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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개인적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섬세하고 잔잔한 여성의 마음과 심리,감정을 읽기에는 그만한 작가가 없다고 생각한다.사람에 따라 개성과 성격이 다르겠지만 소소하게 여기고 지나쳐 버릴 기억과 추억을 끄집어 내어 복원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요시모토작가만의 심볼이라는 생각이 들고 때로는 지구촌 한 하늘아래 살아 함께 숨쉬고 있다는 동질감 내지 동류애마저 들게 한다.그러기에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녔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은 운명적인 만남이 있는가 하면 그냥 스치고 지나가 버린 바람과 이슬과 같은 존재도 많다.그러나 이러한 덧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은 내가 어떻게 접속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그 관계의 지속성은 달라지기도 한다.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나이와 시기,입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마음으로 진실되게 대하고 사랑과 우정을 키워 나갔던 존재들은 시간과 세월이 흐를지라도 결코 퇴색될 수가 없다.만나지 않고도 진정으로 그리워하고 사모할 수도 있고 운명과 같이 어느날 다시 만나 성글게 된 관계를 밀도 높게 엮어갈 수 있는 것도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환희가 아닐 수가 없다.
주인공 '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조락의 길로 빠지면서 온식구가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나'는 어린 시절 끈끈하게 좋아했던 남친 '다마히코(珠彦)'의 집 우편함에 마음의 쪽지를 전하면서 다마히코와의 만남과 인연은 새롭게 시작된다.다마히코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직업상 외국에 나가 살기에 다마히코는 한 남자 밑에서 성장하게 된다.야반도주를 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마히코에게 남긴 편지의 내용이 내가 쪽지로 남긴 내용과 흡사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면서 다마히코에 대한 추억과 애련함이 더욱 증폭하게 되고 끊어질 듯한 인연이 새로운 반전으로 돌아서게 된다.
나와 다마히코와의 재회는 하와이에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겨진 부모님을 위문차 하와이땅을 밟으면서 다마히코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는데 죽은 사람은 다마히코가 아닌 남동생 유키히코였던 것이다.얼굴,목소리가 엇비슷하여 다마히코를 유키히코로 착각했던 것이다.어찌되었든 하와이를 찾아 다마히코와의 새로운 만남,기쁨과 환희가 새록새록 꽃피는데,그가 안내한 곳은 다마히코의 부모가 하와이에서 로맨스를 펼쳤던 하와이 최남단 '사우스 포인트'였던 것이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낳은 사람이 다마히코,약속으로 만나서 낳은 사람은 남동생 유키히코였다고 한다.

동생 유키히코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퀼트제작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겠지만,다마히코와의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기대 속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만 한다.하와이 남국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과 바다물결,그리고 다마히코의 어머니의 자상함과 배려 속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가늘고도 길게 이어져 가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