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낭 여행에 대한 동경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일정과 비용이 정해진 패키지 여행이 주는 밋밋함과 상업성은 '수박 겉 핥기 식'이 되어 버리기에 순간적인 감흥과 여운은 있을지라도 속깊은 오묘한 맛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혼자가 되어 떠나는 여행,그 가운데에서도 배낭을 짊어지고 아무도 없는 우주 속으로 홀릭한다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치유도 될 것이기에 홀로 여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삶의 재산이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
여행 작가이며 배낭여행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트레일 여행의 오묘함을 충족시켜 주는 사이토저자는 자본주의의 물결이 전혀 침투되지 않은 신비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세르파 사이토'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여행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토저자는 중년의 나이에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끈기로 트레일에 도전과 탐험의 정신을 멋지게 보여 주고 있기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끌림과 홀림이 동시에 일어난다.사람들의 순수한 인정과 태고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삼림과 호수,계곡,고산지대 등은 읽는 자체로 흥분과 설렘이 앞선다.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을 선두로 프랑스&스위스 알프스 산맥 언저리,페루의 잉카 제국의 숨결,뉴질랜드의 밀포드,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호수,에디오피아 시미엔,미국 애팔래치아,스웨덴 쿵스레덴,스코트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사이토저자가 안내하고 있는 트레일 여정이다.고산지대가 있는 가 하면 호젓한 호수와 계곡이 나타나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 주기에 나약한 인간은 그 앞에서 경건함과 겸손함을 절로 느끼게 되고 만다.
약간의 먹을 거리,침구,옷,비상약,문고본과 함께 저자는 트레일 안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워 나간다. 트레일을 이어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네팔에서는 근대적인 풍경이 나타나고 밀포드에서는 트레일에 동행한 대학생들이 많았으며 쿵스레덴에서는 각국에서 모여든 트레일러들로 북적거렸는데,인상에 남는 것은 스웨덴 쿵스레덴에서 보여 준 습지를 지나 도착지에서 바라 본 일몰의 장관이었다.트레일러들은 현실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알아 보려는 호기심과 탐험 정신이 강한 부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돈과 체력,호기심과 타인과의 소통이 요구되는 트레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마음의 치유가 가능한 배낭 여행은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실행으로 옮겨 보고 싶다.사이토저자가 만난 호주 거주의 지인과의 인연은 참으로 정겹고 따뜻하기만 하다.고마운 마음을 지인에게 전하려 하는데 지인이 저자에게 해 준 말이 마음 든든하고 감동스럽기만 하다."나한테 사례할 필요 없네.정 고마움을 표하고 싶거든 자네가 여유가 생길 나이가 됐을 때,젊은 여행자에게 잘해 주게.분명 그 여행자도 언젠가 젊은 여행자에게 잘해 주겠지.세상은 이래야 돌아가는 걸라네".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이런 훈훈한 감동을 안겨 주는 것은 극히 드물기에 가슴에 와닿는다.나 역시 누군가 내게 이러한 일이 생긴다면 물질적 보상보다는 진심이 담긴 잠언을 타인에게 전해 주고 싶다.물질은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영혼이 담긴 정신적 유산은 대대손손 썩지 않고 흘러 갈 테니까.용기와 도전,모험이 담긴 트레일 여정을 간접 체험하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로망이 절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