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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하우스
캐슬린 그리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황무지 개간과 사금채취,탄광작업,농사일을 하는데 유럽인들을 처음에는 고용했는데 날로 늘어만 가는 작업량을 감당하기에는 벅찼기에 싸고 평생 부릴 수 있는 흑인을 노예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17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흑인노예 무역은 일종의 사는 자와 파는 자와의 상품거래로서 흑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인종차별과 멸시,억압,유린을 당해야만 했다.국민학교 시절 사회시간에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노예와 채찍을 들고 흑인들을 감시하는 백인들의 삼엄한 모습이 선연하다.흑인노예 제도가 1808년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실제 미국 남부의 사탕수수밭 등의 농작지에서는 절대적으로 싸고 부려먹기 쉬운 흑인노예들을 계속 착취하였던 것이다.
노예 무역은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간 흑인들은 오로지 상품으로만 취급되었다. 그들은 두 사람씩 쇠사슬에 묶인 채 "책꽂이의 책들처럼" 몇 달 동안의 항해 끝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송되었는데, 초기에는 항해 도중의 사망률이 40%에 달하기도 하였다. - 네이버 -
인종차별은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인종적으로 우월의식과 선민의식이 DNA안에 흐르고 있는 일부 계층들은 아직도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멸시하고 차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제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선조가 흑인의 혈통이기에 이러한 현상은 수그러들고 모든 인종,인류가 상생하는 시대를 맞이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18세기 후반 어느 대저택에 수많은 흑인노예 즉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마셜집안과 그 휘하의 대표적 노예인 라비니아와 벨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사건전개,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적 갈등 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캐슬린 그리섬작가는 이 글이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노예 역사와 관련한 도서,탐문 등을 중심으로 매우 정교하면서도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언어로 당시의 노예제도 및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당시에는 인종차별이 당연시 되었지만 노예,하인의 몸으로 주인에게 늘 복종해야만 하는 처지에서 그들의 고달픔과 고통,상처를 마음으로 느끼고 동류의식을 느낄 때에는 마음이 짠하게 다가오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아일랜드계이면서 백인인 라비니아는 부모형제를 잃고 혼자가 되어 어린 나이에 노예로 팔려 오고,농장주의 사생아로서 노예로 살아가는 혼혈아인 벨(그녀는 흑인 출신)이 교차식으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1791년부터 1810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은 서로의 입장에서 농장주 및 같은 처지인 하인들을 바라보며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 특히 노예이고 하인이어서 마음대로 부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백인 누군가에게 팔아 넘길 수 있다는 극도의 오만과 편견의식은 읽는 내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어린 라비니아와 벨은 열 살을 갓 넘은 때부터 이십대로 넘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실감나게 잘 묘사하고 있다.아마 이 글은 백인이 노예를 착취하는 과정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라비니아는 주인이 거처하는 빅하우스에 주로 머물고 벨은 하인들의 숙소인 키친하우스에 주로 머문다.벨은 글을 배우며 바른 생활습관을 익혀야 한다는 파이크 할머니의 따뜻한 조언을 들으며 세상을 깨우치고 그녀에게 파이크 할머니는 세상의 전부였다.라비니아도 주인집에 머물면서 마님의 시중을 들기도 하고 틈이 생기면 벨이 있는 키친하우스로 가서 그녀와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주인은 배 사업과 농사일을 병행하는데 농사일이 안될 때에는 하인들을 윽박지르고 죽이려 들려고도 한다.그럴 때 하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마는 보기 좋은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보여 준다.당시에는 황열병이 유행하여 도리가 죽게 되는데 벨은 크게 상심을 한다.대저택과 노예,하인을 거느리던 주인도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의 상속권을 아들 마셜이 쥐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점입가경이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마셜은 졸부와 같은 근성에 언어 폭력과 강간을 일삼는 파렴치한이다.술로 시간을 보내고 그의 편은 오로지 랭컨(농장 감독관) 뿐이다.노예,하인들이 그의 삐닥한 언행을 조언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 하지만 듣지를 않는다.빅하우스의 마사 마님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향정신성 마약에 의존하고 벨의 자식을 애지중지한다.그러는 사이에 마셜은 라비니아를 아내로 삼게 되고 그들의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마셜은 또 다른 여인과 잠자리를 나누고 아이까지 갖게 되면서 라비니아는 극도의 배신감과 절망,회한을 갖게 된다.한편 윌은 자신의 농장으로 벨을 비롯한 동료 하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마셜의 성격은 사이코에 가까울 정도로 극도의 포악성과 정신적 불안정성을 보이며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를 일삼는다.
결국 마셜의 잔혹성과 횡포,포악성에 못이겨 빅하우스에 불을 지르고 라비니아,벨을 비롯한 노예가족들은 각자의 삶을 향해 뿔뿔이 흩어지는데 벨은 키친하우스를 떠나지 않고 몇 년 뒤에 세상을 떠나고 주인의 묘 옆에 안장된다.당시 흑인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그저 주인이 시키는대로 따르고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언제 어디로 방출되어 팔려갈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한 상황에서 그나마 노예들(마마를 비롯한 파파,제이콥 아저씨,윌 등)끼리의 우의와 애정이 묻어 났기에 훈훈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느낄 수가 있어 다행이다.계약노예인 백인 라비니아와 주인의 사생아인 벨이 보여준 우정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