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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보랏빛소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원한이나 증오가 복수심으로 발전한다.서로가 좋아할 때에는 쓸개,간이라도 다 내어줄 듯하지만 간극이 생기면서 소원의 기미가 보이게 되면 우월한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는 자기비하 및 열등의식에 잡혀 있는 사람이 속으로 원한과 증오를 불태워 나간다.남녀관계라면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정신적 피해의식이 크고 그 파장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세상의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 인생사가 아닐까 한다.
심리적 내면의 세계와 상처를 강박 증상에 의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린 비프케 로렌츠작가의 <타인은 지옥이다>는 읽어 가면서 다가오는 점은 조각난 수수께끼들이 종반부에 가면서 하나씩 채워지고 반전의 묘미까지 안겨 주고 있다.게다가 미스터리의 요소까지 가미가 되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해석 및 예측을 낳게 해 주기도 하기에 가독성을 한층 높여준다.게다가 뇌의 신경학적 면까지 알 수가 있게 되어 무릇 소설이라는 얼개를 떠나 인간의 심리세계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가 있어 복잡다단한 현대세계의 인간군상의 내면을 알기 위해서는 당연 인간의 심리세계를 사전지식으로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삶이 끝나는 날까지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어느 누구도 삶의 과정에서 고통과 상처,원한과 증오가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러한 상실감을 현명하게 빨리 극복해 나가는 것이 모든 면에서 건강할 텐데 이 글의 주인공 '마리'는 자신이 당한 상실감과 고통을 누군가를 죽여야만 속이 시원할거라는 망상과 강박증에 시달린다.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남자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데 살해자는 바로 주인공 '마리'로 밝혀지고 그녀는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를 언제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보호감호소에 이송되고 그곳에서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이렇게 보호감호소에 갇힌 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회에서 전과가 있는 자들로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사회복귀를 하게 되는데,주인공 마리를 비롯하여 한나 등의 사연은 결핍된 가정,사랑받지 못한 상실감과 불안,절망 등이 곂쳐져 자신이 의도했든 안했든 순간적인 악마의 칼날을 들이대고 보호감호소의 신세를 지고 있다.마리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딸 셀리아가 교통사고로 죽고 사랑하는 남편과 헤어지게 되지만 작가였던 파트릭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공연이 끝난 후 그릴파티에서 업어가도 모를 정도의 만취가 된 상태에서 마리와 파트릭은 동침을 하게 되고 다음날 파트릭은 몰골이 처참하게 주검으로 변한다.
'강박 증상은 얄궂게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나타나.' -인상깊은 구절 -
한 편 마리는 자신이 누군가를 죽여야 분이 풀릴 거라는 강박 증상에 사로 잡힌다.인터넷상에서 우연히 알게된 필명 엘리와 강박 증상에 대해 메일로 의견교환을 하고 채팅도 하면서 친해진다.그런데 마리는 엘리와 얼굴을 직접 보자는 언약을 하고 약속된 장소에 나가면 늘 불발이고 또 다시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면서 자신의 강박 증상을 달래고 정신적 힐링을 얻게 된다.그런데 파트릭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동생 팰릭스를 이모댁에 보내고 여동생 베라와 성장하게 되는데 파트릭을 죽인 비밀의 열쇠는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과연 이럴 수가 있을까?'라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작가로서 인세 및 인지도의 명성에 기가 죽은 남동생 팰릭스는 평소 형에 대해 시기와 질투심을 갖게 되고 여동생 베라는 어린 시절 오빠 파트릭이 자신을 성폭행을 자주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글로 표현하게 되는 것에 저주와 혐오감이 쌓이게 된다.마리가 갖고 있는 강박 증상에 대한 상담대상은 엘리가 아닌 베리였다는 점도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유치원교사였던 마리는 평소 난폭한 성격에 강박 증상까지 있었다고 한다.그녀는 결국 살인을 하지 않은 무죄인으로 판명이 났지만 그간 그녀에 대한 세인 특히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의 선입견과 평가는 그녀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남았을 것이다.그녀는 강박 증상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고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조각난 영혼은 누가 채워줄 것인가.헤어졌던 전남편 크리스토퍼가 마리를 면회하고 그녀의 상실된 마음을 위무하려 하는데 과연 둘은 재결합을 할지가 궁금하기만 하다.마리가 강박 증상에 있다는 것을 알고 교묘하게 상대가 되어준 베라와 그의 오빠 둘이 삐뚤어진 성장과정과 보이지 않는 시기,질투와 같은 불화의 그늘이 오빠 둘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