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2013년 '일본 서점 대상'2위의 랭크에 올라선 <64>는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이처럼 일본에서 맹인기를 끌고 있을지가 궁금했다.숫자 64가 가리키는 것은 쇼와 연화 맨마지막 해인 1989년이 쇼와 64년이면서 동년 동월 7일에 쇼와 천왕이 붕어(崩御)하면서 헤이세이(平成) 연호로 바뀌게 된다.쇼와 64년 1월 5일 일본 군마현에서 오기와라 소년의 유괴살인을 모티브로 하여 이 작품을 구상하고 출간했다고 하는데 구상,집필,출판에 이르는 시간은 10여 년이 걸렸다는 대작이다.

 

얼리답터로 선정되어 받은 가제본은 한 장당 네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육중하기만 하다.그만큼 요코하마작가가 신산한 공을 들이고 촘촘하면서도 리얼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 추리의 완성품으로 다가온다.방대한 양이지만 내용이 계통성 있게 흘러 가는 점이 가독성을 더해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또한 요코하마작가 특유의 경찰 조직과 언론사와 관계,조직의 생리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다뤄지고 있어 타조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쇼와 64(1989년)년 초 D현에서 발생한 '아마미야 쇼코 유괴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1년을 남겨 놓고 또 다른 교통사고가 발생한다.이러한 사건을 정리하여 대외에 홍보하는 주인공 미카미는 20년을 형사직에서 근무하다 수긍하기 어렵게 경무부 홍보담당관으로 발령을 받게 되는데 그는 무슨 이유로 이러한 인사발령을 받았을까를 생각할 틈도 없이 언론사 기자들과의 입씨름에 휘말리게 된다.그는 홍보담당관이지만 경찰의 정의를 내세워 기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 신경을 쓰고,그의 머리 속에는 기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생존비결이라는 것을 터득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아카미는 그의 딸 아유미가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못생긴 외모로 인해 살기 싫다는 말을 남기고 행방불명이 된다.경찰내부에선 밖으로 알려 사건수사를 하자고 하지만 경찰의 신분 체면도 있고 해서 아카미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를 못하는 상황이다.그러는 와중에 아마미야 쇼코 유괴 살인사건이 미제(未濟)로 남은 상태에서 신임 경찰청장이 유괴 살인사건의 피해자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이를 완곡히 거절을 한다.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눈에 흙이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그 슬픔과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 가는 법인데 당사자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시적이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해 줄 증거물과 단서가 범인체포로 이어지는 것을 원할 것이다.형식적인 인사치레,위로는 당사자의 슬픔을 누그러 뜨리기는 커녕 경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악화시킬 뿐이다.

 

사람과 돈을 쥔 이가 정상에 선다,비밀을 흘리지 않고 오롯이 가슴에 품은 이들이 살아 남는다.

- 인상에 남는 말 -

 

기업에선 영업부가 꽃이고 경찰조직에선 형사부가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우직하게 형사의 길을 걸어온 미카미는 홍보담당관이 싫든 좋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뇌리에는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미움을 받은 것은 아닌가라고 강한 추측과 회의를 느낀다.같은 입사동기인 후타와타리는 형사부장직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비밀은 '고다 메모'에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64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카미도 초동수사부터 끝까지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발벗고 뛰었건만 근거없는 추측만 무성할 뿐 안타깝게도 미제로 남게 되었다.64의 비밀을 누군가는 알고 있겠지만 암묵의 규칙이라는 것이 경찰이 갖고 있는 존재의 이유를 파기하면서까지 형사부장직을 빼앗을 대의명분이 미카미에게는 없는 그저 일개 조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삼켜야만 한다.

 

아마미야 쇼코 유괴 살인사건,교통사고 가해자의 신상 공개하는 문제 그리고 아카미의 딸 아유미의 가출 사건을 넘어 자신의 인상문제까지 어느것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언론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할 본분과 자세,그리고 조직 라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법 등을 놓고 미카미는 과연 살아 남고 승진하기 위해 윗선과 타협을 해야할 지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그대로 지켜나가야 할 지를 놓고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을 것이다.그중에서도 어린이 유괴 살인사건은 사회악을 척결하는 차원에서 강력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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