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저리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연을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글을 쓰는 작가의 필치도 그렇지만 마치 내가 아는 슬프기 그지없는 가족의 구슬픈 사연을 듣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애리기만 하다.노희경작가 자신과 가족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글을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느끼게 되었는데 우환이 이렇게도 많고 되는 일은 별로 없는 한 가정의 슬픈 사연은 읽는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함을 안겨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주기에 족하다.

 

세상에는 엄마의 힘 얼마나 크고 넓은가를 늦게나마 깨달아 간다.세상의 남자,여자 모두가 엄마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산도를 뚫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엄마는 자식이 슬하를 벗어나기까지는 모성이라는 힘으로 바라보고 지키며 사랑과 관용으로 안겨 주는 커다란 나무와 같다.요즘 여성들이야 덜 하지만 지금보다 1세대 위의 엄마들은 사회 구조,인습에 따라 여필종부를 따라야만 했다.힘든 일,궂은 일,몸서리 치는 일 모두 가슴으로 안고 가야 했고 크게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시간과 세월을 가족들에게 바치고 자신의 몸은 어떻게 될망정 가족이 먼저이고 자신은 속으로 앓고 속으로 견뎌내려 했던 엄마들이었다.

 

새색시마냥 곱고 피부와 몸매도 꽃과 같이 아름답기만 하던 엄마가 아이들 교육,남편 뒷바라지,시부모 챙기기로 하루 하루가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다 보면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자식들은 캥거루족과 같이 사회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힘에 의지하면서 살다 어느 순간 부모 슬하를 벗어나 자신이 절로 태어나고 자랐는지 착각이라고 하는 것 같다.자식이 사회인이 되는 시기엔 부모는 이미 오십대 중반을 넘어 육십으로 가는 나이가 대부분인데 그 나이대에는 사회적으로 어느 곳에서도 환영해 주는 곳이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미우나 고우나 자식들이 부모에게 받은 은혜를 반포지효 갚고 기쁘고 즐겁게 여생을 살아가도록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현수네 가족의 이야기이다.참 막막하고 답답하고 안타까운 사연 뿐이다.치매에 걸린 할머니,병원 사업이 부도가 나서 후배 병원에 월급쟁이 의사로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오줌소태가 자궁경부암으로 번진 어머니,속을 썩히는 어머니의 남동생 그리고 대학재수를 하는 아들 정수와 직장생활을 하는 현수가 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삶의 애환을 잔잔하지만 실감나게 들려 주고 있다.약으로 될 병이 아니지만 약만 먹으면 나으리라 생각하는 현수 엄마와 치매로 망령이 들어 며느리인 현수 엄마를 늘 들들 볶고 치기를 부리는 할머니 그리고 병원 일이 순조롭지 않아 월급쟁이 의사생활을 접어야만 하는 아버지는 가을낙엽과 같이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그러는 와중에 엄마는 따스한 겨울나기를 위해 신도시에 집 한 채를 마련하여 마지막 잔금을 부어 넣게 되고 아버지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 주고 기쁨을 안겨 주기 위해 새집에 가구와 인테리어를 말끔하게 하고 손수 죽까지 만들어 아내의 입에 떠 준다.

 

 

집안의 온갖 궂은 일을 몇 십년을 그러러니 하면서 묵묵히 해오던 엄마에게 청천벽력과 같이 자궁경부에 하얗게 퍼진 암세포들로 인해 수술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엄마는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져 가고 철없이 속만 썩이는 친동생도 누나가 엄마와 같이 대해 주었던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새사람으로 돌아 온다.엄마는 자식들이 모두 좋은 인연 만나 혼인식을 올리고 예쁜 손주,손녀라도 보고 싶었건만 엄마의 삶의 길이는 새집을 구경하고 남편이 만든 죽을 먹으면서 고요하고도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게 된다.평소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아버지는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며 그간 잘 한 것보다는 잘 해주지 못한 점을 마음으로 후회하고 사과했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부모에게 잘 해야지 하면서도 생각만큼 안 되는 것 같다.부모의 잔소리,세대차이,생각차이로 인해 가끔 토라지고 밉기도 하지만 지내 놓고 보면 그것이 사랑이었고 진심이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게 된다.누구의 집안에서 발생하는 사연이 아닌 어느 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연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나이가 늘어갈수록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준 사랑과 애정은 고귀하고 진실된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가슴으로 안아 가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