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문혁은 중국의 발전을 몇 십년이나 지체하게 만들었다.아니 명,청조부터 부패한 관료 및 정치감각이 떨어지는 황제들의 무능력 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특히 문혁은 사소한 문제가 발단(해서파관의 해석을 놓고 장칭은 반대파인 류사오치와 대립하면서 문혁이 발발)되면서 마오는 부르조아 타도와 자본주의 타도를 내걸었는데 이를 수행하는 데에는 청소년들을 적극 이용하였다.그들은 소위 홍위병이라고 불리면서 나이는 12세부터 20세 안팎이었다.일전에 황소자리출판 션판의 홍위병에서 문혁의 회오리가 적나라하게 잘 묘사되었던 기억이 난다.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앙정부와 공산당의 이념과 지시에 따라 반체제인사,지주,부농,지식인들을 무참히 짓밟고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것이다.피비린내 나는 문혁의 격동기는 중국을 한순간에 경직사회로 몰아 가고 훗날 문혁은 극좌적 오류로 폄하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문혁의 와중에 하방(下方)되었던 반체제 인사로 불리워지는 작가,학자,종교인,음악인 등이 이 글에 등장하고 있다.현재 중국 최고권력자 시진핑도 문혁기간 중에 하방운동에 나서면서 노역을 통해 말 못할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노동을 통해 노동자,농민의 고충을 인식하고 국가의 부는 농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자의반,타의반으로 체득했야 했다.당시 마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념과 체제에 반하는 것들이 지식과 자본으로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커다란 장애물로 인식했던 것이다.하방운동의 편린을 이 글은 세세하고 정교하고 인간의 심리를 통찰력있게 풀어 내고 있는 옌롄커작가의 문체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중국의 젖줄기라고 하는 황허 유역이지만 99구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해도 달도 뜨지 않을 을씨년스럽고 황량하기만 한 깡촌의 99구 위신구에서는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고 적발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아이가 등장한다.나이는 십대 소년이지만 그 뒤에는 든든한 정부와 당의 후광이 있다.그렇다고 마냥 놀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위신구에 끌려 온 인사들에게 농업 생산을 독려하고 중국 설(춘졔)을 이용하여 자유 귀향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려고 점수를 매긴다.그들이 말하는 꽃 125송이를 모으면 강철 오각별을 거머쥐게 되면서 말그대로 모든 것을 털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 가고 그리던 부모,형제,자식들과 해우할 수가 있다고 한다.반대로 간통죄 등 반역,반당,배반,모독,불경,능멸죄 등을 저지르게 되면 아이는 특권으로 총살형에 처할 수도 있다.

 

 

감시병 아이는 독한 별종은 아닌 것 같다.아이는 작가와 자주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자신의 허락하에 성경 얘기를 듣게 된다.종교가 인민의 마약일 수도 있지만 아이는 성경의 창세기,그리스도 탄생 일화를 잠자코 들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고 흘러 가는지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한편 아이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1무당 곡식 생산량 목표를 할당 받기도 하고 흑사(黑絲)를 활용한 강철 만들기도 강행해야 하는 임무가 막중하기만 하다.그런데 재해가 들면서 곡식 생산은 감소하고 먹을 양식이 부족하여 굶어 죽지 않으려 죽은 동료의 인육을 처연하게 먹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강철 원료도 태반이 부족하여 도끼날,식칼,철궤,소달구지 바퀴,작두 등으로 제련에 써야만 했다.

 

 

작가는 조,밀을 재배하고 생산량을 달성하여 자유를 찾아 귀가를 하려 자신의 왼손,오른손의 동맥에 칼집을 내어 피와 물을 섞어 밭에 뿌리는 등 갖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기도 한다.간통죄를 저지르면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음악하는 사람은 아이와 애정행각을 벌인다.더 나아가 죽지 않기 위해 98구에 있는 상부와 음란행위를 하고 그 댓가로 볶은 콩을 얻어 먹다 기도가 막혀 죽어 나가는 사고가 발생한다.그런데 99구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생산량,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데 그것은 재해와 추위가 인해 태반이 죽어 나간다.살아 있다손 치더라도 먹을 것이 없어 언제 죽어 나갈지 모르는 형국이다.

 

 

"국가가 여러분을 필요로 합니다.여러분이 굶어 죽으면 국가도 굶어 죽어야 합니다.어떻게든 무슨 방법을 써서든 살아주십시오!"

 

 

그리고 아이는 도성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살아 남은 이들에게 돌아갈 준비를 하라면서 모두에게 오각별 하나씩을 주고 귀가길에 요기하라고 콩 한 주머니씩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99구 대문 앞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데 아이는 스스로 십자가에 몸을 내걸은 상태였다.십자가 아래에는 수백 송이 붉은 꽃과 상장이 널려 있었으며 아이는 삶의 최후를 이렇게 전한다."내가 나를 여기에 못 박은 것이다.당신들은 떠나라,한 사람당 식량 주머니 하나와 붉은 별 하나씩을 가지고 내 아래를 지나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했다.그는 아마 상부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아야만 했을 것이다.일종의 살신성인의 자세와 태도를 보여 주지 않았나 한다.

 

 

이 글에 소개되고 있는 『하늘의 아이』,『죄인록』,『옛길』,『시시포스의 신화』이야기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99구의 내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네 편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기에 사서(死書)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시시포스의 신화와 같이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고 불가항력을 거스르는 지시,행위는 황당함과 고통만을 안겨줄 뿐 새로운 변화,기대는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문혁 하방의 부조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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