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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수업 -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창작 매뉴얼
최옥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펑소 글을 쓰는 작가,저자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수많은 시간,세월 속을 거치면서 내공을 쌓아 나가고 날숨과 들숨도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과 집중을 통해서 순간 순간 떠오르는 단상과 주제,소재를 밑그림을 찾아 내어 목욕재계의 정결한 감정과 이성으로 단어라는 주무기를 통해 문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거대한 작업이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겪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그래서일까 글을 쓰는 사람을 어쩌다 직접 뵌다든지 매체를 통해 훔쳐보기라도 하면 그들은 생활 속에서 책이 밥이고 무기이며 사유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것을 절로 느끼게 된다.
특히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가공하여 밖으로 나오는 작은 이야기라는 소설은 허구와 사실의 중간쯤에 있는 것도 있고 완전히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엮어 나가는 작품들도 있는데 허구이든 사실이든 글은 역사적 신화,전설,구전 등과 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든지 사료,증거물,기록물 등과 같은 객관적이고 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작가의 뇌와 생각,감정을 반죽하고 숙성시켜 잉태시킨 것은 날 것이 아닌 정성과 손길,세심한 가감작용이 있기에 하나의 멋진 상품으로 등극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글쓰기에 대한 단상을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문예반,중학교 시절 창작대회가 전부였다.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반추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을 뿐 입시,수험준비로 인해 교과서와 참고서,몇 권의 문고본이 전부였던게 학창시절 책에 대한 너무도 단촐하고 궁색한 구석만 남아 있다.지금과 같이 논술이 중요하고 책읽기가 보편적인 시대의 흐름이었고 부모님,학교 교사들도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 등을 반강제적이라도 시켰다면 마지 못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다만 내 경우에는 남보다는 더 많이 읽고 독후감 경쟁에 빨려 들면서 생각과 사유를 오래도록 이어나가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해본다.
결혼하고 대학시절 읽었던 소설,고시준비하려고 준비했던 묵직한 법전들이 방 한 칸 차지했던 적이 있다.역시나 집안이 세간살이,생활용품 위주가 되다 보니 정신적인 소양을 길러 줄 이렇다 할 도서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빈약한 책꽂이를 바라보면서 나도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혀 나가고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문제해결 능력 등을 생각하면서 '자기계발서' 등을 한 두권씩 손에 넣게 되었다.그런데 자기계발서라고 해도 신문이나 매체에서 선전하는 도서위주이다 보니 내가 정작 원하는 도서는 아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한 도서들이 때로는 내 생리에 맞지 않은 것도 있었다.
서울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데 나이가 사십이 넘어가면서 뭔가 정신적으로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책이 김주영작가의 <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라는 도서였다.읽으려 하면 어휘력과 독서력이 약해 한 두 페이지 읽다 말기를 반복했는데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너무 졸려서 보다 말다 했던 기억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아내가 하는 말이 "읽지 않으려면 뭐하러 사 놓고 먼지만 풀풀 날리냐,끈기가 없다" 등 핀잔과 지청구를 늘어 놓기 시작했다.그러한 말이 오가고 내 심경에도 책을 서서히 읽어 아이들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남겨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네이버의 지식인서재를 통해 본격적으로 읽으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특히 신경숙작가의 집은 온통 책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 정신적 충격과 자극은 오늘까지도 쉼없이 책을 읽는 책벌레(?)로 나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로 변하면서 많이 읽어 좋은 점도 있지만 알찬 내실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처음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읽기 위주로만 진행했다.읽는 장소는 가리지 않고 시간의 틈새를 최대한 놓치지 않으면서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 읽다 보니 읽어야 할 부분과 불필요한 부분,중요사항,속독 아닌 속독의 경지까지 스스로 체득해 나가게 되면서 마음 한 켠 이것도 육체적 노동 못지 않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렇게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과 줄거리가 퇴색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우연히 인터넷 온라인 서적,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서평 쓰기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미숙하고 어색하지만 '절차탁마'라는 것을 되새기면서 하나씩 서평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때로는 우수블로거들의 서평도 훔쳐 보면서 그들은 서평은 어떠한 식으로 쓰고 편집은 어떻게 하고 글의 구성 등도 꼼꼼히 챙겨가기 시작했다.
