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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평점 :

시란 과연 무엇일까?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비롯하여 청소년,어른들을 위한 일반시에 이르기까지 시는 시를 제대로 음미하고 상상하고 추리하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존재물이다.시가 언제부터 세상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시 속에는 서정성,상징성,사실성,비판성 등이 잘 담겨져 있다고 보여진다.시 한 편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고취시키는 계기가 있는 가 하면 지난 날 아픈 상처를 위무해 주는 시도 있다.짧지만 강렬한 압축미와 운율감은 음미하는 이로 하여금 심성을 정화시켜 주고 사회부조리,불만에 대한 것들은 대리만족을 시켜 주는 경우도 있다.
시의 언어는 신화처럼 유동적이고 다의적인지도 모른다.시인의 눈과 귀에는 한없이 펼쳐진 신화적 우주가 펼쳐내는 풍경과 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시의 세계는 신화를 닮아 있다. - 본문 -
시는 정해진 제도와 규율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상상력 풍부한 자유스러움 속에서 인간의 생명,존재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주를 닮은 것 같다.아득한 태고의 시절의 갖가지 신화들이 인간의 정념을 가득 채우고 그러한 신화가 인간의 삶의 세계를 질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의 궁금적인 지향적은 아닐까 한다.시를 지은 시인의 마음 속에는 당대 사회상,개인의 정념,이루지 못한 꿈에의 회한,인간의 생명력과 존재감 등이 아로새겨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은 임동확저자는 기존 명불허전과 같은 30편의 시를 선별하여 시와 해설을
정교하고도 개성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시는 굳이 가르치거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교과서적인 시 이해 및 해석을 배제하고,시가 살아 꿈틀거리는 동사적 텍스트로 전환시키면서 시가 선사하는 존재론적 사태와 말들의 향연(饗宴)에 참여하는 한 명의 초대객으로 남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시들도 참 많이 등장하고 있다.기형도의 길,정지용의 공간,김현승의 고독,윤동주의 자아,이육사의 초인,김수영의 아니마,백석의 연인,김규동의 느티나무 등이 새록새록 마음을 울리게 한다.대부분의 시인들이 구축해온 세계를 확대하고 심화시키려는 노력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하거나 관성적인 것들이 주는 편안함에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김정환 시인의 시 「독수리」는 시인 자신에 대한 반기이자 모반으로 보인다.
독수리
잘난 사람들은 모른다
내 날개는 바로 아깻죽지의
운명이라는 것을.
날아오르는 날개는 없다.
내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어떤
떠받침이 있을 뿐
숭배보다 더한
그 무엇이 있을 뿐.
지상의
짐승의 시체를 파먹으며
내 날개가 느끼는 것은
유가족
집단의 집단적인
위의(威儀)
(중략.후략)
저자는 이 시를 집단적인 생명의 세계에서 개별자의 세계로,지상적이고 대지적인 것에 더 가치를 부여 하며,세속의 시간으로 귀향하는 신으로서 독수리를 출현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그외 김규동의 「느릅나무」를 통해 선입견,가치체계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인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타향에 있으면서도 눈 감으면 언제나 마을 어귀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느티나무는 수호신과 같고 어머니의 품결과도 같으며 끊임없이 변주되면서 삶의 지평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마음은 또 다시 고향의 느티나무로 훨훨 날아가고 만다.
살아 있는 모든 만물은 한 순간도 쉼 없이 움직이고 살아 있다.그것은 작은 변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요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기도 한다.인간도 마찬가지 예외 없이 살아 있는 것이다.육신은 없어졌지만 영혼은 순환되어 내세에 또 다시 탄생하여 움직이고 살아 가는 생명력과 존재론을 이 글은 특히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시 한 편 한 편 세세하고 정교하게 해설을 하고 있는 저자의 해박함과 다채로운 언어감각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시인의 마음을 꽤 뚫어 보고 있는 듯 예리한 통찰력과 예지력이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