만큼 왕의 두터운 신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그런데 왕의 역린(逆鱗)을 거슬러 토사구팽 내지 일패도지(一敗塗地)한 신하도 있다.정치는 교과서와 같은 이론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다.삼국시대,고려,조선시대의 왕의 존재 및 위상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었기에 일단 왕과 신하는 코드가 맞아야 하고 왕의 비위를 맞추되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간언(諫言)도 마다하지 않았다.이러한 신하는 요즘 말로는 직설적이고 까칠하다고 하여 위화감을 안겨 주기에 방출할 소지도 없지 않겠지만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복됨을 추구해야 하는 왕의 소임을 생각할 때에 간언,직언,상황판단을 잘 했던 왕이야말로 후세에 존경과 숭앙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이 있을테지만 삼국시대,고려보다는 조선시대에는 왕의 장자 즉 적자(適者)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관례였다.적자에게 커다란 흠집 이를테면 문란한 행위 및 왕의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왕의 자질이 엿보이지 않을 때에는 단연 임금의 눈과 귀에 소리소문없이 그 사실과 상황이 들어 오게 마련이다.또한 권력의 파이를 노리고 시류 및 시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들도 있었다.왕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에 귀를 열어 놓고 신료들과 현안문제 및 국사의 향방을 밀도 있게 논하고 적절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마땅한데 편협한 시각과 그릇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사회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외세에대해서는 자존감마저 모두 주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덕일저자의 <왕과 나>는 삼국시대,고려,조선시대의 왕을 만든 주역들의 삶과 정치관,후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잘 들려 주고 있다.자신을 알아 주고 신임해 주는 신하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충성을 하지만 왕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갈 길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그 정치적 욕망을 실현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다만 이상적인 경우는 왕과 신하가 동지로서 수미일관 의기투합하여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 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당대의 사회상과 왕과 신하를 둘러싼 세력들의 권력꼼수로 말미암아 그들은 온전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냉혹한 승부욕의 소유자 김유신은 헌신과 희생으로 신라를 변화시키고,신숭겸.배현경.복지겸.홍유는 충신으로 고려를 건국했으며,보기 드물게 여성의 힘으로 백제 건국을 선택하고 백제를 지탱한 소서노,역성혁명의 주역 정도전의 개혁적인 마인드와 사상,평생을 할 말 다 하면서 고종명(考終命)했던 황희,대동법과 화폐 창제의 주역 김육,전통을 지키려다 쿠데타를 맞은 천추태후,명청 교체기의 혼란기에 나라를 위해 희생되었던 강홍립,(요즘)토목.건축기술의 대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박자청,정략결혼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목적 없는 권력을 탐했던 인수대비(仁粹大妃),왕의 역린을 건드려 퇴각한 홍국영이 등장하고 있다.
현실은 냉엄하다.하물며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듯이 왕과 신하는 관계가 좋을 때에는 한없을 것 같지만 권력이라는 것은 일정기간의 밀애일 뿐이다.신하가 나라의 발전을 꾀하고자 할 때에는 우선 자신을 낮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진심으로 겸허한 자세로 왕을 모시고 시운을 기다려야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것이다.그것은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되는 정치덕목일 것이다.왕을 만드었던 신하들의 11가지 코드를 통해 인상깊게 다가오는 점은 명분과 실리의 중간지점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