책읽기를 한 지가 어느덧 5년이 훌쩍 넘었다.내가 주로 활용하는 작은방은 온통 책으로 쌓여 있다.사고 빌리고 선물받아 읽은 도서들이 어느덧 작은방의 반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가끔은 애물단지로 보이고 언젠가는 솎아내야 할 것들도 있다.지인에게도 주기도 하고 명절에 온 친척들에게도 선심을 쓰기도 한다.그러나 아직까지는 내 머리 속의 관념은 책은 나의 분신이고 나의 생각과 사유의 원천이라도 생각한다.책은 돌고 돌아야 한다는 것도 동감하지만 전적으로는 공감하지 않는다.혹여 지난 삶을 되새겨 보는 차원에서 한 권의 수필을 쓸 수도 있고 옛 것에 대해 좋아하니 지난 시절의 앙상하고 불편했지만 초가지붕에서 살던 어린 시절을 매개로 영감과 추억을 되살려 글을 써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기는 하다.그러한 날이 오려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고 아무도 없는 깊은 산사에 파묻혀 잡스러운 생각거리를 모두 걸러 내고 맑은 기억과 책을 쓸 연장도구,사료,기록물 등을 옆에 끼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창작 메뉴얼인 이 도서는 말그대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예비작가를 위한 길라잡이로 생각된다.글을 쓸려면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고 반추하는 능력과 타인과의 소통,시대의 흐름과 변화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아무리 잘 쓰여진 글이라도 읽어 주는 독자가 소수라면 작가는 수많은 시간과 세월을 짜내어 쓴 글인데 어떻게 먹고 살아갈 수가 있겠는가.밥벌이로 생각하면서 글을 쓰려면 백팔번뇌가 아닌 천사번뇌의 인고의 노력과 의지를 품어야 할 것이다.
주제,소재를 염두에 두고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작가들은 고심을 할 것이다.첫 문장은 글을 전개해 나가는 바로미터이고 독자들의 호기심,추리력을 돋구는 위력한 무기이고 상징이기에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또한 작가의 세상이라고 할 정도로 글을 쓰는 글쟁이가 넘치는 세상에서 자신이 과연 글을 써서 세상과 교유하고 공감해 나가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이왕 붓을 들었으면 한 권의 글이 탈고될 때까지 몰입과 집중으로 엉덩이에 물집이 생기고 손가락엔 굉이가 박혀도 해 나가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참된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1. 다른 모든 직업을 제쳐놓은 만큼 절실하게 작가가 되고 싶은가?
2.내가 꼭 쓰고 싶은 글이 있는가? 또는 글쓰기가 미치도록 좋은가?
3.글쓰기에 1만 시간(아웃라이어가 연상됨)을 투자할 의지와 의욕이 나에게 있는가?
4.작가로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겪어야 하는 고독과 가난을 견딜 수 있는가?
내가 본 작가들은 가난하고 영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전업작가이지만 가끔은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어 생활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작가의 길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경제적인 불편함은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하고 집안 식구들의 암묵적인 협조와 지지가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한다.글을 직접 써보지 않은 나는 그러한 어려운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최고봉에 오르려면 '절차탁마'의 험준한 과정과 냉혹한 인생이라는 레슨비를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글을 잘쓰는 사람은 부모님의 문화적으로 양호한 DNA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가시밭길과도 같은 글쓰기의 길을 묵묵히 때로는 회의심에 찌들기도 하면서 딛고 일어나야만 글쓰기가 마음 편하게 마음 깊은 곳으로 뿌리를 내리지 않을까 한다.
'아,네가 거기 그렇게 오래 서 있었구나,내가 몰라봤다,미안하다.'
작가는 이러한 생각이 들고 그런 말이 절로 들었을 때 좋은 영감,글감이 제대로 찾아왔다고 마음에 파문이 유장하게 퍼진다고 한다.이렇게 좋은 영감과 소재가 마음을 홀리게 하고 떨리게 하는 순간을 잘 포착하여 자신만의 글쓰기로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글이라는 것은 진부한 것보다는 참신하면서도 감동과 감흥,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글을 쓰면서 어휘와 문장의 세련미를 발휘하기 위해 표준어,공통어,은어,속어,외래어 등도 잘 조합하고 비유적으로는 은유와 직유,대구,인용 등을 넣어 글이 꿈틀거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이를 독자간에 다양한 토론의 장으로 삼는 시사성 있는 글이라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헨리 밀러의 창작 십계명을 인용해 본다."한 번에 하나씩 붙잡아서 끝까지 쓰라,쓰고 싶던 책들을 잊으라,지금 쓰고 있는 책만 생각하다,안달복달하지 마라,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 일하라.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쓰라,그러고 싶다면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하지만 다음 날은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만 하낟.몰입하라.점점 좁혀라.거부하라"이다.
소설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돈과 물질,명예와 권력이 있는 자들이 편이 아닌 소외되고 상처받고 세상의 시름을 외롭게 안고 살아 가는 음지에 있는 이들을 밖으로 끌어 내어 이들의 존재를 내심 무시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강한 붓의 힘으로 알리고 독자들과는 치열하게 토론의 장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도록 글쓰는 사람은 한껏 스토리텔링을 펼쳐 나가야만 할 것이다.문화인에 대한 대우가 빈약한 한국사회가 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정신적 근육을 보편화 시키려면 문화인,문화정책에 대한 개선과 예우 등이 실질적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글을 쓰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문명의 발전을 꾀해 왔던 보배로운 존재인 만큼 그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국의 문화는 진일보해 나갈 것이고 문화인으로 먹고 살기를 잘했다고 자랑스러워하고 일에 대한 자긍심,열정,에너지를 한껏 고조시킬 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