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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의 끔찍한 충격과 상처를 안겨 주었던 사건은 장기기억으로 남는다.세세하지는 않지만 충격적인 장면과 사건은 뇌리의 한부분에 고정되어 잊혀질 듯 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일들과 곂쳐지면서 당사자에게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게 마련이다.또한 부모가 부부로서 화합을 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성장하는 사람일수록 대부분 원만하지 못한 모나고 어두운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화목한 가정일수록 부모,자식관계가 우호적이고 애정이 넘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한다는 점도 살아가면서 보고 들으며 크게 체감을 한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가족 구성원들의 문제를 다룬 <다크 플레이스>를 접하면서 시종일관 내 뇌리에 다가오는 것은 부부가 부부답게 서로 뜻을 맞춰가는 화합과 협력의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식들에게는 온갖 정성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이 최고이고 최상의 가정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 리비 데이의 집안은 말그대로 '다크 플레이스'이다.예닐곱살 집안을 쑥대밭으로 몰았던 오빠의 가족 구성원 살해사건은 20여 년이 흐른 현재에 이르러서도 과연 인간다운 삶은 무엇이고 혈육애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반추하게 한다.그만큼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고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는 관계이다.그러나 부모가 부모답게 가정을 지키고 자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마땅하지만 리비 데이의 가정은 그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라나는 리비 데이를 비롯한 오빠 벤 그리고 언니 둘,엄마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아버지는 술과 도박 등으로 가산을 탕진하면서 밖으로만 뱅뱅 돌고 자아개념이 덜 성숙한 오빠 벤은 학교공부보다는 마약에 손을 대고 조숙하게도 이성을 일찍 알아 임신을 하게 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벤은 학교생활을 충실치 못한 채 이성과의 깊은 관계에 빠져 아이를 갖게 되고 이러한 사실들이 벤의 가족과 여자의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를 몰라 하면서 정신적 착락증에 빠지기도 한다.가난한 가정환경과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자식이 어떻게 온전하게 성장할 수가 있겠는가.
연초(1985년) 리비 데이 일가족을 살해한 오빠 벤은 여동생 둘과 엄마를 교살,참살,총상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당시 일곱살이었던 리비 데이는 참고인 자격으로 당시의 기억을 그대로 경찰관에게 전하고 벤 또한 범죄자라는 것을 스스로 묵인하면서 이십년 이상을 수형생활을 하게 된다.가족을 잃고 오빠는 감옥에 가면서 리비 데이는 이모의 보살핌을 받게 되지만 이모의 차를 박살내고 신용카드를 훔치며 애완견까지 죽이면서 이모와 갈라서게 된다.그러면서 악몽같은 사건을 돌이켜 보는 킬 클럽에 가입하면서 당시의 가족 살해사건을 추리하기도 한다.리비 데이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유대관계를 느끼지 못한 채 이십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고 오빠 벤은 수형생활을 마치고 내연녀 디온드라와 새 삶을 살아갈 테이지만 벤이 식구들을 살해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유일무이하게 남은 혈육인 리비 데이에게 온전하게 자신의 죄를 사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지는 미스터리이다.
리비 데이의 현재를 중심으로 살해사건(1985년 1월3일)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을 벤,패티(엄마),언니 둘의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모두에도 얘기했듯 가정에 무책임하고 자상하지 않은 아빠의 행실과 오빠의 빗나간 사행심 및 불성실한 학교생활 등이 수위를 지키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벤의 무죄를 관철하게 위해 돈을 대고 그 돈에 유혹되어 버린 리비 데이의 마음을 읽으면서 과연 도덕과 윤리라는 인륜의 덕목은 물질숭배로 인해 뒷전으로 쳐지고 마는 것인가를 씁쓸하게 되뇌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