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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 번쯤 찾아 올 죽음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단지 죽음이 공포스러운 것도 아닐 것이다.누구나 죽음 앞에 돈과 명예,권력은 한낱 짧은 삶을 지탱해 주었던 수단과 도구였을 뿐이지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관계를 맺으며 신이 부르시는 날 기꺼이 가겠다는 초연한 마음을 갖기에는 어느 정도 죽음에 대한 연습,죽음도 삶의 연장이라는 믿음을 죽는 순간까지 버리지 않고 간다면 죽음의 문턱에 있을지라도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그간 살아 왔던 날들에 대한 회한과 성찰,남아 있는 가족,친지,지인들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점들에 대해 미안해 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
『오두막』을 쓴 작가로 널리 알려진 윌리엄 폴 영의 이번 『갈림길』은 생사의 기로에 선 한 중년 남자의 임사 상황을 기독교의 구세주의 상징인 예수와 성령인 인디언 할머니로부터 계시 및 대화를 통해 그간 잘못 살아왔던 부분을 반성하고 남은 자들와의 화해,용서,사랑을 담은 것으로 압축할 수가 있다.이 글을 읽으면서 이와 유사한 작품이 상기되었는데,몇 년 전 일본인 아끼모토 아쓰시가 쓴 『코끼리의 등』과 소재나 플롯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죽음을 맞이한 한 중년남자가 가족과 친구들과의 멋진 이별을 나누고 유족들에게 물질적 고통,부담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아 깨끗하게 정리해 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부동산 개발,주식투자,사업 다각화를 통해 꽤나 성공했다고 자부하던 주인공 토니는 본부인과 이혼하고 다시 그 부인과 재결합하는 등 성격적인 면에서는 원만하지 않은 듯 하다.어느 날 갑자기 지하 주차장에서 넘어져 뇌를 심하게 다치면서 그는 병원 침상에 눕게 되는데 흐릿한 혼수상태에서 예수와 인디언 할머니를 만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듣게 된다.토니는 자신위주로만 살아 왔던 나날에 대해 자기 연민과 자기 증오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아치면서 영혼이 몇 갈래 찢기는 기분을 맞이 하게 된다.나 역시 죽음의 순간이 올 것이다.죽음의 순간이 짧을지 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조금씩 가족과 친척,지인들에게 덕을 쌓아 나가려 하고,내가 유족들에게 남긴 정신적,물질적인 것들이 후대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에 대해 설명한다는 건,하나의 존재지만 정신,영혼,육체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을 설명하나다는 건,성령,아버지,아들로 이루어져 있는 하나님을 설명하는 것과 같아,체험과 관계를 통해서 이해해야 해". - 본 문 -
인간은 짧은 인생을 통해 갖가지 체험과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절대 홀로 설 수 없는 극히 나약한 존재이기에 상호의존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형성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예행연습없는 본게임이 매일 매일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마음의 자세와 태도를 잘 가꾸어 나가야 하고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타인들에게 보여 주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면 늘 진심과 존경,배려라는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만 할 것이다.
토니는 예수의 목소리,계시를 듣고 비로소 자신의 고백을 밝히게 된다.가족에게 잘못된 삶을 반성하고 예수의 말대로 믿음과 관계의 소중함을 마음 깊게 되새긴다.그리고 '연명 치료 거부 동의서'를 흔쾌히 수용하고 저 먼 세상으로 떠난다.그리고 토니는 예수,인디언 할머니를 만나 두 분의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그의 영혼은 환희와 정적,담대한 기대와 거친 설렘이 평화롭게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의 영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임사 상황을 환상적이고 가슴 푸근한 감동으로 전해 주고 있는 이 글은 죽음을 향해 가는 세인들이 죽음이란 무엇이고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는 영적인 지침서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