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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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고위 공직자의 신분이라면 일상의 언행,몸가짐,처신을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고위 공직자가 유부녀와 통간(通奸)을 하여 세인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회자가 된다면 나라의 체신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공직자간의 기강도 해이해지기 마련이다.그러나 남.녀간 서로 눈이 멀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이고 본성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사랑은 지체와 신분의 고하는 문제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지난 유교적인 봉건사회에서는 신분과 지체 등도 문제 삼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가혹한 벌을 내렸던 시절이 있었다.

 

불처럼 활활 타올랐지만 찬물을 끼얹은듯 이내 식어 버리고 만 <불의 꽃>은 읽는 내내 허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 없었다.김별아작가의 전작 <채홍>이 세종 며느리가 궁녀와 내밀하게 윤간(동성애)를 벌여 세종이 며느리를 쫓아낸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유부녀 유씨부인이 지신사(知申事) 조서로와 내통하여 고발 당하면서 세종은 강상죄(綱常罪)를 적용하여 참수형에 처하고 지신사는 아버지가 조선개국 공신이면서 현재 자신 밑에서 충성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참작하여 극형보다는 유배형으로 마무리가 된다.

 

조실부모를 하고 탄탄한 집안인 조서로의 집으로 들어온 녹주는 청화당 할머니,이씨 부인,조반 등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데 훗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조서로라는 사내가 있었다.둘은 눈이 맞아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한다.이성을 알게 되는 시기에 조서로는 녹주가 독뱀에게 물려 상처를 혓바닥으로 빨아 준 사실을 이씨부인의 귀에 들어가면서 녹주는 결국 서로의 집에서 쫓겨 나게 되고 깊은 산 속 절로 들어가게 된다.반면 서로는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공을 닦아 관료로서 탄탄대로를 걷게 되지만 마음 속엔 녹주에 대한 상념으로 가득차 있을 뿐이다.

 

나아가 관찰사를 지낸 이귀산은 부인을 잃고 아들마저 공주,옹주 등의 문제에 관여하다 임금의 심기를 어지럽혀 유배를 가게 된다.이귀산의 아내가 생전 자신을 위해 절에 불공을 많이 들인 것을 알고 마음을 다잡으려 개암사를 찾아 갔다가 그곳에서 필연인지 우연인지 그의 눈에 녹주가 꽂히면서 녹주를 후처로 데려 오게 된다.이귀산이 녹주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지만 녹주는 은혜와 사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이런 와중에 이귀산의 집에 서로가 오게 되고 둘은 몇 십년을 못만난 오누이로 변신하면서 넘어서는 안될 깊은 사랑 속으로 빠지게 된다.사랑이 깊어 갈수록 상처는 더 깊이 패어가고 이러한 사실이 조정에 드러나면서 녹주는 참수형에 처해지게 된다.참수형에 처해지는 순간마저도 녹주는 서로에게 변치않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녹주야! 나를 미워해라.마음껏 원망해라!/나는 너를 단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다.너는 나였다.내 삶이었다.-

 

사랑은 말릴 일도 아니고 처벌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유교적인 봉건체제하에서는 강상(綱常)만큼 중요한 국가기강,규율을 없었으리라.천애고아로 자란 녹주는 그 위험하고 넘어서는 안될 심원한 사랑을 꿈꾸고 실현하려 했지만 당시 조선의 규율은 그녀 편이 아니었다.그녀에게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목숨을 걸고 한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려고 했던 빛나는 청매죽마의 마음만큼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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