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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7
이향우 글 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3년 4월
평점 :
어느 나라나 소중하지 않은 문화유산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한국 역사 속에서 태어나 그 명맥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는 궁궐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마치 사람과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면서 성장통도 겪을 것이고 사람들로부터 하해와 같은 사랑을 받기도 할 것이다.나아가 뜻하지 않은 악당들에 의해 유린당하기도 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주인과 영영 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그래서인지 한국 역사 속에 명멸을 거듭했던 문화유산의 실체를 알게 되면 문화유산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고려의 멸망과 함께 개경이 한양으로 천도를 하게 되고 태조 이성계에 의해 조선 왕궁의 청사진이 제시되는데 구체적인 실무는 정도전이 맡아 이성계의 결재를 거친 후에 궁궐이 하나씩 건조되어 갔던 것이다.특히 조선궁궐의 대표격인 경복궁은 불운의 시기를 몇 번이나 겪었기에 보면 볼수록 아픈 역사만큼이나 애련한 감마저 들게 한다.임진왜란에 의해 불타고 다시 흥선대원군 섭정시 중건되었고,일제강점기에는 한국역사 말살정책에 의해 경복궁은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가 세워지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줄곧 주인행세를 해왔던 것이다.만시지탄을 느끼지만 조선총독부가 헐리고 그 자리에 경복궁이 다시 그 위용을 드러내니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궁궐지킴이인 이향우저자와 함께 떠나는 궁궐로의 힐링여행은 겉으로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지나온 파란만장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각의 궁궐들은 제역할을 하다 말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또한 성리학적 세계관을 건축 속에 이입시킨 대목들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다.음양 사상,풍수지리,12지신상 등을 교묘하게 잘 조화시킨 궁궐의 위치 및 동물들의 모습 등은 조선시대의 건축물의 특징이고 백미라고 말할 수가 있다.12지신상 중에는 개와 돼지만 빼고 10마리의 동물들이 제 위치에 잘 포진하면서 왕조를 보위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우선 경복궁을 들어서게 되면 영제교가 나오면서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과 좌우의 월화문과 일화문이 나온다.해와 달을 의미하는 월화문과 일화문은 음양사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조선의 태평성대를 꿈꿨던 근정전(勤政殿)의 드넓은 마당에는 정승들의 신분에 따른 품계석이 보인다.임금은 침전인 강녕전에서 사정전으로 나와 가마를 타고 사정문을 거쳐 근정전 어좌에 오르도록 되어 있다.그중에 압권은 근정문 쪽에서 남쪽을 보게 되면 광화문까지 일직선상에 놓인 직선의 엄숙하고 장엄함,도도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근정전의 백미인 용상은 화려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세월 속의 부침과 영욕이 함께 되살아 나는 듯하다.
근정전 뒤로는 백성을 생각한다는 사정전,집현전 학사를 만날 수 있는 수정전,임금과 신하,외국 사신들을 접대하고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임금의 시어소인 강녕전과 왕비의 시어소인 교태전이 있다.특이한 것은 강녕전 지붕에는 용마루를 설치하지 않았는데 왕이 강녕전에 머무를 때 지붕 꼭대기의 용이 용을 누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그외 연생전,경성전,함원전,건순각 등이 있다.각각의 전각들은 왕과 왕비 등의 거처이면서 정사를 궁리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전각의 문양을 보면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인상이 짙다.그외 인공 후원인 아미산과 향원정이 있고,신정왕후 조대비를 위한 자경전과 세자를 위한 자선당이 있다.그런데 자선당(資善堂)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팔려 가는 불운을 겪는데 뜻있는 학자에 의해 유구만 한국 품으로 되돌아 오기도 했다.그리고 명성왕후의 친정이 펼쳐졌던 건청궁은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하고 비애의 여운을 안겨 주기도 한다.
맨마지막 여정 태원각까지 자세히 듣고 보려면 몇 시간으로도 부족할 것 같다.조선왕조실록 25대조의 기록 속에 왕조의 풍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경복궁의 간접체험은 한국 전통의 건축미와 화려함,웅장함 뒤에 나라 잃은 설움과 외침 속에서 궁궐의 건축물들도 수많은 상처와 희생을 맞아야만 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나아가 현대적인 것들에 너무도 익숙한 현대인들이 우리의 전통문화,건축,궁궐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다행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