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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1994년 일본에 1주일간 무료 여행의 행운의 기회가 있었다.당시 6월 하순경이었고 습기가 많은 일본이어서인지 여기 저기에서 몰려 드는 모기떼 때문에 반바지 차림으로 밤에 외출을 하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반대로 일정에 짜여진 데로 여기 저기 견학하는 즐거움은 깨끗한 거리,매우 친절한 일본인의 태도,책을 많이 읽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든 발견할 수가 있어 문화적 충격과 개인적 정신 자극에 도움이 되었다.여러 군데를 들르고 아직까지도 그 추억이 고스란히 뇌리에 남아 있는데,후지산이 바라 보이는 요코스카에서 지선(支線)을 타고 고도 카마쿠라로 가는 전철 속에서 바라 본 풍광이었다.해안가,넓게 트인 비취색의 태평양은 따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 셀레게 하고 낭만을 안겨 주기에 족했다.휴양지로 유명한 에노시마를 거쳐 대불상이 안치되어 있는 도후쿠사를 참관하고 또 다른 사찰에도 들르게 되었는데 오래된 사찰과 아기자기하게 연도에 길손을 맞이하는 아기보살의 천연덕스러움도 참 보기 좋았다.
도쿄에서는 신주쿠를 비롯하여 우에노 공원,도쿄탑,도쿄 전력,국기관,아키하바라 등을 견학했는데 도중에 인솔자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일행 1명과 함께 고서점가인 간다(神田)거리를 호기심을 가득 채우고 몇 군데를 둘러 보았다.고서점 공간 면적이 4~5평 남짓임에도 서점 주인은 매우 상냥하게 무엇을 찾고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를 세세하게 가르쳐 준다.빼곡하게 다양한 도서물,사전류 등이 오랜 세월의 풍화 속에 누런 기름종이로 변색될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그곳에서 나쓰메소세키의 문고판을 몇 권(마음,행인,풀베개 등)을 구입하고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다른 고서점으로 향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도쿄의 간다 고서점가는 서울 동대문쪽의 청계천 쪽에 일렬로 줄지어 섰었는데 요즘 안가본 지가 오래되어 어떠한지를 모르겠다.쾌쾌묵은 고서점의 분위기와 책더미 속에는 진주와도 같은 희귀본을 발견한다면 그 기쁨은 무엇과 견줄 수가 있겠는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 본문 -
오래간만에 고서에 얽힌 사람과 책의 사연이 이렇게도 멋지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마음이 푸근해지고 책을 읽는 의미와 가치가 더욱 풍선마냥 더욱 부풀어 오를 거란 생각을 한다.일반서점에 없는 희귀 도서,참고 도서를 찾기 위해 고서점을 찾게 되는데 비싼 관리비,운영비 탓인지 고서점은 지상보다는 지하에 많다.계단을 타고 내려 가면 이런 저런 사연을 안고 고서점을 찾아 온 책더미로 서점 바깥,안 쪽은 온통 책의 홍수로 넘쳐 난다.바깥 쪽에 있는 것은 아직 정리가 덜 된 막 팔려 온 것들이고 서점 안 쪽은 가지런하게 사쁜한 모습으로 또 다른 주인을 찾고 있는 도서들로 정렬되어 있다.가격은 천차만별이어서 점주의 요량에 따라 희귀본은 원가보다 몇 배 이상 받으려 하고 일반 서적은 차비값 정도인 경우도 있다.
예스러움과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의 기타가마쿠라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어나는 책과 사람간의 에피소드는 마치 돌고 도는 지폐와 같이 책도 수많은 사람을 거치고 되고 책을 팔아야 하는 황당한 상황,희귀본을 꼭 손에 넣고 말겠다는 별취미의 소유자도 있었다.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책은 꼭 읽어야 할 주인의 품에 안겨 읽혀지면서 참다운 인연을 맺어 가는 것이 사람이 사람다워지고 문화는 더욱 풍요로워지리라 생각을 해 본다.
주인공 고우라는 문학소녀의 별명을 지닌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할머니 방에 소장해 놓은 책더미 속에서 희귀본이라 할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접하면서 고서점으로서 역사가 깊은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마침 고서당 주인이 입원해 있던 참에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감정의뢰를 하기 위해 시노가와씨를 찾아 대화가 시작되고 청년백수인 고우라는 시노가와씨의 눈에 들어 비블리아 고서당 종업원이 된다.고서에 대한 지식과 식견이 부족한 고우라는 어리숙하기만 하고 책을 내놓으려 찾아 오는 손님에게 즉답을 못하고 늘 점주인 시노가와씨를 찾아가야만 한다.시노가와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고서에 관한 만큼은 누구보다도 통달해 있고 신통한 추리력까지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가격이 나갈 만한 고서만을 사냥하는 노숙자 시다를 비롯하여 책을 훔치는 고스가,감옥에서 논리학으로 언변을 배웠다는 한 중년 부부의 에피소드,희귀본을 손에 넣으려 본인의 이름조차 숨긴 채 시노가와씨에 접근하지만 백일몽으로 끝나 버리는 손버릇이 안좋은 한 남자의 얘기,자신의 인적사항이 외부로 새여 나가 비블리아 고서당에 방화를 하려던 청소년의 그릇된 판단 등이 비블리아 고서당을 둘러 싸고 긴장감과 초조함,우정과 신뢰가 교차해 나가고 있다.비블리아 고서당에서 한 달을 겨우 버틴 고우라는 식품회사에 취직을 하고 귀가하던 차에 시노가와씨가 생각나 그와 재회하게 되는데 둘의 인연은 책에서 비롯되고 시노가와는 고우라에게 다자이오사무가 쓴 원본『만년』을 맡기게 된다.한 달 간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였지만 어느 새 신뢰 관계가 싹이 트고 있다는 훈훈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고 책읽는 것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그러나 책은 다양한 장르와 인물들의 얘기를 비롯하여 문명의 발전을 꾀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특히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쳐 누렇게 변한 고서 속에는 진귀한 이야기와 뭉클한 감동이 담겨져 있고 삶을 살아가는데 스승과도 같은 멘토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날씨 맑은 날 시내 거리를 거닐다 고서점이 눈에 띄면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 희귀본이라도 찾아 내어 책 속의 사연을 진지하게 음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 2,3부가 근간 출간될 예정이어서 매우 기대와 설레임이 동시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