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사토 게이지 지음, 김경은 옮김 / 김영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살아 오면서 가게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하꼬방,상회,슈퍼를 거쳐 마트,편의점식으로 가게의 변천사를 마주하고 있다.시대에 따라 가게의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다 보니 일명 구멍가게식의 소규모 영세점은 대형마트에 눌려 사라지는 추세가 되고 대형마트도 규모와 자금력,인지도,소비자 가치도에 따라 매출규모가 정해지곤 한다.눈이 높은 소비자의 의식과 빠르게 변화해 가는 소비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 것인가를 <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는 정직하고도 성실함을 무기로 하여 일본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수제 아키호 오하기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에서 서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온천마을인 아키호 지역에 찹쌀과 멥쌀을 반죽하고 그 위에 검정깨나 적두를 얹어 만든 오하기(御萩)를 필두로 다양한 반찬들로 지역 주민들과 외지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데 경기침체 속에서도 반찬가게는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일본 각지에서 경영인 및 직원들이 연수까지 온다고 하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연수차 사토가게를 방문한 내방객들(가운데가 사토사장)

 

일본은 전통적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인습인데,이 글의 반찬가게 사장인 사토와 그의 부인,그리고 아들이 각각 사장,전무,상무로서 제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찾아 오는 손님들에게 상냥하고도 정중하게 맞이하고 있으며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지만 원재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몇 십년 전의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그 이면에는 사토사장이 물건을 대주는 중간상인과신뢰에 바탕을 두고 원재료 가격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고,더욱 놀라운 점은 사이치 가게를 창업한 이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회계장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날의 날씨,기온,매출,손님들의 반응 등을 깨알같이 기입하면서 원재료의 사입과 판매량,매출액 등을 거의 적중시키고 있기에 불필요한 원재료 낭비 및 재고 염려가 없다고 한다.정말 꼼꼼하고 치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토 사장은 전반적인 가게(80여 평) 경영전략과 직원들의 인사,문제점 지적,일보 작성 등을 하고 전무(專務)인 아내는 오하기(경단)를 전문으로 만들면서 직원들에게는 칭찬 역할을 한다고 한다.상무인 아들은 뒤늦게 아버지 일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원재료의 사입과 매출에 관련된 일을 맡고 있다.조리장,진열대,경리.회계 파트 업무가 영속적인 것이 아닌 순환보직을 두고 있기에 사이치에 들어온 직원들은 사이치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베테랑이라고 할 수가 있다.그리고 특이한 점은 사장이 매일 조회를 주관한다는 것이다.조회는 5분 이내로 철저하게 지키며 기업 이념과 다짐의 말을 다 같이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이사급,정직원,아르바이트생 모두가 한가족마냥 친밀감으로 똘똘 뭉친 사이치 반찬가게는 말그대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토사장이 주장하는 사이치에서 반찬을 만들 때 '사이치의 세 가지 마음' 다음과 같다.

 

* 그 어떤 가정의 맛보다 맛있을 것

*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 시간이 지나도 그 맛이 잊히지 않을 것

 

사이치가게는 화학조미료,방부제,식품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기에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오하기(경단)의 경우에는 하루를 넘기면 안되기에 가능하면 즉시 섭취를 하는 것이 좋고 맛 역시 전문가의 손놀림에 의한 것이 아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가정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인데,경단의 경우 단맛을 좋아하던 시절이 요즘에는 건강식으로 단맛을 줄여 가는 추세이기에 설탕을 많이 뿌리지 않는다고 한다.사이치가 있는 아키호지역은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 수입원이 지역 주민에 의지하지 못하고 외지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2010년 매출액이 10억엔을 넘어섰다고 하니 반찬가게로서는 성공한 셈이다.그리고 그들은 한 두번 광고(전단지,신문)를 냈을 뿐 창업(1979년)이래 입소문에 의한 영업매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이치가게의 맛과 가격,정성과 서비스정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경기침체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는 곳은 어떻게든 살아 남는다.당장 눈앞의 이익만 남기려는 근시적인 장사수완보다는 적게 남는 이익이라도 소비자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먼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오는 법이다.사토사장은 정년퇴직이 그의 육신이 다하는 날이라고 한다.매일 아침 가게 주변을 청소하는 일로 시작하고 이웃과의 공존공영을 철칙으로 여기며 한 길을 우직하게 걷고 있는 사토가(家)의 반찬가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개인적으로는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아키호 오하기,반찬 등을 찾아 사이치 가게를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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