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마니아라고 하면
문화,예술 등에 대한 취미나 개성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과 공유를 체득해 나가는 멋진
작업이고 일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행위가 자신만을 위한 에고이즘이나 개인의 취미활동에 끝나고 만나면 그 재주와 능력이 사장(死藏)이 되기에
개인가 사회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개인적으로는 ~마니아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과 신선한 자극과 내 삶의 모티브가 될 때도 있다.내
내면의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잠재성이나 취향이 언젠가는 화산의 용암과 같이 붉은 화염으로 휩싸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현실적인 입장에서는
돈과 자유,여가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망설여지기도 하고 소극적인 마인드를 바꿔서 한 번 일을 저질러봐야겠다는 마음도 늘 내재하고
있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베낭족,뚜벅이족을 비롯하여
선진국가보다는 경제수준,산업화가 덜 침투해 있는 나라,지역을 탐방하면서 갖가지 역사와 문화, 풍물,인습과 언어 등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한국과
비교하여 상이한 점은 많지만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 힘겹게 살아 가는 하루 하루의 일상과 대동소이하다.문명의 땟국물이 덜 묻은 그들을 보면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질박하면서 본래의 사람사는 정과 모습이 은연 중에 깊게 깔려 있기 때문에 환경과 문화,언어 등이 다를지라도 동질감과
친근감마저 주기에 각박한 도회지 생활을 버리고 자연 깊숙한 오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새로운 희망의 날개를 달아 힘차게 살아가려는 역동성마저
그들에게서 느끼곤 한다.
특파원,종군기자,저널리즘
석사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는 홍은택저자가 오로지 자전거만으로 중국의 인민들(라오바이싱)의
삶의 현장을 전해주고 있는 다큐멘터리식의 만리장정(萬里長征 4,800키로)은 중국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많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자극을 안겨 주었다.언젠가는 중국 소수민족의 발자취(광시좡주,윈난,쓰촨,티벳,신장우루무치 등)를 추적하고 탐방하면서 신화와
전설,삶의 방식,언어 등을 배우고 널리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홍은택저자는 나름대로 중국땅이라는 여정을 창장(양쯔강)과 황허강을
포함시키면서 출발지 상하이에서 서쪽끝은 당의 수도였던 시안 그리고 북동방향으로 뤄양과 카이펑을 거쳐 북쪽 꼭지점인 베이징에 여장을 풀고 다시
톈진,지난,쑤저우를 경과하여 상하이에서 출사표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일정이다.
중국 시장경제의 상징이고 세계적으로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의 홍챠오(무지개 다리)공항을 빠져 나와 자전거로 떠나는 여정은 만만치가 않다.길안내를 해 주는 중국인들의 설명은 매우 획일적이고
건성건성이기에 도중에 검문소를 만나 되돌아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빗길을 허겁지겁 달리다 지갑을 분실한 이야기도 잔잔한 여운을 안겨
준다.진시황의 무덤과 수장품이 묻어 있는 서안 인근의 병마용과 산시성의 야오둥(동굴집) 문화는 중국의 찬란한 문화를 대변하고 척박한 자연환경에
맞서 살아가려는 야오둥 주거문화도 인상적이었다.도중에 만난 민가의 장례식 문화는 경건하지만 한국과 같이 죽은 자에게 재배를 하지 않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또한 중국이 도회지인건 농촌이건 산업화 문명이 천착하고 있다 보니 돈과 물질이 모든 인민들의 뇌리에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대표적으로 운전기사의 경우를 보면 자신이 길을 잘 모르는 채 안내를 해주었다면 약속한 일당 이상은 받지 않는 것이 도리이건만 여러 핑계를
대가며 수고비를 더 뜯어 가는 속물근성을 엿볼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역대 통일왕조의 수도가 네 곳이나 있는
허난성은 뤄양(후한과 당),카이펑(송),정저우(상),안양 등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허난성은 황허문명과 화이허강이 남단에 있으며 이곳은 중국
현대사(대약진 운동)에서 인재와 자연재해가 가장 심했던 곳이다.마오쩌뚱의 철강 생산 지시와 독려에 의해 농기구까지 녹여 철강을 생산해야 했던
대약진운동과 집단농장화의 주범 인민공사가 비극이었다.이로 인해 아사(餓死)자가 길거리에 수북히 쌓여 가고 남은 사람들은 배가 고파 인육도 서슴치
않고 먹었다는 것이다.저자가 허난에서 만난 중국의 기독교 신자를 통해 종교의 자유가 확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으며 그들은 종교 담당
공무원의 태도에 따라 종교의 자유의 범위가 정해진다고 한다.
저자가 만난 대표적인 역사,문화,인물과 관련한 후일담
등도 꽤 흥미진진했다.쑤저우시는 과거시험을 통해 진사를 많이 배출하고,중국 최대 부호 가문(룽더성)의 흥망성쇠,장쑤성 전장에 있는 펄 벅의
옛집,중국대륙과 타이완의 국부로 숭앙받는 쑨원의 릉이 있고 반면 죽어 불명예를 안고 있는 위안스카이의 고적한 묘,톈안먼 사태 직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던 허페이의 물리학자 팡리즈의 후일담,중국 창세신화의 주역 판꾸의 얘기,인생은 천지인의 합일이라고 하는 역술가(算命先生)의 얘기,3일에
걸쳐 실시되는 중국 수능시험(가오카오) 등이 인상에 남는다.그외 길에서 집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 인민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은 아직은 선진문명에는
못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면적과 인구가 세계적이다보니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닐 것이다.환경오염과 식품안전,관료들의
부정.부패를 비롯하여 소수민족의 미래,중국의 정치선진화 문제 등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BC18,000~BC11,000년 경에 살았으리라
추정하는 북경원인을 비롯하여 세계 4대 발명품,실크로드와 쩡허의 해외원정,오랜 봉건주의가 막을 내리고 중국이 농민층의 지지를 통해 이뤄낸
공산혁명의 완결,오류와 실수덩어리인 중국현대사를 거쳐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현재 중국은 G2국가로서 세계적인 위용과 힘을 과시하고 있다.게다가
찬란한 문명 즉 동양철학의 원류할 만한 사서오경을 비롯하여 삼국지,수호지,서유기,홍루몽,유림외사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탄생시킨 중국은 가히
기이한 나라가 아닐 수가 없다.2달 남짓 48,000km를 자전거 하나,열정과 의욕으로 중국의 이면,모퉁이의 문화를 저널리스트답게 꼼꼼하고도
현장감있는 필치로 안내해 주고 있다.특히 중국의 과거,현재,미래가 면면히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이 퍽이나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