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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매창
윤지강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조선시대 팔천(八賤)은 사천(私賤)에 속하고 이들은 평민 계급으로서 그중에 기생이 있었다.노래와 시,서화 등의 재주에 능하고 국가급 연회,진연 등에 나가 지체 높은 사람들의 비위와 기분을 맞추면서 기량을 뽐내기도 했지만 일종의 자영업이었기에 국가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받지도 못하는 핍진하고 궁핍한 생계를 영위해야만 했다.기생의 신분이었지만 시,악기에 능했던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기생 매창(梅窓)이다.
고향이 전북 부안이고 아버지(李湯從)은 거문고를 잘 타고 아전과 훈장의 삶을 살아가고 어머니는 명창으로서 일찍이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어 매창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부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매창은 유달리 딸에 대한 특별한 교육관으로 인해 당시 여자는 교육을 받게 되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매창을 남장으로 변장케 하여 남자 학동들과 함께 학습을 하게 되었고 그녀의 시,노래,악기에 출중한 재주가 인정받게 되어 전주 교방(敎坊)에서 예기(藝妓)로 인정받게 된다.
매창이 살았던 시대는 붕당정치가 횡행하고 관료의 부패가 심했던 임진왜란의 전.후이다.임진왜란이 터지면서 왜군에 의해 무고한 백성들의 코와 귀가 잘려 나가고 강간과 도륙이 횡행했다.그녀가 태어나 자랐던 전라도 지방은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면서 민심이 흉흉하기만 했다.그러는 가운데 매창은 이성을 알게 되는 나이에 이르고 천인출신이지만 한시에 능했던 유희경을 만나게 되면서 매창은 유희경에게 반하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불태워 나간다.시절은 하수상타 했던가,매창이 유희경을 만나던 해는 임란이 발발하면서 유희경은 의병으로 출전하게 되고 그와의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의미에서 매창은 그에게 은장도를 건네 준다.
매창은 유희경에 대한 연모의 정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속이 타들어 가는 상사병에 걸리게 되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유희경과의 꿈결과 같이 좋았던 시절을 떠 올리며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기별을 기다리지만 한 번 떠난 님은 함흥차사이기만 하다.매창이 한양으로 올라와 예기를 겨루는 진연에 참가했지만 국가의 사정이 악화되어 예기로서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는데,마침 허균이 주최하는 야연(夜宴)에 초대되면서 그리고 그리워하던 유희경을 만나게 되지만 유희경은 이미 그녀에게 마음을 두지 않는다.그렇지만 매창은 유희경에게 자신의 정조와 절개를 확인시켜 주려 안간 힘을 쓰지만 결국 유희경으로부터 듣는 얘기는 싸늘하게 냉정하게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 가라는 말이다.
매창은 명창이었던 생모 초제를 만나면서 그녀의 생부는 누구이고 왜 생모가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야만 했는가에 대한 곡절을 들으면서 간만의 부녀간의 애처로운 관계를 좁히기도 한다.그녀는 이제 사모하던 유희경에게 차이고 버림받은 몸으로 예기로서 다양한 재주와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사랑도 싸늘하게 식은 상태에서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와 한많은 삶을 정리하고 객사(客死)를 하게 된다.그녀가 쓴 연애편지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가 남긴 시가 매창의 우울하고 애닯은 정조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독수공방 외로워 병든 이 몸에
고달프고 쓸쓸한 사십 년 길기도 해라.
묻노니 인생길 얼마나 된다고
가슴속에 맺힌 슬픔으로 하루도 눈물 흘리지 않은 날 없네.
매창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유희경을 잊어본 적이 없는 지고지순한 열녀였음에 틀림없다.같은 천인출신으로서 사회의 금기를 깨뜨리고 좋아하는 사람의 아내가 되어 행복한 시간과 세월을 함께 나누려 했던 매창의 꿈은 한낱 물거품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기생의 신분으로서 다양한 끼와 재주를 지녔지만 당시 사회는 기생을 제대로 사람답게 대우할 수 없었던 사회였던 것이다.매창은 유희경외에도 허균 등 문인,사대부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삶을 펼쳐 나가려 했던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이 글이 유희경의 촌은집(村隱集)과 허균의 성소부부고에서 차용했다고 하니 매창의 삶의 흔적과 그녀의 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