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938년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는 듀 모리에의 불멸의 작품 <레베카>는 빠른 템포와 스릴,긴장감,추리 등이 가미된 흥미만점인 소설이다.아울러 근래 뮤지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하니 아니 볼 수가 없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왜 이렇게 <레베카>가 유명해졌을까를 생각해 보니 역시 주인공 레베카의 미스터리한 행적과 죽음을 놓고 중간에 있는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여자로서 '나'라는 사람이 진정으로 한 남자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고 삶을 함께 할 인생의 동반자인가를 놓고 회의와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기에 남자보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사회적으로 남녀평등이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가문과 경제력,신분이 남자보다 못할 경우(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내인 여성이 느끼는 감정은 처연하기만 할 것이다.남자의 가풍과 습성에 따라 줌은 물론 갖가지 집안 행사라도 열리게 되면 남편 눈치 보지 않게 적극 나서야 하는 게 법도이고 도리이겠지만 이 글에 나오는 '나'는 매우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다.남편인 맥심은 상처를 당하자마자 '나'를 데려 왔으면 새롭게 집단장도 하고 나를 위해 배려하고 준비하며 밀월의 시간을 갖는 것이 당연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식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몸만 드 윈터가의 저택에 들어 가보니 모든 것이 전처인 레베카의 사물과 잔영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나'와 맥심은 몬테카를로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 맥심의 환심에 사로잡혀 맨덜리의 드 윈터가로 시집을 갔건만 맥심은 사람만 데려 왔지 내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지를 않고 집안 분위기 및 집안에서 일하는 하녀와 시중드는 사람,친척들도 나를 위 아래로 번갈아 보면서 무시하기 일쑤이다.맥심은 레베카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놓여 있고 하녀들이 나를 대하는 것도 걸핏하면 레베카와 비교하기 일쑤이기에 차라리 그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 속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나에게 무료함을 달래주는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은 맨덜리가의 빼어난 풍광과 화초들과 저택에서 가까운 해변의 모습이다.맥심이 가끔 모임이 있어 런던에라도 가버리고 나면 궁궐같은 저택에 혼자가 되면서 강아지 재스퍼와 노는 것이 고작이다.어쩌다 맥심의 할머니를 보러 간 날에도 할머니마저 새댁을 환영해야 하지만 레베카,레베카만 찾기에 나는 어디에 몸과 마음을 두어야 할 지 난감하고 괴롭기만 할 뿐이다.드 윈터가를 위한 무도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활달하지 못한 나 또한 누가 코치를 해주지도 않아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딱하고 안스럽기만 하다.맥심,그와 레베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쯤에서 맥심과 레베카와의 진실이 내 귀에 전해지고 일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간다.레베카의 죽음은 맥심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스스로 증언한 맥심,레베카의 무덤은 교회묘지에 안장되었다는 이야기를 철저하게 믿었던 나는 선체에서 발견된 시체가 레베카라고 밝혀진다.사인(死因)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맥심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지만 레베카의 사촌 동생 파벨로부터 강한 의구심을 받게 되지만 이미 판결된 사항인 만큼 맥심은 죽었다 살아 온 사람마냥 가슴을 쓰러내린다.맥심은 왜 솔직하지 못했을까?가문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까,이미 레베카에 대한 모든 정황을 알게 된 나는 맥심과 함께 평생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비록 마음을 달래려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게 패인 나는 과연 불명예스러운 드 윈터가를 이어 나갈 수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력,신분,경제적 상황이 엇비슷한 상대와 만나 연애하고 혼인을 올려야 뒤탈이 없다고 생각한다.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나 혼자에 의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만큼 나와 친지,지인,주위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레베카는 죽었지만 레베카의 유품과 잔영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멘덜리의 드 윈터가에서 나는 사는 것이 건조하고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나이차도 많고 신분과 가문의 차도 큰 맥심의 겉모습만 보고 따라 온 '나'는 인생의 깊이가 미숙한 탓도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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