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낯선 땅,물,사람,환경 속에 혼자가 된 내가 과연 얼마나 그곳과 빨리 친숙해지고 나그네가 아닌 그곳의 환경에 동화되어 본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우선 집 밖을 나서면 모든 것이 생경하기만 하다.나는 일종의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나그네가 되어 버리고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 낯설은 환경 속에서 당장 먹고 자고 살아 가는 생존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특히 나이가 들기 전 젊은 날 낯선 타지에서 자신을 그곳에 던지고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살아 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길고 긴 인생에서 귀중한 삶의 자산이 되어 주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 나그네가 되는 것을 참 좋아한다.이리 기웃 저리 기웃,이 사람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엿듣기도 하는 것을 좋아한다.순박하게 인심 좋은 사람에게는 말을 걸어 보기도 하고 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타인과 교환해 보는 것도 좋다.낯선 땅에서는 물과 음식,그곳에서만의 문화와 향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거리라고 생각한다.그것도 경제 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는 다소 경제 수준은 떨어져도 인간의 정이 오가는 곳에서 그러한 것들을 찾을 수가 있어 좋다.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알아 보고 선하게 대하며 세월이 흘러도 그 기억과 추억이 오래 남아서 내가 또 타인에게 그러한 면들을 알게 모르게 전파할 수가 있기 때문에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이유,핑계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를 못했다.직장에서의 업무차 중국 산동성 일대와 일본 간사이 지방 정도가 내가 다녀온 해외여행이다.업무든 개인적이든 일단 해외에 나가게 되면 나는 나그네이고 이방인이다.일본보다 중국이 경제 수준은 떨어지지만 사람 사는 정은 더 깊다는 것이 솔직한 인상이고 느낌이다.생산라인에서 점심 시간이 다가오면 그간 친숙해진 직공 간부는 자신이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자고 권유한다.도시락 속의 밥은 몇 년 묵은 쌀로 지은 밥인지 색상이 아이보리컬러에 가깝고 반찬은 피망,돼지고기,마늘,간장을 기름에 볶은 것이 전부이다.비위가 좋지 않은 성격이지만 그의 권유를 뿌리칠 수가 없어 나무 젓가락을 몇 번 먹다 말았다.그리고 뜨거운 중국차로 그 맛없는 음식을 소화해 냈던 적이 있다.그래도 그가 선한 마음으로 내게 자신의 도시락을 권유했던 따뜻한 시선을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이 선연하다.

 

여행에세이 작가인 변종모는 참으로 많은 곳을 두루 다녔다.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을 날개 달린 새와 같이 여행지를 누비고 다닌 흔적이 짙다.서남아시아를,옛 소련 연방공화국,중동,남미 등의 여행 에피소드를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잘 풀어 내 주고 있다.마치 어린이가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주듯 그의 여행 일기는 지루할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미처 몰랐던 타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그리고 그 기억과 추억들이 작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있기에 맛으로 치자면 단맛이 난다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대들의 따뜻한 마음이면 저 산을 못 넘겠는가 - 본문 -

 

그루지아 카즈베기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다.그곳에서 만난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인정은 따뜻하기만 해서 얼어 붙은 카즈베기산을 녹이고 고지대를 넘을 수가 있다고 역설하고 찬미하고 있다.소박하고 따뜻한 정성으로 작가를 대해 준 한 할머니의 특별 요리,허기 채워주신 감동에 작가는 마냥 몸과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그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또한 갠지스강가에서 만난 아가씨들이 '디아'를 사 달라고 조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디아를 사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미신은 타지에서 한 번쯤 밀려 오는 지루함과 공허함,고독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디아를 강물 위에 띄우고 소원을 빌어 보는 여유와 한가함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는 여정를 소개하면서 빠뜨리지 않는 것이 음식을 만들고 시식하는 것이다.평소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타지에 나가 숙박비,음식비,교통비 등을 절약하려면 손수 재료를 구입해서 이방인 내지 동행자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정겨움을 나누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36가지의 생각과 사연을 담은 이 글은 결국 타지에서 만난 인간미가 넘치고 사람 냄새가 진한 그들로 인해 고행과 같았던 여행이 안락 의자에 앉아 지난 시절을 달콤한 추억으로 삼고 그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는 특별한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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