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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권을 읽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내 품에 2권이 안겨지게 되었다.이야기가 픽션이지만 그럴 듯하면서도 묘한 여운과 추리,책이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 등을 새록새록 마음으로 느끼게 해 주기에 책을 대하는 데에도 새로운 기분과 감정이 일어나게 되었다.빠르고 간편하며 핵심만 찾으려는 세태와 견주어 고서적을 취급하는 고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에는 도서의 내용에 담긴 내용과 가치,희귀성 등을 환기시키는 의미가 크기에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따끈따끈한 신간도 보기 좋지만 오래된 도서일수록 인간의 내면과 지혜,살아가는 방도를 가르쳐 주고도 남는다는 것을 또 한 번 공감하게 되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가업을 물려 받는 것이 그들의 내면에 살아 있는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도 그럴 것이 비블리아 고서당 마님격인 시오리코 역시 어머니로부터 고서당을 물려 받게 되고 그 이력이 10여 년이 흘러가다 보니 희귀성의 여부,가격의 고하,찾아 오는 손님들의 얼굴 표정과 의중 등을 누구보다도 빨리 간파하고 적절하고도 융통성 있게 대응해 가는 '인간달인'의 모습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시오리코와 함께 일하게 된 젊은 고우라씨는 시오리코을 대신하여 궂은 일을 기꺼이 도맡아 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는 알게 모르게 가까워지는데 이러한 대목이 이 글을 읽는 재미,흥미를 지피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둘 다 나이차가 많지 않고 미혼이기에 향후 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누가 알겠는가.생각만 해도 젊은 시절 젊은 피를 갖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설렘과 흥분이 소용돌이 칠 것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몇 권의 도서와 관련하여 에피소드가 진행이 된다.『시계태엽 오렌지』,『명언수필 샐러리맨』,『UTOPIA 최후의 세계대전』 등의 도서와 함께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은 손님들의 얘기,전화상으로 도서 감정가를 문의하는 고객 등을 대하면서 손님의 의중을 심도있게 파헤치면서 신통할 정도로 적중을 보여준다. 역시 시오리코답다는 생각이 든다.평범한 날에는 시오리코는 컴퓨터 앞에서 도서검색,매도할 도서,매입할 도서를 꼼꼼히 체크하는 한 편,고우라는 머슴과 같이 묵묵히 산더미같이 들어 오는 온갖 도서들을 고서당 규정에 맞게 칸칸에 집어 넣고 빼기를 반복한다.흥미로운 점은 30여 년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에 책을 팔러 갔다 무슨 영문인지 인적사항은 적는 둥 마는 둥 하고 책만 놓고 집으로 돌아왔던 사연이 있는데 30년 후 자식도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을 하고,서점에 놓고 간 서적은 시오리코 어머니가 당사자를 찾아 갖다 주었다는 얘기이다.누가 시키지 않은 일이지만 그러한 사연이 세상에는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묘한 여운이 일었다.
고우라 고교를 실제 공간배경으로 삼았다는 미카미엔작가는 가마쿠라시대의 옛도읍지의 한 모퉁이를 삼아 고즈넉하면서도 책과 인간이 함께 지지대와 받침대가 되어 공존해 나가야 한다는 역설적인 의미마저 담고 있고,오래된 서적일수록 책을 지은 저자의 고뇌와 번민,통찰력과 예견력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보게 되었고 그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나가려 한다.어찌되었든 고서에 담긴 사연과 추리도 결혼을 하지 않은 시오리코와 고우라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는 3권에서 기대를 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