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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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언론사의 기자는 특종(Scoop)을 잘 잡아야 한다.강렬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제목과 기사는 독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고도 남기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법이다.내용의 밀도도 중요하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제목,기사라면 더욱 시선을 끌고도 남을 것이다.요즘에는 SNS가 발달되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의 거침없는 찬.반 양론으로 가르는 파죽지세와 같은 댓글과 실시간 이슈가 핫뉴스로 떠오르는데 골치 아픈 영역보다는 가벼우면서도 가십거리가 되는 엔터테인먼트성 이슈가 커다란 화제거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선정적이고 프로적인 보도로 장기간 세인들의 뇌리에 남고 있는 <타블로이드 전쟁>은 19세기말 정확히 1897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토막사건에 얽힌 뉴스인데 이 선정적인 뉴스를 둘러 싸고 판매부수 전쟁에 언론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해당 언론사는 바로 퓰리처의 뉴욕 월드의 전신인 퓰리처사와 뉴욕저널의 전신이 허스트이다.

 

미국 언론의 역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1897년 당시 미국 언론은 교통,통신 문제가 요즘과 비교하여 격세지감은 있지만 <토막살인>과 관련하여 사실과 진실을 가리고 판매부수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언론의 사주 및 기자들의 열띤 경쟁은 요즘과 비교하여 전혀 뒤떨어지지도 않고 손색도 없다.어떠한 이유든 '토막살인'은 씻을 수 없고 용서할 수가 없다.게다가 죽은 사람의 두부를 자르고 두 다리를 끓는 물에 삶았다는 경악할 세기의 사건은 그 자체로 전율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왜 이러한 세기의 토막살인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건의 내막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 부부가 생활력도 없는 가운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부인이 외간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그 외간남자는 부인의 교사(敎唆)에 의해 남편을 살해하고 주검을 다시 톱으로 두부를 자르고 양다리를 끓는 물에 삻았다는 것이다.외간남자가 남편을 죽인 후엔 다음 과정은 부인이 모두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살해된 장소인 우드사이드 오두막을 중심으로 시체 토막 발견 지점,낵 부인의 아파트,마사지로 일했던 희생자 굴든수프의 목욕탕,법정,경찰 본부 등이 스케치되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사건,사고의 전개과정을 알기 쉽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즉 피살자,용의자,기소,재판,평결순으로 되어 있다.가해자 낵 부인은 수감생활을 마치고 난 뒤 자신은 남편 굴든수프를 사랑했고 죽이려 하지 않았다는 알쏭달쏭하게 말을 남기고,이발사였던 마틴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이스트 강과 허스트 강에서 발견된 시체토막의 진실에 관해 미스터리를 푸는 자에게는 포상이 걸리다 보니 돈에 눈이 먼 허접스런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만 공시소를 비롯하여 시신의 해부,법의학자 등이 등장하면서 사인(死因)을 정확하게 파헤치려는 과학적 수사도 눈길을 끌었다.

 

"인간 본성에 숨겨진 천박하고 야만적인 면을 드러내는 충격적이고 충동적인 괴물 신문들이,새로운 살인 사건 덕에 매우 호황을 누리고 있다.(중략)현실과 허구의 유명한 탐정들을 모두 부끄럽게 만들 지경이다." - 본문 -

 

이 사건이 종결되고 이 세기적인 사건에 대해 재탕이 반복되는데 그것은 바로 이것을 소설로 각색했다는 점이다.읽어보지는 않했지만 <세 남자와 한 여자 : 뉴욕의 삶 이야기> 그리고 <굴든스프 미스터리>와 <머리 없는 시체 살인 사건>등이다.죽은 자는 말이 없다.내 생각에 낵 부인은 모양만 여자이지 체형과 하는 짓은 꼭 남자 이상이고 악녀라고 부르기에 딱 맞다.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면 남자의 경제적 무능력이 가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데,남편 굴든수프가 비록 마사지 일을 하면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지만,그는 광산채굴 일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이발사와 관계가 깊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뒤늦은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억울하기까지 하다.이를 놓칠세라 두 언론은 각축을 겨루면서 판매전쟁에 돌입했다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가상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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