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 전통 가옥은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고색창연하면서 일본 고유의 습한 날씨를 피하고 통풍이 잘되며 인체 건강을 고려하여 건축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그 고색창연한 2층 목조 건물 아래층이 잡화점으로 사용되다가 경영이 어려워져 달랑 몸둥아리만 피신하고 얼마 뒤,일자리를 제대로 갖지 못한 좀도둑 세 명이 '나미야 잡화점' 불쑥 들어서면서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이 무엇인가를 비현실적이면서도 인간미에 바탕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파고 든다.

 

추리소설계의 대명사로 각인된 히가시노게이고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범죄수사물의 단초와 접근법이 미스터리색이 짙으면서도 최소한의 인간성을 바닥에 깔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이번 작품은 예전의 작품과는 전혀 색다른 작품세계로 빠져 들게 만든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강의 상류를 거쳐 하류에서 만나듯 모든 인물들이 환광원(丸光園)이라는 아동복지시설과 연관이 있으며,그들은 나미야 할아버지의 인생 상담을 통해 구원을 얻어 가고 그 구원은 거의 맞아 떨어지는 신통력이 있다.나미야 할아버지의 미래예측은 삶의 경륜과 지혜,천리안이라는 혜안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이 나미야의 단어는 나야미(惱み,고민)로 바꿀 수가 있다는 점에서 제목 자체가 무척 상징성을 띠고 있다.

 

소매치기,빈집털기,갈취 등의 삶을 사는 좀도둑 일당 세 명은 아무도 없는 나미야 잡화점에 침입해 보니 누군가 인생 상담을 하고 상담 결과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착하는 누군가에 의해 도착이 되는데,1층 셔터 문에 걸린 우편물 입구에 인생 상담 거리를 끼워 놓으면 다음 날 뒷문 쪽 우유상자에 답장이 도착하는 것이다.처음에는 누가 남의 인생을 기웃거리고 그에 맞춰 상담을 해주는가 싶어 섬뜩하면서도 유령의 짓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올림픽 선수로 출전하기로 애인과 약속했던 달 토끼의 애틋한 사연,아버지의 가업을 잇지 않고 음악계로 투신하려 고집을 부렸던 가쓰로의 뒤늦은 후회,비틀스에 대해 열렬한 팬이었던 고스케는 아버지 사업이 기울고 식구 모두가 도망치는 신세에서 홀로 아동복지시설로 오는 사연,이모할머니댁을 매입하면서 일약 빌딩까지 소유하고 여사장이 된 하루미의 사연 등이 <인생 상담>을 거치면서 삶의 향방을 결정한다.

 

또한 이 글은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 자유주의 국가에서 거의 보이콧하는 바람에 일본도 참가를 하지 않는데,나미야 할아버지는 부동산,주식 등의 급등과 버블 경제의 몰락 등을 귀신같이 알아 맞춘다.그 덕에 하루미는 건물을 살고 팔기를 거듭하고 버블이 꺼질 무렵에는 나미야 할아버지의 말을 믿고 모든 것을 처분하는 투자의 귀재다움을 발휘한다.

 

그리고 나미야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백지(白紙)를 보내주신 이들에게 회신한 답장은 의미심장하다.

 

당신의 지도는 백지인 것입니다.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본 문 -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세계가 도래하고,내일에의 희망을 믿고 살아가자'라고 저자는 경제 위기로 힘들어 하는 세인들에게 따뜻한 인간미와 밝은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것 같다.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이고 우주의 중심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인생 상담을 통해 훈훈하고 흐믓한 과거와 현재,이야기와 인물들이 하나로 모여 드는 광경을 머리 속으로 유쾌하게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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