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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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의 정념이고 고전이 되어 버린 그리스 신화를 알지 못하고서는 서구의 역사와 문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신화가 국가의 기원이나 제전,신출귀몰하는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그리고 사랑에 얽힌 에피소드는 읽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서사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이렇게 수많은 영웅들이 하늘과 바다,강과 땅을 수호하고 사후 세계에서도 인간의 길흉을 점지하는 초능력을 겸비했기에 과학문명과 교육수준이 낮았던 먼 옛날에는 그들만이 우주를 지키고 선악을 다스렸다고 믿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수많은 영웅들의 모험과 자존,질투,죽음 그리고 덧없는 사랑 등이 신화적인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모험은 시작되고 모험으로 끝날 정도로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혼돈(카오스)와 같은 시대에 창조의 순간이 찾아오고 이를 묘사한 시는 당시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들려 주고 있다.

 

칠흑 날개 달린 밤이

어둡고 깊은 에레보스의 품으로 날아드니

바람에 실린 알이 하나 툭,

세월이 흘러 흘러 알이 깨져

황금 날개 찬란히 빛나는

사랑이 팡 터져 나왔네. - 그리스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 -

 

변화경영의 대가인 (故)구본형저자 유고작이기도 한 그리스인 이야기는 본래 비극 작가들에 의해 훌륭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는데,이것은 인간의 마음속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기에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 심리세계를 반영하고 있기에 각자의 신분과 위치,생각과 감정에 따라 등장하는 신화적 인물들의 개성과 캐릭터,당대를 살아 갔던 삶의 방식들을 과거와 현대,미래를 연결해 주는 모티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약하고 비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들로부터 커다란 자극을 받아 삶을 높은 경지로 이끌어 낼 용기와 방법마저 찾아 내고 도약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을 선사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게문명으로 불리워지는 그리스 신화의 시작은 미케네에서 시작되고 탐욕의 끝은 크레타이며,문명의 꽃은 아테네에서 절정을 이루고,본격적인 영웅들의 싸움과 격돌은 트로이 전쟁에서 숨가쁘게 질주하고 아이네이아스에 의해 로마의 탄생까지 보여주고 있다.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그리스 올림포스 12신의 우두머리인 제우스를 비롯하여 그의 최초의 아내 헤라,그리고 아름다움과 사랑의 신을 빼앗은 아프로디테 등이 있고 바다의 신,저승의 신,대지의 여신,태양과 예술의 신,전쟁의 신,포도주의 신,사랑의 신,전쟁과 지혜의 여신,저승의 여신,태양신,달의 신 등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호메로스 시대 이후를 한 시대를 풍미하고 그리스인들의 정념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종교는 의인화되어 동물을 신성하게 여기는 일은 적었지만 신이 동물로 변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일도 많았다.그 대표적인 동물이 소이고,켄타우로스와 사티로스와 같이 반인반수(半人半獸)를 띠고 있는 경우도 있다.재미있는 것은 그리스인들은 말을 좋아했는데 말과 인간의 결합을 천하게 여기지 않은 탓인지 쉽게 사귈 수가 있었고 결혼식의 하객으로 초청받아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지만 선량한 모습을 부여받은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10년이라는 긴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이아>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들려주기 시작하고,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는 귀환여정은 험난하기만 하고 그 영웅들이 죽어서도 저승에서 재회를 하는데 그 저승의 여신이 그들을 맞아 어떻게 대했을지도 궁금하기만 하다.그리고 아이네이아스는 로마 제국의 시조가 되고 아폴로 신의 신전으로 가서 그의 신탁을 받아들여 로마제국 기초를 세우고 로마시대를 활짝 열어 나갔던 것이다.

 

구본형저자가 꼼꼼하고도 정교한 문체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을 낱낱이 해부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컬러 삽화를 싣고 있어 가독성을 한층 더 해 준다.저자가 말하고 있듯 문명의 시대에서 인간의 의식은 발달되어 있지만 무의식의 세계는 고래로부터 전해져 오는 신화,설화,민담 등의 비과학적 세계에 살고 있으며,의식과 무의식의 균형과 조화가 그가 말하는 자기 경영의 본질이라고 할 수가 있다.그리스 신화를 통해 다양한 영웅들의 모험과 이전투구,질투와 사랑의 이야기는 신화 주역들의 드라마틱한 운명적인 이야기이기에 학습과 흥미외에 인간 내면에 깔려 있는 권력싸움과 운명의 극복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어 매우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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