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용되는 삶의 비의(秘儀)이다.나이는 인생의 나이테와 같이 한 해 한 해 무정하도록 동그란 표식을 그려 나간다.또한 나이가 들어 가면서 누구나 다가 올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도 신이 만든 섭리이다.그러하기에 나이가 들고 무거운 세속의 짐들을 정리할 때가 오기에 지난 삶을 겸허하게 성찰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도 조금씩 마음 속으로 정리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후회를 덜어내는 것이고 남은 사람들 앞에서도 담담하게 웃으며 세상과 작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과학과 의학수준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보편적으로 연장이 되었지만 경제적,정신적 공허함은 크기만 하다.핵가족과 개인주의가 낳은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 단절은 나이 든 노인들에게는 한층 더 소외감과 무력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돈과 물질이 노인들에게 위로와 보답을 전적으로 안겨 주지는 못하는 만큼 삶의 후반부를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후회없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고향인 사모스섬의 풍광

 

 

이 글의 지은이 대니얼 클라인은 한국 나이로 75세인데 쾌락주의자로 알려진 에피쿠로스의 삶의 철학을 되새겨 보고자 이드라섬을 찾아 그곳에서 몇 날을 체류하면서 어떻게 하면 노년의 무기력함을 달래고 청춘과 같은 삶을 누릴 수가 있을지를 몇 명의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을 인용하면서 노년을 멋지게 보내는 법을 들려 주고 있다.나도 언제가는 찾아 올 노년은 막연하게 불안하기도 하다.나와 함께 오래도록 삶을 같이 할 아내와 언제까지 삶의 파트너가 되어 줄 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 후회없이 즐기고 탐미하고 여행을 하면서 삶이 다하는 날을 맞이하고 싶다.

 

 

노년은 인생의 절정이자 최상의 단계가 아닌가 싶다.경제와 세속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이 가는 데로 할 수가 있고 마음껏 놀기도 하고 마음가는 벗과 함께 어디론가 여행도 떠나면서 남은 인생을 향유할 수가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다만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할 것이다.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고 은퇴 시기에 맞춰 들어 오는 연금을 활용하여 편견과 차별없는 이상적인 벗들과 모임과 동호회 등을 마련하여 늘 심심하지 않고 유쾌하고 건강에 좋은 요리와 함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생을 즐기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한층 윤기나게 해 주리라 생각한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다.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

- 에피쿠로스 「바티란 어록」 -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에피쿠로스는 말했다.그것은 육체적인 쾌락이 아닌 손수 재배한 곡식,야채 등으로 만든 요리를 정원 식탁에 올려 놓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기쁨을 만끽하고 소소한 공통화제를 끼워 넣어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 아니겠는가.그래서 저자는 노구(老軀)임에도 불구하고 에피쿠로스의 철학이 좋아 이드라섬을 두 번이나 찾아 에피쿠로스를 그리워 하고 그의 철학을 곱씹으며 느긋하게 사는 법을 대신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디아섬의 항구 모습과 화강암으로 된 산세

 

 

 

이디아섬의 주요 관광수입원인 당나귀 타기

 

나이가 들면서 몸이 쇠약해지고 기력이 떨어져 간다.또한 기억력도 감퇴되는 시기이기에 자칫 몸관리를 못하면 치매,고혈압,당뇨 등 대사성 질환에 걸린 염려도 있다.늘 부지런하게 뭔가 목표를 세워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 좋을 것이다.독서를 통해 기억력을 증강시키며 쓰기와 대화를 통해 행복을 찾아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존재에 대한 사유를 놀이의 본질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는 나이든 노인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말이다.아울러 종교적 경험을 통해 고독한 영혼을 위무하고 유쾌하고 후회없는 삶의 후반부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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