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알려준 것들 - 일상에서 건져올린 삶의 편린들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정선희 옮김 / M&K(엠앤케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라디오 MC인 정선희씨가 번역물을 내놓았다.주워 들은 바로는 그녀가 일본어를 꽤 잘 한다는 것이었다.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것과 읽고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큰 차이는 없지만 일본어에 담긴 속뜻을 독자들이 알기 쉽고 공감이 가도록 하는 것이 번역가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대이상의 번역물이어서 정선희씨는 다방면에 재주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 시간이었다.그녀가 정오의 희망곡을 내보낼 때에는 광팬으로서 자주 청취했는데 톡톡 튀는 순발력 있는 말씨에 위트까지 보태어져 그 프로그램은 아직도 선연하게 귀에 남아 있다.

 

 

누구든지 일상의 시간을 통해 다양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드러내고 싶은 사연,감추고 싶은 사연,누군가와 넓고 깊게 공유하고 싶은 사연을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 일기장에 적어 보기도 하고 끄적끄적 메모장에 적어 보기도 한다.이러한 사연들을 머리와 가슴으로 정리하여 한 편의 글로 남겨 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남의 얘기를 통해 미처 내가 겪은 경험과 견주어 보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사연들을 통해 상대편의 사정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소통과 대화가 연결되어 가리라 생각한다.

 

이 글의 저자 가와카미 미에코 30대 후반으로 시간과 세월의 연륜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연들을 들려 주고 있다.일본인다운 감각과 센스,취향과 서정성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네 개의 커다란 스토리들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신경 쓰이는 것들,인생이 그녀에게 전해주는 것들,(일본)동북부 쓰나미사건과 후쿠시마 원전폭발의 후유증,그리고 다시 일상과 삶으로 돌아오는 순환적인 이야기이다.또한 원작의 내용을 재미나도록 번역가 특유의 앙증맞고 애교섞인 말투들도 시선을 고정시켜 주고 만다.예를 들어 왜 그녀의 '빤쭈'에 신경이 쓰이는 거지? 화장실에섲는 '쫌!' 좀 봐주시지요잉! 등의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정선희씨가 게그우먼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언어의 감각을 살릴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본령이기에 글을 써서 마감시간 안에 보내야 하는 각 언론사,잡지사 등의 생리와 속성을 들려 주는 부분에서 그녀는 인간으로서 매주 무언가에 시험 당하고,끊임없이 실격되고 있는 도전과 시련의 소태와 같은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리고 여고생들이 졸업을 할 무렵 '사인노트'를 만들어 급우들의 주소,전화버놓,이름,혈액형,추억 이야기,메시지를 개성있게 적어 간직하는데 먼훗날 앨범처럼 넘기다 보면 풋풋하고 꿈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나아가 쓰나미,원전 사고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재산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동정과 연민의식을 동류애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아수라장이 되다시피한 사고현장과 피해 복구의 소식을 들으면서 인간의 힘보다 자연의 힘이 보다 위력하다는 생각 앞에 인간은 참으로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겸허해지고 만다.멘붕과 같은 절망과 무력감을 딛고 이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와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소시민들의 눈물겨운 삶의 투쟁은 어느 나라도 똑같다라는 생각을 되뇌인다.

 

우리가 일상을 살다 보면 예상치 않은 일들이 수도 없이 많다.반복적이고 관례적인 일들은 관성에 의해 물흐르듯 이어가지만 생뚱맞은 일들은 잠시 머리를 써보기도 하고 누군가와 의논과 타협을 보아야 할 경우도 있다.그러면서 인생의 깊이는 점점 깊어만 가고 지혜의 주머니는 점점 두둑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한다.이 시간 내가 겪은 사연들을 누군가와 공유해 보고 싶고 코드가 맞는 사람과 어울려 진하게 술한잔을 나누면서 세상의 시름을 다 토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그렇게라도 해야 삶은 삶다워지고 사람은 사람의 향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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